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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 '비핵화 협상 결딴' 협박에…美 "한미훈련 더는 중단 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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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28일 국방부 기자회견에서 "더 이상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없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제임스 매티스 미 국방장관이 28일 국방부 기자회견에서 "더 이상 한미 연합훈련 중단은 없다"고 밝혔다. [AFP=연합뉴스]

제임스 매티스 미국 국방장관이 28일(현지시간) “더 이상 한ㆍ미 연합훈련을 중단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이 마이크 폼페이오 장관에게 보낸 편지에서 “비핵화 협상은 다시 위기에 처했으며 결딴 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고 CNN 방송이 보도한지 세 시간뒤 기자회견을 열어서다. 이 같은 북한의 핵ㆍ미사일 활동 재개 위협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폼페이오 장관의 방북을 전격 취소한 데 이어 대규모 연합훈련 재개 결정까지 밝힌 것이다.

CNN "김영철, 비핵화 협상 결딴날 것" 직후 회견 #北 핵ㆍ미사일 활동 재개 협박에 훈련 재개로 맞서 #내년 UFGㆍ독수리훈련은 "협상 지켜본 뒤 결정" #폼페이오 "북 비핵화 약속 이행 준비되면 만날 것"

매티스 장관은 이날 오전 국방부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한반도 연합훈련 중단 정책에 대해 얘기하겠다”며 “우리는 싱가포르 북ㆍ미 정상회담에 따른 선의의 조치로 몇몇 대규모 군사훈련을 중단했지만 현재론선 더 이상의 훈련을 중단할 계획은 없다”고 말했다. 그는 “우리는 국무장관과 긴밀하게 협력하고 있으며 그의 (외교적) 노력을 보강하기 위해 필요한 일은 분명히 하겠지만 현재 추가 중단에 대한 논의는 없다”고 거듭 밝혔다.

매티스 장관은 이어 “우리가 훈련을 중단할 때 몇개의 대규모 훈련은 중단했지만 나머지는 중단하지 않았다. 한반도에는 항상 진행 중인 훈련들이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여러분이 그것들에 대해 많이 듣지 못한 이유는 북한이 협상의 신의를 깨는 것으로 오해해선 안 되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지난 6월 싱가포르 정상회담 후속 조치로 한ㆍ미가 을지프리덤가디언(UFG)과 해병대 연합훈련(KMEP)을 무기한 중단한다고 발표한 반면 대대급 수준의 소규모 훈련을 계속 했던 것을 설명한 것이다.

그는 “과거와 달라진 게 뭐냐. 추가적인 훈련 중단 계획이 있었다는 거냐”는 질문에 “몇몇 훈련이 중단된 것은 트럼프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선의의 노력으로 이뤄진 것이며 만약 (대통령이) 지시한다면 (중단) 하겠지만, 현재로선 더는 중단할 계획이 없다”라고 밝혀 트럼프 대통령의 특별한 지시가 없을 땐 훈련을 진행한다는 의사를 밝혔다.

매티스 장관은 ‘내년 을지프리덤가디언 훈련과 독수리훈련, 북한 동계훈련 종료 시기에 맞춰진 모든 훈련을 진행하느냐“는 질문엔 “현재로선 아직 그에 대한 결정을 내리지 않았다”며 “국무부와 협의해서 결정할 것”이라고 여지를 남기기도 했다. 또 “훈련을 재개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말한대로 도발적인 전쟁연습이 되는 게 아니냐”는 물음에도 “우리는 훈련을 다시 재개하는 게 아니며 훈련을 멈춘 적이 없다”며 “우리가 선의의 노력으로 몇개 훈련을 중단했으며 북한과 협상 진행을 지켜보고 나서 어떻게 할지를 따져볼 것”이라고도 했다.

그는 “북한의 도발적 행동이나 협상에 불성실한 태도 때문이냐”는 데에는 “협상이 어떻게 진행되는지 지켜보자. 그런 질문조차 협상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협상이 계속되고 외교관들이 전진할 수 있도록 하자”며 말을 아끼기도 했다.

워싱턴의 외교소식통은 이와 관련 “매티스 장관의 발언은 최근 북한의 태도와 비핵화 협상 교착 상태에 대한 대북 경고 메시지 성격으로 보인다”며 “당장 대규모 훈련을 재개한다기 보다는 북한을 압박하고 폼페이오 장관을 측면 지원하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고 말했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5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취소하자 뉴욕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고위급 회담을 했다. [중앙포토, 연합뉴스]

마이크 폼페이오 미국 국무장관은 지난 5월 30일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싱가포르 정상회담을 취소하자 뉴욕을 방문한 김영철 북한 노동당 부위원장과 고위급 회담을 했다. [중앙포토, 연합뉴스]

폼페이오 장관은 이날 헤더 나워트 대변인을 통해 "미국은 평양 방문을 연기한 결정에도 불구, 김 위원장이 트럼프 대통령에게 한 북한을 완전하게 비핵화하겠다는 약속을 이행할 준비가 돼 있다는 것이 분명해지면 만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방북을 취소한지 나흘 만에 취소 대신 연기란 표현을 쓰면서 핵 신고 수용 등 비핵화 조치를 전제로 방북 재개 가능성을 열어놓은 셈이다. "전 세계는 김 위원장이 약속을 이행해야 한다는 데 단결해 있다"며 "김 위원장이 합의한 최종적이고 완전하게 검증된 비핵화가 세계의 목표"라고도 강조했다.

김영철

앞서 CNN은 김영철 부위원장이 폼페이오 장관에게 보낸 편지에서 “비핵화 협상은 다시 위기에 처해 있으며(at stake) 결딴이 날 수도 있다(fall apart)”고 경고했다고 보도했다. CNN은 세 명의 소식통을 인용해 “타협이 이뤄지지 않고 초기 협상이 어그러진다면 북한이 핵과 미사일 활동을 재개할 수도 있다”고 전했다. 또 “서한에 미국이 평화협정 체결을 향한 조치를 취하는 데 북한의 기대를 충족시키지 못하고 있으며, 이 때문에 협상이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고 느낀다는 내용이 담겼다”고 설명했다.

워싱턴포스트(WP)의 칼럼니스트인 조시 로긴도 27일 칼럼에서 “폼페이오 장관이 방북 취소 당일인 24일 오전 김영철로부터 비밀 서한을 받았으며 백악관에서 이를 트럼프 대통령에게 보여줬다”고 전했다. 이어 “트럼프 대통령과 폼페이오 장관으로 하여금 방북을 취소하게 결정할 만큼 충분히 호전적(sufficiently belligerent)이었다”고 설명했다. 나워트 국무부 대변인은 이에 대해 "편지의 존재는 물론 어떤 형태든 외교적 대화의 내용에 대해 확인해 줄 수 없다"고 말했다.

워싱턴=정효식 기자, 서울=이영희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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