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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만의 흉어|명태·오징어가 안 보인다|성어기에 한숨짓는 「황금어장」긴급진단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성어기에 고기가 안 잡힌다. 겨울에 접어든 예년 이맘때면 명태잡이로 파시를 이루던 동해대화퇴와 울릉도의 오징어잡이가 흉어의 그늘에 깊게 가려있다. 또 전남연근해와 동중국해 어장의 갈치 어황도 마찬가지며 서해안도 홍어와 새우어장이 형성 안 돼 어민들은 한숨짓고 있다.
게다가 출혈조업에 견디다 못한 어민들이 너도나도 배를 팔려고 내놔도 살 사람 없어 도시인부로 어촌을 떠나는 등 「제철흉어」로 비상이 걸렸다. 이는 이상난류성 조류가 계속 뻗친데다 가뭄으로 바닷물 염도가 높아져 어군이 흩어지고 있기 때문. 수산당국은 이상조류가 앞으로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고있어 어민들의 주름이 깊어지고 있다.

<동해안>
『한참 북적대야할 어판장이 텅 비어있으니 어민들의 생계가 오죽하겠읍니까.』
동해안 명태잡이 전진기지인 고성군 거진·속초·주문진항 어판장.
거진항 어민 박종길씨(53)는 『풍어를 잔뜩 기대하고 60만원을 들여 명태잡이 출어준비를 해놓았으나 벌써 두 달째 명태구경을 못하고 있다』고 한숨지었다.
지난 여름과 가을의 오징어와 잡어잡이도 신통치 않은데다 겨울명태잡이마저 흉어로 거진항의 경우 90여척이 닻을 내린 채 항구에 발이 묶여있다.
고성군 관내에서 올 들어 잡은 명태는 4천3백t, 22억4천만원.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의 6천t, 32억4천만원에 비해 어획량은 71%선에 머무르고 있다.
특히 이중 10월 성어기 이후 어획은 극히 부진해 작년에는 하루 최고 2백t에 달했던 것이 올해는 13t이 고작.
속초·주문진 등 동해안전체로도 성어기에 접어든지 2개월이 되도록 잡힌 명태는 지난해 1만5천t에 비해 가위 비길 수 없는 1천t에 불과하다.
이 같은 흉어로 명태값은 20마리 1두름(6∼7kg)에 최고 4만5천원으로 작년 6천∼7천원보다 7배 이상 뛰었으나 사기조차 어려운 실정.
이 때문에 거진항 일대 80여개의 황태(황태) 덕장이 텅텅 비어 일부 덕장에서는 부산·묵호 등에서 들어오는 북양명태를 사다 말려 「염전에서 소금을 사 쓰는 격」이다.
어부 이정만씨(43·거진)는 『이 같은 제철명태흉어는 30년 만에 처음』이라며 발을 굴렀다. <권혁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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