잦은 정무원 개편 당정 알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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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최근 북한의 행정 집행 기관인 정무원의 기구 개편 및 인사가 빈번히 이뤄지면서 분석가들은 당·정 사이에 구조적 모순이 표출되는 것으로 주목하고 있다.
정무원의 주요 개편은 지난 6월 건설 건재 공업 위원회를 건재 공업 위원회와 건설부로 분리하고 화학 및 경공업 위원회를 경공업 위원회와 화학 공업부로 각각 독립시켜 이에 따른 인사를 단행한 것을 들 수 있다.
이에 앞서 지난해 10월에는 금속 기계 공업 위원회가 금속 공업부 및 기계 공업부로 분리된 바 있다.
그런데 이는 85년11월에 유사 부처 통폐합 당시 단일 부서로 묶었던 것을 번복한 것으로 3년도 채 못돼 또다시 제자리로 돌아간 셈이다.
그뿐 아니라 6월의 기 구개편 및 인사에서 지난 2월 당시 국가 계획 위원장에서 해임됐던 홍성남을 다시 기용해 결국 국가 계획 위원장이 86년 이후 5차례나 바뀌는 난맥상을 보이고 있다.
지난 9월에는 또 노동행정부장과 체신부장이 교체됐다.
이때 노동행정부장으로 재기용된 채희정은 11월26일자로 외국과의 합작·합영 공장 문제를 전담하게될 합영 공업부가 설치되면서 불과 3개월만에 신설 부장으로 자리바꿈 했다. (합영 공업부의 신설로 정무원은 14개 위원회, 20개 부, 1개원으로 개편됐다)
이 같은 잦은 기구 개편과 인사는 87년부터 시작된. 제3차 7개년 계획을 달성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으로 볼 수도 있지만 당파 행정간에 수습하기 어려운 구조적 모순이 진행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으로 보인다.
북한 정무원은 72년 이른바 사회주의 헌법 하에서 종래의 내각에 대신해 국가 주권을 대표하는 「주석」과 국가 주권의 최고지도 기관인 「중앙인민위원회」와 더불어 신설돼 이들의 지휘 감독을 받는 행정적 집행 기구로 출범했다.
따라서 정무원은 모든 정치 권력을 장악한 노동당의 통제 아래 노동당 결정 사항만을 행정적인 방법에 의해 집행하도록 돼 있다.
당의 행정부에 대한 일방성은 제3차 5개년 계획과 관련, 나타나고 있다.
87∼93년까지의 이 계획은 지난해 4월 정무원이 수립해 채택된 것이다.
그러나 채택된지 불과 2개월 후에 노동당은 이 계획을 1년 반 남짓 단축시켜 92년의 김일성 80회 생일까지 조기달성, 수정토록 했다. 정무원의, 원안은 이에 따라 계획으로서의 유기성을 잃게 된 것이다.
최근의 이러한 잇단 정무원의 기구 개편 및 인사는 당이 정무원의 계획을 불신임하고 새로운 과제와 목표를 제시함으로써 비롯된다고 할 수 있다.
당이 정치적 판단에 의해 일방적으로 계획을 추진함에 따라 발생하는 부조와 무리는 자연 정무원에 대한 미봉적 인사와 기구 개편이라는 악순환으로 연결되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노동당은 3차 7개년 계획 실천과 관련, 최근 2차례의 중요 회의를 소집했다.
첫번째는 지난 2월 당중앙위원회 정치국 회의로 정권 수립 기념일인 9월9일까지의 「2백일 전투」를 결의한 것. 두번째는 3월의 당중앙 위원회 제6기 13차·총회로 「과학 기술 발전 3개년 계획」을 채택한 것이다.
이는 곧 「2백일 전투」라는 「속도전」 방식과 「과학 기술」 진흥을 두개의 축으로 해 제3차 7개년 계획의 조기 달성을 도모한 것이다.
이와 함께 당면 경제 목표를 성공적으로 앞당기기 위한 방편으로 북한은 1전략 산업의 1부처주의를 채택했다. 특히 취약 부분인 건재 공업 및 경공업에 치중하기 위해 신설 건설부와 화학 공업부는 위원회제를 배제해 중앙에서 해당 사업을 직접 관장, 강력한 추진을 시도하고 있다. 당의 주도는 정무원 산하 실무 테크노크라트의 창의성과 자발성을 위축시키게 될 것은 당연하다.
중국과 소련의 경우 사회주의 경제가 지닌 경직성을 깨기 위해 기본적으로 당의 지배로부터 행정부의 독립, 행정부의 지배로부터 기업의 독립을 보장하고 중앙 권력을 지방으로 분산하는 방향으로 경제 개혁이 추진되고 있다.
이에 비해 북한 정무원의 개편은 오히려 정반대쪽으로 이루어고 있는 것으로 볼 수 있다.
북한이 당 주도에 의해 부진한 경제를 되살려낼지는 지켜볼 일이지만 적어도 3차 5개년 계획이 달성되기까지 당·정의 간극은 더욱 확대될 가능성이 많은 것으로 보인다. <전택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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