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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개월 전부터 ‘붕괴 위험’ 민원 접수받고도 공사 허가 내준 동작구청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상도유치원이 인근 공사장의 지반 침하로 기울어져 붕괴위험에 처해있다. 구청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11시22분쯤 서울 동작구의 한 공동주택 공사 현장에서 흙막이가 붕괴되며 지반이 침하돼 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뉴스 1]

7일 오후 서울 동작구 서울상도유치원이 인근 공사장의 지반 침하로 기울어져 붕괴위험에 처해있다. 구청과 소방당국에 따르면 지난 6일 오후 11시22분쯤 서울 동작구의 한 공동주택 공사 현장에서 흙막이가 붕괴되며 지반이 침하돼 유치원 건물이 기울어지는 사고가 발생했다.[뉴스 1]

서울 동작구 서울상도유치원 붕괴와 관련 동작구청이 사고 직후 거짓 해명을 한 것으로 7일 드러났다. 동작구청은 사고 6개월 전부터 유치원 등으로부터 붕괴 위험성에 대한 민원을 여러 차례 접수하고도 사고 직후 “민원은 없었다”고 밝혔다.

“보강공사 제대로 했다면 사고 안 났을 것” #구청, 사고 직후 ‘민원 없었다’ 밝혔다가 #몇 시간 만에 “여러 차례 있었다” 말바꿔 #지질 특성 무시한 공사 강행 원인인 듯 #서울시, “지역건축안전센터 만들 계획”

하지만 유치원의 의뢰를 받고 현장 점검을 한 전문가 등이 구청에 제출한 ‘자문의견서’를 공개하자 입장을 바꿨다. 동작구청 관계자는 7일 “유치원 측에서 3월부터 시작해 몇 차례 구청에 공문을 제출했다”고 시인했다. 그러면서 “이를 반영해 공사장 시공사 측에 조처를 하도록 했다”고 했다.

이번 사고는 49세대 규모 공동주택 공사장에서 흙막이가 붕괴하면서 바로 옆 유치원 건물 일부를 무너뜨리며 발생했다. 흙막이는 지반을 굴착할 때 지반이 붕괴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세우는 가설 구조물이다. 공사는 동작구청의 허가를 받고 지난 5월부터 시작됐다. 착공되기 전부터 붕괴 위험성이 제기됐지만 이에 대한 대비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지난 3월 유치원의 의뢰를 받고 현장 점검을 한 이수곤 서울시립대 토목공학과 교수는 “이번 붕괴 사고의 원인은 근본적으로 지질의 특성을 무시하고 강행한 공사에 있다”고 지적했다. “지난 3월 현장을 나가 지질을 보니 편마암 단층(외부의 힘을 받은 지각이 두 개의 조각으로 끊어져 어긋난 지질구조)
이 한쪽으로 쏠려 위험해 보였다”면서 “보강 공사를 제대로 하지 않으면 붕괴할 우려가 있다는 리포트를 유치원에 써줬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동작구청 관계자는 “이 의견서를 전달받고 시공사 측에 적절한 조치를 취하라는 내용을 전했다. 시공사 측에서 보강 조치가 들어간 설계 도면을 제출해 허가를 내줬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수곤 교수는 “붕괴 위험을 지적한 이후 일부 보강이 이뤄졌겠지만, 제대로 보강 공사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지반 보강 공사를 제대로 했다면 일어나기 힘든 사고”라고 지적했다.

7일 서울 동작구 서울상동유치원 사고 현장을 찾은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연합뉴스]

7일 서울 동작구 서울상동유치원 사고 현장을 찾은 이수곤 서울시립대 교수.[연합뉴스]

서울시교육청이 작성한 ‘서울상도유치원 재난 발생 현황 보고’에 따르면 이 교수의 ‘자문의견서’를 토대로 유치원은 올해 5월 구조 안전진단 용역 계약을 체결했다. 6월과 7월 1·2차 계측에선 별다른 이상징후가 없었지만, 8월 22일 3차 계측에서 이상징후가 발견됐다.

동작구청은 더 이상 토사가 흘러내리지 않도록 하는 압성토(흙을 쌓아 추가 붕괴 막기 위한 공법) 작업을 한 후 유치원 건물을 철거할 예정이다. 건축전문가 등으로 꾸린 사고조사위원회를 통해 정확한 원인을 파악하고 책임 소재를 가릴 계획이다.

이수곤 교수는 “압성토 작업을 하면 붕괴 현장이 훼손돼 원인 규명에 어려움이 있을 수 있다. 이 작업을 하기보다는 건물만 철거한 후 지반은 그대로 보관해 정확한 사고 원인을 알아내야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조사 과정에는 반드시 주민과 주민이 지정한 전문가까지 포함시켜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번 공사장의 건축 허가권은 구청에 있지만 서울시도 책임을 피하긴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이수곤 교수는 “건설 안전에 있어 주민이 아무리 합당한 민원을 제기해도 즉시 반영되지 않는 시스템 부재가 문제다. 서울시도 관리 소홀의 책임을 면하기 어렵다”면서 “관련 업무를 하는 공무원들이 숫자도 적을 뿐만 아니라, 전문 지식과 책임 의식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이에 대해 서울시 관계자는 “자치구들이 관련 인력을 보강하도록 독려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는 이번 사고를 계기로 서울시와 25개 자치구마다 ‘지역건축안전센터’를 만들 계획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지역 건축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센터에서 지역 건축물의 안전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도록 하겠다”면서 “건축 공사장의 안전 매뉴얼도 정비하려고 계획 중이다”고 밝혔다.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도 7일 긴급 안전점검 회의를 주재하고 “최근 전국적으로 많은 비가 내려 지반침하와 시설물 붕괴 위험이 상존해 있다”며 전국 지자체에서는 공사장·축대·옹벽 등 취약 시설에 대해 특별 점검해 줄 것을 당부했다.

임선영 기자 youngc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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