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영장 기각' 맹비난에 법원 “사실 오도하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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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검찰의 ‘재판거래 의혹’ 수사 과정에서 법원의 잇단 압수수색 영장 기각 결정으로 양 측간 갈등이 불거진 가운데 법원이 이례적으로 검찰 주장을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검찰이 언론을 상대로 사실을 호도하고 있다”는 것이 법원 입장이다.

'재판거래 의혹' 코너몰렸던 법원 #11일 이례적으로 검찰 주장 반박 #"기피신청해야 할 판사가 심사" 주장에 #"절차대로, 영장판사들 협의해 결정"

재판 거래 의혹에 연루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9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재판 거래 의혹에 연루된 유해용 전 대법원 수석재판연구관이 9일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하며 취재진 질문을 듣고 있다. [연합뉴스]

11일 서울중앙지법은 기자단에 보내는 공식 문자메시지 등을 통해 “검찰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며 “유해용 전 연구관과 관련한 압수수색 영장 청구 사건은 영장청구사건의 업무분장 등에 관한 지침(내규)에 따라 처리됐다”고 밝혔다.

검찰과 법원 사이의 진실 게임은 지난 8일(토요일) 오전 0시 30분 서울중앙지검이 서울중앙지법에 청구한 유해용 전 연구관 관련 세번째 압수수색영장에서 비롯된다.

재판 거래 의혹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사팀(팀장 한동훈 3차장)은 “압수수색 영장 청구 시간은 7일 늦은 밤”이라고 밝혔지만, 법원은 “자정 이후인 8일 새벽에 접수됐다”고 설명했다.

영장 청구 사흘째인 지난 10일 박범석 서울중앙지법 부장판사가 “(문건 유출은) 대법원에 부적절한 행위이지만 죄는 안된다”며 대부분의 영장을 기각하자 서울중앙지검은 곧바로 “영장판사의 판단대로라면 수사 기관이 대법원 문건을 취득하면 재판의 본질적 부분을 침해하는 것이고, 민간 변호사가 취득하는 일은 아무런 죄도 안된다는 것이냐”는 내용의 문자 메시지를 취재진에게 전송했다. 박 부장판사가 유해용 전 연구관 관련 영장 심사를 기각한 일이 ‘부당한 처사’라는 어필 차원이었다.

유해용 전 연구관이 '재판 거래 의혹' 사실을 뒷받침하는 일부 증거를 인멸했다는 보도가 나간 직후에는 윤석열 서울중앙지검장 명의로 입장을 내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다. 증거인멸 행위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책임을 묻겠다”고도 경고했다.

법원 "한번 영장 기각한 판사가 어떻게 또 같은 영장 심사하나"

법원의 설명은 검찰과는 다소 다르다. 서울중앙지법은 11일 공식 해명 문자를 통해 “애당초 지난 토요일(8일) 압수수색영장 담당 판사는 이언학 영장전담 부장판사 혼자였다”며 “이 부장판사가 이미 한 차례 유해용 변호사 사무실 압수수색영장을 기각했기 때문에 또다시 사건을 처리하는 일이 부적절하다고 판단, 영장부 판사(4명) 협의를 거쳐 박범석 부장판사에게 맡긴 것”이라고 밝혔다. 검찰은 지금까지 유 전 연구관과 관련한 압수수색 영장을 세 차례 청구했다.

박 부장판사는 10일(월) 압수수색영장 업무를 담당하는 전담 판사였기 때문에 관례대로 영장 업무를 했다는 것이 법원 설명이다.

법원 내규에 따르면 검찰이 같은 영장을 재청구했을 경우, 당초 기각했던 판사가 아닌 다른 판사가 맡게 돼 있다. 재판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한 차원이다.

김영민 기자 brad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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