버락 오마바 전 미국 대통령이 북한의 핵무기와 미사일을 제거하기 위해 선제타격하는 방안을 검토했다는 주장이 나왔다.
밥 우드워드 신간 『공포』서 주장 #“북한 반격 땐 남한 수만 명 희생” #클래퍼 DNI국장 만류에 백지화 #미 공군, 작년 김정은 제거 연습도
워싱턴포스트(WP) 부편집인인 밥 우드워드가 11일(현지시간) 출간한 『공포: 백악관 안의 트럼프』(사진)에 실린 내용이다. 이 책은 우드워드가 트럼프 행정부 내 고위 관리를 포함해 여러 명을 인터뷰한 뒤 쓴 것으로 백악관 내 혼란상을 묘사해 출간 전부터 화제가 됐다.
이 책엔 오바마 행정부 시절에 발생한 사건도 담겨 있다. 2016년 9월 9일 북한이 5차 핵실험을 한 뒤 오바마 대통령은 결단을 내린다. 책에는 “전쟁을 피하려는 강한 희망에도 불구, 오바마는 북핵 위협이 정확한 (외과수술 방식의) 군사 공격으로 제거될 수 있을지 검토해야 할 시간이 됐다는 결정을 내렸다”고 쓰여 있다. 실제 미 정보당국이 대북 선제 공격 가능성과 그 효과 등을 심도 있게 분석해 보고했던 과정도 나온다. 또 임기 말이었던 오바마가 북한 문제를 해결하고 넘어가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라는 분석도 달려있다.
책에 따르면 ‘전략적 인내’ 전략을 구사했던 오바마 대통령이 북한 미사일을 막을 수 있는 극비 작전인 ‘특별 접근 프로그램(Special Access Programs)’도 승인했다. 이 프로그램에는 ▶북한 미사일 부대 및 통제 시스템을 겨냥한 사이버 공격 ▶북한에서 발사된 미사일을 7초 내에 탐지하는 작전 등이 포함돼 있다.
대북 공격과 관련된 또 다른 일화도 있다. 오바마는 ‘미 정보계의 대가(granddaddy)’인 제임스 클래퍼 국가정보국(DNI) 국장이 북한의 핵과 미사일이 미국에게 위협이 될 것이라고 강력히 경고하자, 국방부와 정보기관에 북한의 모든 핵무기와 관련 시설을 제거하는 것이 가능한지 알아보라는 지시를 내렸다. 한 달 간의 조사 끝에 국방부와 정보기관은 오바마에게 “북한 핵무기 관련 시설의 85% 가량을 타격해 파괴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했다. 이에 대해 클래퍼 국장은 북한의 핵무기를 완전하게 제거하지 않을 경우 단 한 발만으로도 남한에서 수 만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수 있다는 회의적 반응을 보였다고 한다. 당시 미 국방부는 북한의 핵프로그램을 완전히 제거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 지상군 투입이라고 보고했다. 그러나 북한의 핵 반격에 대한 우려로, 오바마 대통령은 좌절감과 분노를 느끼면서 대북 선제타격을 포기했다.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과 관련해선, 그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을 폐기하려는 뜻을 굽히지 않았고 결국 제임스 매티스 국방부 장관이 나서 겨우 말릴 수 있었다는 주장이 나왔다.
앞서 공개됐던 관련 내용은 2017년 9월 초 게리 콘 전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이 대통령 집무실 책상에서 한·미 FTA 취소 서한 초안을 몰래 빼냈다는 것이다. 책은 “그 뒤 트럼프가 사위인 재러드 쿠슈너 백악관 선임고문에게 자신이 불러주는 내용을 받아적게 한 뒤 ‘편지 작성이 끝나면 사인할 수 있게 준비하라’ 지시했다”고 전했다.
결국 콘 전 위원장은 매티스 국방장관에게까지 도움을 요청했다. 매티스는 트럼프에게 “우리는 동맹으로서 한국이 필요하다. 한국이 우리를 돕기에 우리도 한국을 돕는 것”이라며 겨우 설득했다고 한다.
또 오바마 시절 존 브레넌 당시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 주도로 김정은 국무위원장을 제거하는 이른바 ‘맨 체인지’(지도자 교체·man change)를 검토했다는 사실도 우드워드 저서에서 드러났다. 당시 컨틴전시 플랜(만일의 사태에 대비한 비상대응계획)의 하나로 CIA의 북한 그룹은 김정은에 대한 공습 작전을 검토했고, 실제 미 공군은 지난해 10월 17~19일 북한과 비슷한 지형의 미주리주 오자크에서 정교한 모의연습을 했다는 것이다. 당시 훈련에는 앞선 4월 아프가니스탄에서 사용된 적이 있는 유형의 초대형 벙커버스터를 탑재한 폭격기도 있었다고 우드워드는 설명했다.
이가영 기자 ideal@joongang.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