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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판 ‘복면가왕’ 일본판 ‘굿닥터’가 잘나가는 이유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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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내년 1월 방송 예정인 미국판 ‘복면가왕’. 한층 커진 무대와 화려한 의상으로 기대를 모은다. [사진 FOX]

내년 1월 방송 예정인 미국판 ‘복면가왕’. 한층 커진 무대와 화려한 의상으로 기대를 모은다. [사진 FOX]

“미국 LA의 태국 음식점에서 밥을 먹고 있는데 딸이 ‘아빠, TV 좀 봐봐’ 하더라고요. 고개를 들어보니 식당에 있는 모든 사람이 TV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있는 거에요. 바로 스마트폰으로 검색해 보니 ‘복면가왕’ 인기가 어마어마하더라고요. 그때 직감했죠. 아, 이건 사야 돼. 틀림없이 미국 시청자들도 좋아할 거야.”

한류 새 출구로 떠오른 포맷 수출 #프로그램 구성안도 훌륭한 자산 #아시아 콘텐트에 대한 수요 늘어

내년 1월 미국 FOX에서 방송하는 미국판 ‘복면가왕(The Masked Singer)’이 탄생하게 된 일화다. ‘아메리카 갓 탤런트’ ‘딜, 노딜’ 등 인기 리얼리티 프로그램을 제작해온 크레이그 플레스티스 스마트독미디어 대표는 지난해 우연히 태국판을 보고 한국 MBC의 원작을 찾았다. “넌 해고야(You’re fired)”란 유행어로 트럼프를 대통령 이전에 TV스타로 만든 ‘어프렌티스’도 NBC 시절 그의 손을 거친 작품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 주관으로 4~7일 서울에서 열린 국제방송영상마켓(BCWW)에 기조연설자로 참석한 플레스티스는 “영화 ‘크레이지 리치 아시안스’의 성공과 방탄소년단의 활약만 봐도 지금 전 세계가 아시아 콘텐트에 얼마나 관심이 많은지 알 수 있다”며 “한국 입장에선 앞으로 6개월이 미국뿐 아니라 세계 시장에 진출할 적기가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BCWW에서 가장 많은 관심을 받은 것 역시 K포맷이다. 2016년 8월 미국 지상파 NBC에서 방송된 미국판 ‘꽃보다 할배(Better Late Than Never)’가 올 초 시즌2까지 이어지며 한국 예능 포맷이 단발성 아닌 장기적으로 활용될 가능성을 보여준 덕분이다. 드라마 ‘굿닥터’의 미국판 역시 현지 지상파 ABC에서 오는 24일 시즌2 방영을 앞두고 있다. 일본판 ‘굿닥터’도 현재 후지TV에서 13%대 시청률을 기록하며 호평받고 있다.

해외 제작자들이 꼽는 K포맷의 매력은 독특함. 플레스티스는  “좋은 포맷은 20초 안에 설명할 수 있는 차별화된 특징이 있어야 한다”며 “‘아메리카 갓 탤런트’ 파일럿을 봤을 때 가장 좋은 게 탈락자에게 뜨는 ‘X’ 표시였다면, ‘복면가왕’은 가면이었다”고 말했다.

지난달 공개된 미국판 예고편은 가면에 들인 공이 두드러진다. 피부색이 드러나지 않게 전신을 뒤덮은 가면도 등장한다. 플레스티스는 “그래미 수상자 등 초호화 출연진을 구성했다”며 “제작부터 방송까지 간격이 길어 보안 유지에 극도로 공을 들였다”고 밝혔다. 그는 “요즘은 특정 연령대를 겨냥한 프로그램이 많아 규모를 키우기 어려운데 한국엔 8세 아이부터 80세 노인까지 함께 볼 수 있는 가족친화적 포맷이 많은 것이 매력적”이라며 “현재 포맷을 2~3개 정도 더 구매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일본판 ‘굿닥터’는 우에노 주리와 야마자키 켄토가 주연을 맡아 호평을 받고 있다. [사진 후지TV]

일본판 ‘굿닥터’는 우에노 주리와 야마자키 켄토가 주연을 맡아 호평을 받고 있다. [사진 후지TV]

드라마는 나라별 차이에 따라 각색의 비중도 크다. 일본판 ‘굿닥터’를 제작하고 있는 후지TV의 구보타 사토시 PD는 “2년 전 일본판 ‘미생(HOPE)’을 만들 때는 비정규직·취업난 등이 사회적 문제로 떠오른 한국 상황과 달라 각색이 힘든 측면이 있었지만 ‘굿닥터’는 한결 수월했다. 시즌2도 긍정 검토중”이라고 밝혔다. 의료물이나 수사물 같은 장르물은 이미 확립된 공식이 있어 현지화가 쉬웠다는 얘기다.

이야기의 확장 가능성 역시 중요한 요소다. ‘굿닥터’ 판매를 이끈 유건식 KBS방송문화연구소 연구원은 “소아과를 배경으로 펼쳐지기 때문에 의료 사례에 따라 얼마든 이야기를 늘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사토시 PD는 “기존 지상파뿐만 아니라 케이블, 스트리밍 플랫폼 등 다양한 업체가 제작에 뛰어들면서 원활한 공급을 위해서라도 더 많은 원작에 관심을 갖게 될 것”이라며 “이는 일본과 한국뿐 아니라 해외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일본 드라마, 특히 후지TV 원작은 6월 종영한 MBN ‘리치맨’과 다음달 방영을 앞둔 KBS2 ‘최고의 이혼’, tvN‘하늘에서 내리는 일억개의 별’ 등 올해에만 3편이 방영될 정도로 쌍방향 교류가 활발하다.

민경원 기자 storym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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