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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e글중심

'앙기모띠', '보이루'... 유튜브 규제 공백에 아이들이 병든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손으로 전화 받는 동작을 취해보세요. 아마 대부분의 독자분들은 엄지와 새끼 손가락으로 수화기를 만들어 귀에 갖다 대셨을 겁니다. 흥미로운 사실은 요즘 아이들은 손가락을 모두 펴고 손바닥을 귀에 갖다 댄다는 겁니다. 아기 때부터 스마트폰과 태블릿을 비롯한 스마트기기를 사용하면서 자란 세대에서 보이는 새로운 세대 차이입니다. 스마트폰 시대에서 가장 주목받는 매체는 단연 유튜브(YouTube)입니다. 세계적인 동영상 시장 ‘공룡’ 유튜브는 국내에서도 시장점유율 85%를 차지해 압도적인 1위를 지키고 있습니다. 기존 방송 매체와 달리 누구나 자신의 입맛에 맞는 콘텐트를 찾을 수 있다는 점이 남녀노소 구분 없는 인기를 끄는 요인으로 보입니다.

인기 있는 유튜버들은 연예인 못지 않습니다. 실시간 방송을 할 때마다 수만 명의 팬들이 시청하고 억대 수익을 벌어들여 화제가 되기도 합니다. 하위문화였던 인터넷 방송이 인기를 얻으면서 주류 방송매체에서 유튜버들을 모셔오기도 합니다.(JTBC 랜선라이프) 특히 디지털 네이티브(디지털 환경을 태어나면서부터 생활처럼 사용하는 세대)인 요즘 초등학생, 중학생들은 유튜브 세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아기 때부터 유튜브에서 유아용 동영상을 보면서 자라고, 궁금한 것이 생기면 유튜브에서 ‘~하는 법’을 검색한다고 합니다. 스마트폰 하나면 누구나 방송을 할 수 있는 데다가 성공하면 엄청난 인기와 수익을 얻을 수 있다 보니 장래희망이 유튜버라는 아이들도 늘고 있다고 합니다.

유명 유튜버 &#39;철구&#39;의 채널. <인터넷 캡쳐>

유명 유튜버 &#39;철구&#39;의 채널. <인터넷 캡쳐>

문제는 이처럼 사회적 영향력이 큰 유튜브에 대한 적절한 규제가 미흡해 아이들이 유해한 콘텐트에 그대로 노출되고 있다는 겁니다. 요즘 교실은 유튜브에서 시작된 기상천외한 유행어들로 몸살을 앓고 있습니다. ‘앙기모띠(일본 성인물에서 유래한 말로 일본어 ‘기모찌('気持ち良い)’에서 변화해 기분 좋다는 뜻으로 통용)’, ‘응, 아니야(상대방의 말을 무시할 때 쓰는 말)’, ‘보이루(여성의 성기를 지칭하는 말과 하이루의 합성어로도 쓰임)’ 등 불건전한 언어습관이 난무합니다. 초중생에게 가장 인기 있다는 유튜버들의 영상을 찾아보니 말끝마다 욕설이 따라 붙고, 윽박지르는 모습은 물론 물리적 폭력도 여과 없이 노출돼 있었습니다. 가장 뜨거운 콘텐트 중 하나인 게임 방송도 문제가 심각합니다. 전쟁 게임인 ‘배틀그라운드’나 살인마가 돼 사람을 죽이는 ‘데드 바이 데이라이트’ 등 19세 이상 이용가 게임을 하는 영상을 초등학생들도 아무 제재 없이 볼 수 있습니다.

어느 초등학교의 금지어 목록. <온라인 커뮤니티>

어느 초등학교의 금지어 목록. <온라인 커뮤니티>

이런 실태에도 불구하고 현재 이를 막을 법적 규제는 없습니다. 규제 공백 속에서 아이들은 이미 병들고 있습니다. 초등학생들 사이에서 유행해 논란이 된 ‘엄마 몰카(엄마를 몰래 촬영한 동영상을 유튜브에 업로드하는 행위)’가 그 증거입니다. 유튜브 측은 유해 콘텐트에 대해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이용자들의 신고 접수를 통해 대응한다”는 입장이지만, 몇 번씩 채널을 정지·삭제해도 문제가 된 유튜버들은 새 계정을 개설해 버젓이 활동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맘카페에서는 유튜브의 악영향에 대한 우려를 쉽게 찾아볼 수 있습니다. 아이가 유해한 영상을 보지 못하게 집에서 단속하더라도 결국 학교와 학원에서 보고 배워오니 “아이 낳기 무서운 세상”이라는 말까지 나옵니다. 시대에 맞는 정부 차원의 적극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해 보입니다.e글중심(衆心)’에서 더 다양한 네티즌들의 목소리를 들어봅니다.

* 어제의 e글중심 ▷ 국위선양해야 병역특례? 여전한 개발연대의 추억

* e글중심(衆心)은 '인터넷 대중의 마음을 읽는다'는 뜻을 담았습니다.

