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신매매 뿌리 뽑을 수 없는가"|여성 단체연합회 성명 내고 정부에 단속 촉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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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여성수난시대, 세밑을 앞두고 최근 매일처럼 여성들의 인신매매 사례들이 매스컴에 의해 폭로되고 있다.
그러나 알려진 것은 빙산의 일각일 뿐 실상은 더욱 엄청난 것이어서 사회적·개인적인 방비가 시급한 것이 현실이다.
한국여성단체연합 (회장 이우정)은 이같이 성행하는 인신매매에 관한 성명서를 최근 발표하고 공안위주의 현 경찰력 배치를 민생치안 위주로 바꿀 것을 정부에 촉구했다.
성명서는 또 ▲인신매매 단속 전담반 구성 ▲고발전화 개설 ▲예방을 의한 홍보대책 수립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했다.
또한 인신매매 범행자에 대한 현재의 미약한 처벌법규를 개정할 것도 요구했다. 현행법은 범법자 처벌을 5년 미만의 징역, 1백만원의 벌금형 등으로 처벌내용이 가볍다는 것이다. 이밖에도 한국여성단체연합은 89년 인신매매 매매춘 특별대책위를 구성, 지속적인 활동을 펴기로 했다.
실제로 최근 신문지상 등을 통해 알려진 윤락업소로 팔려간 여성들은 ▲가출소녀 ▲거리에서 납치된 경우 ▲외국유학 등 허황된 미끼에 걸린 경우 ▲유흥업소에서의 잘못된 이성교제 ▲구인광고 사기에 걸린 경우 등으로 분류된다.
이렇게 여성들의 인신매매가 성행하고 있는 현실은 팽창일로에 있는 소비성 향락산업, 저질퇴폐문화의 확산과 궤를 같이하고 있다는 것이 한국여성단체연합측의 지적이다.
이는 또한 여성을 소유할 수 있는 성적인 도구라는 종래의 상당수 남성들의 사고 외에 저질의 상업주의가 연합하여 만들어진 비인간적 의식 때문이라고 손덕수 교수(효성여대·사회복지학과)는 진단한다.
따라서 오늘날 휭행하는 인신매매를 근절시키기 위해서는 그 유통구조를 절단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인신매매는 날로 번창하는 우리 사회의 향락산업이 구조적으로 보다 많은 여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회풍조를 바꾸기 위해서는 정부가 문제의 심각성을 깨닫고 공권력을 적극 개입시켜 해결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이 여성단체들의 주장이다.
개인적 차원에서도 여러 가지 방비책이 필요하다. 최근 서울YMCA·YWCA등에서 실시하는 여성들을 위한 호신술 강좌를 통해 호신술을 익혀두는 것도 도움이 된다.
가출소녀가 윤락가로 넘어가는 인신매매의 주된 대상이므로 가정적·학교적 차원에서의 예방책도 중요하다.
우리 사회의 지나친 학업성적 위주 평가는 학업성적이 부진한 전체 3분의1 정도의 청소년들로 하여금 살 곳이 없도록 만들고 그들 중의 일부가 가출로 탈출구를 찾는다는 것이 서봉연 교수(서울대·심리학과)의 얘기다.
『가출, 허황된 구인광고나 유학 꾐에 빠지는 것, 잘못된 이성교제등 대부분의 문제가 평탄치 못한 가정출신의 청소년에게서 발생하고 있읍니다. 부모의 잘못된 교육방법, 즉 무관심이나 과잉보호 모두가 문제입니다. 부모·학교·사회의 따뜻한 관심과 이해만이 문제해결의 열쇠입니다』고 서 교수는 강조한다. <박금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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