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량 공해로 지리산 병든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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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끼어 들기 난장판 주차장이지 어디 국립공원입니까』 국립공원 제1호인 남녘의 지붕 지리산이 엉뚱하게 대도시 못 찮은 차량 공해 등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리산의 교통 몸살은 갈수록 악화, 등산·관광객들에게 산행의 상쾌한 기분 대신 짜증을 안겨주고 있다. 영산의 정기까지 자동차 소음과 매연으로 온통 망쳐지는 지경에 놓인 지리산.
역사의 현장으로 민족의 애환이 서린 이 명산이 차량 홍수 속에 찌들고 있는 것은 무턱 댄 천은사∼반선간 관광 도로 개설이 주범.

<도로 개설>
지리산의 심장부를 파헤치고, 도려낸 이 도로 (총 연장 24·3km, 너비 8m는 원래 군 작전용으로 지난 62년 뚫린 것.
전남과 전북·경남으로 구분되는 지리산 3대 권역 중 전남권에 속하는 이 길은 남부군 빨치산이 소탕된 후 그 동안 등산객들이나 가끔씩 이용해온 호젓한 오솔길이었다.
그러나 건설부가 지난 85년 느닷없이 관광 개발이라는 명분을 내세워 산허리를 잘라내고 봉우리를 까뭉개고 확·포장에 나선 것이 지리산 심장부를 교통 전쟁터로 뒤바꾸어 놓은 것.

<이용 차량>
지난해 9월부터 차량 통행이 허용되면서 이 도로의 교통량은 폭발적인 급증세를 보였다. 올 가을 관광 시즌의 경우 평일에는 하루 평균 5백여대, 주말엔 4천∼5천여대의 각종 차량들로 북새통을 이뤄 가위 대도시 간선도로의 교통 지옥 현상을 방불케 할 정도.
국립공원 관리 공단 지리산 남부 관리 사무소 집계에 따르면 올 들어 이 도로를 오간 차량은 10월말 현재 16만2천여대로 지난해 1만6천여대의 10배를 넘어선 실정.

<문제점>
건설부의 주먹구구식 주차장과 공중 변소 등 편의 시설 계획이 빗나가는 바람에 도로 확·포장에 따른 자연 경관 훼손의 1차적인 부작용은 차지하고라도 지리산 심장부의 교통 공해 등 후유증이 심각한 문제점으로 제기되고 있다.
태고의 신비가 감돌던 해발 1천1백m의 성삼재 일대는 관광 도로 개통 후 차량 홍수 속에 무질서한 주차 등으로 이미 난장판이 되어버렸다.
관광 도로 전체가 온통 차량으로 메워지는 극심한 교통 체증 현상 속에 접촉 사고도 빈발, 관광객들의 짜증을 더해주고 있으며 연쇄 충돌 등 대형 사고 위험까지 도사리고 있는 형편이다.
국립공원 관리 공단 측은 ▲셔틀버스 운행 ▲관광 계획 승인제 ▲서울대 연습림 지역을 벗어난 주차장 시설 등의 방안을 놓고 검토, 추진하고 있으나 이렇다할 묘안을 찾지 못한 채 헤매고있다.
이에 대해 전남도와 구례군은 지리산의 차량 공해가 갈수록 가속화, 관광 진흥은커녕 관광 분위기를 망치는 결과를 낳는 등 심각한 문제로 등장하자 주차장 설치를 위해 서울대 연습림 사용을 재고해 줄 것을 건의키로 한데이어 겨울동안 일반 차량에 대한 통행을 금지시키기로 했다. <지리산=임광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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