* 커뮤니티 글 제목을 클릭하시면 원문을 볼 수 있습니다.
* 반말과 비속어가 있더라도 원문에 충실하기 위해 그대로 인용합니다.

#클리앙

"사촌동생 한 놈이 초등학교 2학년인데 핸드폰으로 진짜 유튜브 겜방을 달고 삽니다. 그런데 욕 엄청 나오는 방송 보는데 지켜보던 큰 이모가 "대체 뭔데 욕이 이렇게 나오냐" 라는 말도 하시고 그 사촌동생 놈은 그 방송에 나오는 언어들 막 따라하거나 제 앞에서 말하다가 저한테 혼나기도 하고. 심지어 그 나이에 하면 안되는 상당히 잔인한 게임(노비타의 바이오하자드)도 깔아달라고 조르더라구요. 또 어느 겜방이 했었는지 .. 결국 큰이모가 깔아주지 말래서 안 깔았지만. 예전에도 지켜보고 있었지만 겜방이 아직 정신이 덜 성숙한 아이들한테는 그리 좋은 영향을 주진 않는 거 같아요.

ID’하루룽‘

#네이버

“반팅도 공부도 숙제도 컴으로 내주니 스마트폰을 안 줄수도 없고.. 19세 이하는 폴더 폰만 순수 전화기능으로만 사용하게 막아놓던 해야지. 요즘 초등생도 부모 말 안 들어 스마트폰과의 전쟁이 쉽지 않다.”

ID ‘mybl****’

#다음

“새로운 세계인거지 뭐. 이미 폰만 들여다본다고 못마땅하게 여기는 순간 꼰대가 되는 세상. 교통 통신의 발달이 생활권을 크게 넓히고 지구촌을 만들었듯이 소셜 미디어와 유튜브는 물리적 공간에 상관없이 정신적인 유대를 가능하게 하는 기술적 혁신이고 새로운 생태계가 아닐까.. 그냥 늙은이들이 적응 못한다는 취급을 받겠지”

ID’임금‘

#82쿡

“엄마가 설정해놓은 앱 숨김 기능 학교 가서 착착 풀고 유튜브 깔아서 보고 싶은 거 실컷 보고 집에 들어갈 때 싹 지우고 다시 앱 숨김 기능 원래대로 돌려놓고. 우리 애 폰은 인터넷 안 터지는 폰이다! 학교 와서 터지는 친구 폰 가지고 온 애들이 다 돌려봅니다. 또 와이파이 셔틀이라는 신종 왕따, 들어보셨나요? 사실 내 애만 단속한다고 될 일도 아니에요. 24시간 엄마가 옆에 있는 게 아니니까요. 정말 프랑스처럼 법적으로 금지시켜야 하는 날이 오는 듯 하네요.“

ID ‘답답해’

#루리웹

“어렸을 때 부모님세대가 만화책 불태우고 오락실은 불량 청소년의 온상지라고 탄압하던거랑 같은 맥락이라고 봅니다. 세대가 바뀌면 노는 방식도 바뀌는거죠. 그리고 아이들은 항상 어른들을 모방하면서 자라는거기 때문에, 아이들에게 문제가 있다면 모방의 대상이 되는 어른들의 문제인 경우가 더 크죠. 철X같은 쓰레기들 그냥 놔두는게 문제인거지 그런 수준 이하 스트리머들 없어지면 아이들도 좋은 스트리밍 문화 즐기게 할 수 있습니다.”

ID ‘Aile·De·Lumi·re’

#엠엘비파크

“제가 많이 놀란 것이 요즘 중,고등학생들은 TV 거의 안보고 유튜브가 메인 미디어라고 하더군요. 거기에 지금 초딩들은 더하죠. 제 친구가 초등학교 교사인데 초등학생들 사이에서는 BJ보겸이 거의 대통령급 이라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여교사들이 BJ보겸을 그렇게 싫어한다네요. 애들이 자꾸 보겸보겸 거려서. 내 취향에 맞게 편성돼서 나오는 유튜브에 빠지는 게 어찌보면 당연하고 그게 가속화 될 거라고 생각하긴 하는데 다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ID ‘MVP추’

#보배드림

“제가 한창 스마트한 20대 시절에 슬금슬금 나오던 것들인데.. 세상에 병신들 많구나.. 카메라 앞에서 혼자 쇼를 하네 ㅋㅋ했었는데..그런데 요샌 BJ라고 불리고, 10억쯤은 우습게 벌어들이는 사람들도 많고 요즘 초딩 꿈은 유튜버가 1위네요.. 집에 가서 맥주 한잔 하면서 티비 트시죠? 요새 애들은 안 그럽니다. 유튜브를 봐요. 10년 뒤, 20년 뒤가 궁금해지네요.ㅎㅎ“

ID ‘굳럭12340’


정리: 김혜원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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