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순택 삼성SDI 사장(사진)은 14일 임직원에게 보낸 'CEO 메시지'에서 '코뿔소론'을 들고 나왔다. 디스플레이 시장의 주도권을 놓고 액정표시장치(LCD) 진영과의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는 상황을 반영한 것이다. 그는 "코뿔소는 10m 이상 떨어진 물체를 볼 수 없을 정도로 시력이 나쁘지만 뛰어난 후각과 청각으로 위험한 상대를 감지한 뒤 시속 45㎞로 돌격해 쫓아 버린다"고 설명했다. 진화의 법칙과 자연의 선택 이론에 따르면 진작 도태됐을 법한 코뿔소가 당당히 살아남은 것은 이처럼 핵심 목표를 이룰 때까지 저돌적으로 덤비기 때문이라는 게 김 사장의 해석이다. 삼성SDI가 바로 이런 상황에 처했다는 것이다.
이 회사는 LG전자, 일본 마쓰시타와 함께 플라즈마 디스플레이 패널(PDP) 업계의 선두를 다투지만 최근 LCD 품목의 도약이 부담스러운 입장이다. LCD 업계 선두인 삼성전자와 LG필립스LCD는 40인치대 패널의 양산에 들어간 데 이어 내년 하반기부터는 50인치대 패널도 쏟아낼 예정이다. 값도 40인치 규모에선 거의 차이가 나지 않을 정도로 가격우위가 약해졌다. 시장조사기관인 디스플레이서치는 '2010년이면 TV 두 대 중 한 대는 LCD TV며, 40인치 이상 대형 TV 시장에선 LCD가 PDP 출하량을 앞지를 것'으로 내다봤다.
삼성SDI는 7300억원을 투입해 연간 300만장(42인치 기준)의 패널을 생산하는 4라인 건설에 들어갔다. 또 세계 1위를 지키는 수동형(PM)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에 이어 능동형(AM) OLED를 차세대 주력 제품으로 키우고 있다. 김 사장은 지난달 전용 라인에 4655억원을 투자를 결정하며 "AM OLED의 성공 여부가 회사의 미래를 좌우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양 제품인 브라운관에서 점차 손을 떼면서 PDP, AM OLED, 2차 전지를 중심으로 전반적인 구조 재편에 나선 상황이다.
김 사장은 "성경의 모세, 마케도니아의 알렉산더 대왕, 로마의 시저 등은 목표에 도달할 때까지 돌격을 멈추지 않은 인물들"이라며 "1%의 가능성도 희망으로 바꾸려는 의지가 있는 한 실패란 있을 수 없다"고 임직원들을 독려했다.
김창우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