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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처 산하 연구소도 노사분규 "회오리", 14일부터 파업태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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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과기처 산하 정부출연 연구기관이 지난 봄에 이어 또다시 노사문제로 진통을 겪고 있다. 과학기술원·전자통신연구소·인삼연초연구소 등 연구노조들은 이미 쟁의발생 신고를 내놓아 교섭이 여의치 못하면 14일부터 연쇄적인 파업도 우려된다. 에너지연구소 등 나머지 연구소도 노사교섭을 벌이고 있어 그 결과에 따라 진통이 예상된다.
더욱이 이번 쟁의는 노조가 정부 상대의 연대투쟁을 다짐하고 있어 사태는 더욱 복잡하다. 쟁점은 89년도 임금협상과 인사제도에 대한 불만으로 집약된다. 직급간의 임금격차가 큰 것도 한 요인이다.
연구노조는 89년도 임금을 3∼5%로 억제하는 것은 11.5%로 예상되는 물가 상승률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특히 하위직 연구원들은 임금정책을 강력히 규탄하고 있다. 노조 측은 지난 몇 년간 정부의 임금인상 억제방침으로 하위직의 경우 동일직종 회사 등 다른 기관보다 임금이 떨어지는 추세여서 박사학위 소지자를 비롯, 연구원들의 사기와 의욕이 저하되어왔다고 주장한다.
또 직급간의 임금차가 큰 것도 쟁의요인의 하나다.
이에 따라 과학기술원·개발연구원·정신문화연구원 등은 지난달 11일 공동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연대투쟁을 결의했다.
연구노조는 이밖에 안정적인 인건비를 정부로부터 받지 못해 결국 연구 수탁자나 연구비 제공 기관에 의존해 연구의 자율성을 해치고 있다고 강조한다.
이에 대해 연구소 측은 임금은 정부 예산과 사업비에서 정해지는 것으로 노조가 주장하는 일률적인 인상은 불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따라서 연구소와 노조의 교섭은 처음부터 합의되기 어려운 바탕을 깔고 있다.
인사문제도 비슷하다. 연구원들이 개선을 바라는 것은 불안정한 계약제와 승진지체, 직종과 직급간의 위화감.
연구소 요원은 연구원·행정원·기능원으로 구분되며 직급은 원급→선임→책임급으로 나눠진다. 또 연구소 성격상 상당수의 연구원이 계약·위촉으로 돼 있어 신분보장이 안되고 있다는 것.
연구소가 박사급 중심으로 운영돼 일반 연구원이 승진하려면 때에 따라 9년이 걸린다.
또 연구소의 운영과 인사가 정부의 지침과 준칙에 묶여 경직되고 자율적으로 운영되지 못하고 있는 것이 큰 모순이라고 주장한다. 연구소는 관료적인 체제에서 벗어나 연구소 본래의 분위기를 되찾는 것이 중요하다.
노조 측은 이런 문제가 연구소 단독으로 해결될 수 없다고 보고 정부 상대의 연대 투쟁을 다짐했다.
특히 예산권을 쥐고있는 경제기획원이 협상대상이라고 보는 과학기술원과 인문사회연구소가 공동으로 쟁의에 나서고 있다.
이런 연구노조의 주장에 대해 과기처는 보수체계·인사운영 등을 전면 재검토하는 작업에 들어가 내년 초까지 개선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과기처는 연구소가 봉급수준이 낮은 것은 아니지만 직급간의 심한 임금격차로 하위직이 상대적 빈곤감을 느끼고 있으며 계약제·내부 승진기회 등에 불만이 있다고 보고있다.
특히 출연 연구소는 노사관계가 노사와 정부의 삼각관계여서 재정과 운영의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이에 따라 과기처는 해결책을 마련키 위해 서울대 등에 연구용역을 의뢰해놓고 그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인사제도 개선 ▲직종·직급별 새 보수표 ▲인센티브제도 등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장재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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