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 한참 어려도 도련님···왜 남편 동생만 올려부를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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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운데 학교 내 양성평등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양성평등 의식이 향상되는 효과가 확인됐다. [연합뉴스]

가운데 학교 내 양성평등 교육 프로그램을 통해 학생들의 양성평등 의식이 향상되는 효과가 확인됐다. [연합뉴스]

남편 동생은 '도련님, 아가씨'로, 아내 동생은 '처남, 처제'로 부른다. 별 생각없이 관습대로 이렇게 호칭한다. 한 쪽은 존칭이고, 다른 쪽은 그렇지 않다.

여성가족부 성차별 호칭 개선키로 #아내 동생은 처남·처제 #남편 동생은 나이 어려도 존칭 #혼인 외 출생자, 계모의 자녀 조항 삭제

여성가족부가 이같은 가족 간 성차별적 호칭을 개선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정부는 31일 사회관계장관회의 열어 제 3차건강가족기본계획(2016~2020) 보완 방안 확정했다. 평등하고 민주적 가족 문화 조성에 초점을 맞췄다.

김숙자 여성가족부 가족정책과장은 "남편의 동생은 나이가 한창 어려도 '도련님, 서방님, 아가씨'로 존칭을 쓰고, 아내의 동생은 존칭을 쓰지 않는다"며 "도련님, 아가씨라는 용어가 잘못된 게 아니라 차별이 문제이기 때문에 개선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김 과장은 "아내는 남편의 집을 시댁이라 부르고, 남편은 아내의 집을 처가라고 한다. 이런 것도 차별"이라고 덧붙였다.

 국립국어원이 2016년 설문조사했더니 ‘도련님, 아가씨’, ‘처남, 처제’로 부르는 관행이 개선되어야 한다는 응답자가 65%였다. 김 과장은 "나이 든 사람은 별 문제의식 없이 받아들이는데, 젊은 층은 다르다. 시대의 변화를 반영하기 위해 공청회·방송토론회 등을 거쳐 의견을 수렴한 뒤 개선 권고안을 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이름을 부르거나 같이 존칭을 쓰는 등의 대안을 마련할 방침이다. 권고안이 사회에서 어느 정도 받아들여지면 국립국어원과 협의해 표준어를 변경하게 된다.

 여성가족부는 미혼모 아이가 엄마의 성과 본을 쓰고 있는데 아버지가 나타나면 아버지 성으로 바꿔야 하는데, 이때 아동의 의사를 존중해 변경 여부를 결정하기로 했다. 민법 개정을 추진한다.

출생신고서에 혼인 중 출생자, 혼인외 출생자로 표기하게 된 조항을 삭제한다. 대법원 예규 개정을 추진한다. 또 주민등록법을 바꿔 주민등록표에 '계부·계모·배우자의 자녀' 표시를 삭제하기로 했다. 다양한 가족 형태를 인정하는 데 걸림돌이 되는 불합리한 법·제도를 계속 발굴해 개선할 방침이다.

평등한 가족관계를 형성하고 가사 분담 문화를 확산하기 위해 빨래·청소·음식 준비 등 가사 노동 분담 정도를 보여주는 가족평등지수를 개발해 주기적으로 공표할 계획이다. 지금은 혼인신고할 때 자녀의 성·본 결정을 협의하는데, 앞으로 자녀 출생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한다. 재산의 부부 평등을 강화하기 위해 제도 개선 방안 연구에 착수한다.

 신성식 기자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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