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득주도 성장한다며 또 ‘위원회’…일자리위ㆍ재정개혁특위 전철 밟을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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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다잡기 위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가 지난 6일 정식 출범했다. 관련 정책을 구체화하고 중장기 청사진도 마련하겠다는 목표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위원회 신설로 소득주도성장 정책의 실패를 가릴 수 없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대통령 직속 소득주도성장특위 출범 #흔들리는 소득주도성장 정책 다잡기 #일자리위 등 기존 위원회 성과는 미비

대통령 직속 정책기획위원회 산하 소득주도성장특위는 이날 출범식과 함께 첫 전체회의를 열었다. 홍장표 전 청와대 경제수석이 위원장을 맡았다. 출범식에는 홍 위원장과 함께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 부총리,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 등이 참석했다.

6일 서울 종로구 재정개혁특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 위원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 최정동 기자

6일 서울 종로구 재정개혁특위 대회의실에서 열린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홍장표 소득주도성장특별위원회 위원장이 인사말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홍 위원장, 김동연 경제부총리, 홍영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정해구 정책기획위원장. 최정동 기자

소득주도 성장 특위는 시장소득 개선과 소득재분배 등 2개의 소위원회 아래 노ㆍ사ㆍ정 대표와 전문가 등 27명이 참여한다. 이들은 가계소득 증대, 지출 경감, 사회안전망 확충 등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차질 없이 추진하기 위한 구체적인 정책 과제를 발굴한다는 방침이다.

벌써부터 소득성장특위를 둘러싼 회의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이유가 있다. 문재인 정부 들어 중요 정책을 관장하기 위한 위원회 설립은 처음이 아니다. 일자리위원회, 재정개혁특별위원회가 대통령 직속으로 만들어졌다. 하지만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문재인 정부가 ‘일자리 정부’를 표방했던 만큼 일자리위원회는 설립부터 큰 주목을 받았다. 하지만 고용 상황은 나아지기는커녕 오히려 최악으로 치닫고 있다. 지난해 월평균 32만명이던 취업자 증가 규모가 올해 2월부터 10만명 수준으로 뚝 떨어지더니, 지난 7월에는 취업자 증가 폭이 5000명에 그쳤다. “‘고용 쇼크’를 넘어 ‘고용 재앙’이 벌어진 동안 일자리위원회가 도대체 무엇을 했냐”라는 목소리가 제기됐다.

재정개혁특별위원회 역시 뚜렷한 존재감을 보이지 못했다. 재정개혁특위가 마련한 종합부동산세 개편안은 정부 안에서 일부 반영됐으나 사실상 무용지물이 될 판이다. 여권에서 종부세 강화방침을 들고나와서다. 이해찬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달 30일 “3주택 이상이거나 초고가 주택에 대해선 종부세 강화를 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가 다음 주에 내놓을 추가 부동산 대책에는 정부 안보다 더 강화된 종부세 개정안이 나올 전망이다.

재정개혁특위는 또 정부에 금융소득 종합과세의 기준선을 현행 2000만원에서 1000만원으로 내리라고 정부에 권고했지만 기재부는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대통령 직속 위원회와 정부의 방침이 엇갈리며 혼선만 키웠다는 지적이 나왔다.

소득주도성장특위 역시 이런 위원회의 전철을 가능성을 밟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책의 근본적인 수정 없이 단순히 위원회만 구성한다고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다”라며 “오히려 ‘옥상옥’ 역할을 하는 위원회가 생기면 정책 혼선만 가중될 수 있다”라고 말했다.

실제 소득주도성장특위 출범 첫날부터 김동연 부총리와 홍장표 위원장이 이견을 드러내며 소득주도성장특위의 갈 길이 험난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김동연 부총리는 “소득주도성장은 시장 친화적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소득주도성장 정책이) 시장에 부담을 준다거나 반기업적이어선 안 된다”라며 “시장 수용성을 감안해 우선순위나 정책 강도를 조절해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소득주도성장 설계자’로 불리는 홍장표 위원장은 다른 견해를 내비쳤다. 홍 위원장은 “한국 경제를 이끌던 수출 대기업의 낙수효과에 의존한 경제성장 패러다임은 한계에 봉착했다”며 “소득주도성장은 우리가 택할 수 있는 여러 선택지 중 하나가 아니라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반드시 가야 할 길”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정부가 시장 규칙을 바로잡고 사회안전망과 복지를 강화해 소득분배를 개선해야 한다”며 “이미 발표된 소득주도성장 정책을 더욱 세밀하게 가다듬고 구체화하겠다”고 설명했다.

세종=하남현 기자 ha.namhy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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