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반도체 기흥공장서 이산화탄소 유출로 1명 사망, 2명 중상

중앙일보

입력

삼성전자 반도체 부분 기흥사업장에서 이산화탄소가 유출돼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했다.

4일 삼성 기흥공장서 이산화탄소 유출 #소방 관리 협력업체 직원 1명 사망, 2명 중태 #이산화탄소가 단시간에 많은 양 유출 된 듯 #경찰·소방당국 현장 출동해 공동대응 중

4일 삼성전자와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후 1시55분쯤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6-3라인 지하 1층 기계실에서 이모(25)와  김모(55)씨, 주모(27)씨  등 3명이 쓰러진 채 발견됐다.
기흥사업장 자체 소방대가 현장으로 출동해 이들을 인근 병원으로 옮겼지만 A씨는 1시간 40여분만인 오후 3시43분쯤 숨졌다. B씨 등 2명도 의식을 회복하긴 했지만, 중태다.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전경. [사진 삼성전자]

삼성전자 기흥사업장 전경. [사진 삼성전자]

숨진 이씨 등 3명은 모두 창성에이스산업 소속이다. 이 회사는 시설 유지·보수 업체로 삼성전자 기흥사업장의 협력사다. 실내 자동소화기에 대한 설치·제작·관리를 담당하고 있다고 한다.

이 업체는 4개월 전부터 기흥사업장의 오래된 소방시스템 감지기 교체 작업을 벌여왔다. 당시 현장엔 창성에이스산업 소속 직원 15명이 오전 9시부터 투입됐다. 이씨 등 3명은 지하 1층에서, 나머지는 다른 곳에서 일했다.
다른 근로자들이 물건을 옮기던 과정에서 쓰러진 이씨 등을 발견하고 신고한 것으로 확인됐다.
한 업계 관계자는 "협력사 직원들이 오래된 자동소화기에 대한 점검 작업을 하던 중 밀폐된 공간에서 이산화탄소가 유출되면서 사고가 발생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4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사업장 이산화탄소 유출 사고 현장 인근에서 소방차가 드나들고 있다. [뉴스1]

4일 오후 경기도 용인시 삼성전자 반도체 기흥사업장 이산화탄소 유출 사고 현장 인근에서 소방차가 드나들고 있다. [뉴스1]

경찰과 소방당국은 지하 1층에 있던 소화설비용 이산화탄소 저장창고에서 문제가 생긴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창고에는 50㎏짜리 소화용 액화 이산화탄소 탱크 133개가 저장되어 있다. 이 탱크는 배관 7개와 연결되어 있는데 이 중 한 개 배관이 터졌다는 것이다.
문제는 이 배관에 연결된 이산화탄소 탱크가 119개에 이른다는 것이다. 이산화탄소가 다량 유출되면서 이씨 등이 사고를 당했다고 경찰은 설명했다.

통상 전기실이나 전산실 같은 작업장에는 스프링클러 등으로 물이 뿌려지면 안 되기 때문에 이런 가스 소화설비를 설치한다.

특히 반도체 작업장은 수십여 가지의 유독성 가스 화학물질이 있기 때문에 소화 설비에 대한 점검 작업을 자주 진행한다. 이번에 유출 사고가 발생한 6-3라인 작업장은 기흥사업장에서도 지어진 지 20년 이상 된 구형 라인에 속한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사업장에서 소화용 이산화탄소가 유출돼 20대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반도체 부문 사업장에서 소화용 이산화탄소가 유출돼 20대 협력업체 직원 1명이 숨지고 2명이 부상했다. [연합뉴스]

삼성전자 측은 일단 자체 소방 시설로 사고를 수습했다. 이후 이씨가 사망하자 산업안전시행규칙에 따라 고용노동부에 신고하고 경찰과 소방 등에 알렸다.
경찰과 소방당국은 정확한 사고 원인과 이산화탄소 방출량 등을 조사하고 있다.

삼성전자 측은 이번 사고 소식을 알리면서 "관련 부처의 사고 조사에 성실히 임하겠다"는 입장을 냈다.

이재명 경기지사는 자신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현장에 특수대응단을 포함한 소방인력을 투입해 상황을 파악하고 유해 여부 조사 및 확산방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며 "삼성반도체 기흥사업장을 긴급조사를 해 사고 원인을 규명하고 발생 이후 대처 과정에 문제는 없었는지 면밀히 파악하겠다"고 밝혔다.

하선영 기자, 수원= 최모란 기자 dynamic@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