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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총 3조 맥쿼리인프라 군침? 운용사 둘 법정다툼까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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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국내 유일의 상장 인프라펀드인 맥쿼리인프라펀드(MKIF)의 운용권을 놓고 두 자산운용사가 치열한 힘겨루기를 벌이고 있다. ‘도전자’ 측은 ‘주주 행동주의의 발로’라고 주장하는 반면, ‘방어자’는 상대의 행동을 ‘알짜 펀드 운용권을 탐낸 무리수’라고 깎아내리고 있다. MKIF에서는 도대체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주총 의결권 취득 플랫폼파트너스 #“맥쿼리자산운용, 운용서 손 떼라” #맥쿼리운용은 의결권 금지 신청 #“플랫폼, 대차거래로 지분 늘려”

MKIF는 2002년 설립된 시가 총액 3조1000억원 규모의 대형 펀드다. 인천국제공항 고속도로, 용인~서울고속도로, 우면산터널, 백양터널 같은 ‘알짜’ 자산을 보유 및 관리하면서 이를 통해 안정적 수익을 올리고 있다. 사회기반시설(인프라) 투자 펀드로는 대규모에 국내에서 유일하게 증시에 상장된 인프라 펀드다. 배당률도 높아 개인 투자자는 물론 기관 투자자도 많이 투자하고 있다.

문제가 발생한 건 석 달 전이다. 자산운용사인 플랫폼파트너스는 지난 6월 “MKIF 지분 3.12%(의결권이 있는 주식 기준)을 보유하고 있다”고 밝힌 뒤 MKIF 이사회에 주주총회 개최 요구서를 발송했다. 이 업체는 “펀드를 운용하는 맥쿼리자산운용이 과도한 보수와 수수료를 챙겨왔다. 운용 보수를 인하하고 운용사를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맥쿼리자산운용이 12년간 전체 분배금의 32.1%(5353억원)를 보수로 가져간 것을 문제 삼은 것이다.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맥쿼리자산운용은 세계 최대 인프라 부문 자산운용사로 꼽히는 호주계 맥쿼리그룹의 한국 법인으로 2002년부터 MKIF 설립·운용을 도맡아왔다. 여기에 반기를 든 플랫폼파트너스는 2015년 설립된 운용 자산 5000억원 규모의 국내 자산운용사다. 그동안 엘리엇이나 소버린 같은 외국계 헤지펀드가 선제공격을 하고, 국내 기업이 방어하는 일은 드물지 않았다. 하지만 국내 업체가 공격을 하고 외국계 기업이 방어하는 정반대의 양상은 드물었기 때문에 이 사안은 비상한 관심을 모았다.

플랫폼파트너스는 ‘주주 행동주의’ 투자 방식을 취했기 때문에 더 큰 주목을 받았다. 주주 행동주의는 특정 기업의 지분을 미리 대량으로 사들인 후 사업 개편, 구조조정, 경영진 교체 등을 요구하며 지분 가치를 높이는 투자 방식이다.

효과도 있었다. 플랫폼파트너스의 지적 이후 맥쿼리자산운용은 기본 보수를 지금보다 8% 낮추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플랫폼파트너스는 “유사 펀드 대비 10배에 달하는 고액 보수를 받는 만큼 보수 조정안이 주주의 기대에 크게 못 미치는 수준”이라며 평가절하했다.

이후 양측의 대립은 더욱 고조돼 법정 다툼으로까지 번졌다. 맥쿼리자산운용은 지난달 31일 “플랫폼파트너스 등 3개사가 주식 대차거래를 통해 불법적으로 임시 주주총회 의결권을 취득했다”며 이들 3개사에 대한 주식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냈다. 주식을 대규모로 빌렸다가 다시 갚는 불법적 수법으로 주총에서 자신에게 유리한 표를 던질 우호 지분을 늘렸다는 게 가처분 신청 이유다.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플랫폼파트너스 등은 의결권을 행사하지 못하게 돼 맥쿼리자산운용의 ‘수성’으로 사태가 종결된다. 하지만 가처분이 받아들여지지 않으면 예정대로 표대결이 이뤄져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게 된다. 이에 대해 3일 플랫폼자산운용은 “맥쿼리자산운용의 근거 없는 비방에 대해 법률대리인을 통해 강력 대응할 것”이라며 맞소송 등 조치를 예고했다. 양측 다툼이 진흙탕 싸움으로 번질 가능성이 커진다는 뜻이다. 한 자산운용업체 관계자는 “주총이 임박한 상황에서 주식 대차거래가 있었다는 증거를 찾아내기가 어려운 만큼 맥쿼리자산운용측의 승리를 장담하긴 어렵다. 더구나 플랫폼파트너스가 맞소송을 예고한 상태라 주총 결과와 관계없이 장기전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조현숙 기자 newea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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