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드보카트 감독, 삶과 축구철학 담은 에세이집 펴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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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주 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 중인 선수들에게 지시하고 있는 아드보카트 감독. [뉴시스]

딕 아드보카트 감독이 자신의 어린 시절과 축구 철학, 한국에 부임한 뒤 겪었던 에피소드를 소개한 에세이집 '모든 가능성은 열려있다'(랜덤하우스 중앙)를 13일 출간한다. '된다는 믿음으로 움직이는 사람들을 위한 책'이라는 부제처럼 긍정적이고 낙관적인 그의 인생관이 담겨 있다.

그는 이 책에서 인생의 성패를 가름하는 가장 중요한 세 가지 가치로 개인 경쟁력(Quality), 마음가짐(Mentality), Luck(행운)을 꼽았다. 제2차 세계대전이 끝난 직후인 1947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태어난 아드보카트 감독은 가난하고 삭막한 환경에서도 축구선수로서의 꿈을 잃지 않았다. 작은 체구(1m70cm)의 핸디캡을 극복하고 프로 선수로 451경기를 뛰었으며, 네덜란드 국가대표 감독을 두 차례 역임하는 등 지도자로서도 성공의 길을 걷고 있다. 그는 어려운 상황일지라도 자신의 일에 애정을 갖고, '무엇이든 가능하다'는 강한 긍정의 힘을 잃지 않으면 성공할 수 있다고 강조한다.

한국 축구 대표팀 감독은 그에게 새로운 도전이다. 그는 "한국 대표팀 데뷔전인 지난해 10월 12일 이란전(2-0 승)을 잊을 수 없다"고 했다. 긴장감 속에 들어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딕, 우리는 언제까지나 당신을 지지할 것입니다'라는 응원 현수막을 보고 큰 감동과 격려를 받았다고 한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같은 국민들의 성원에 힘입어 2006 독일월드컵에서 다시 한번 기적을 일으키겠다고 다짐했다.

에세이집 속엔 한국에서 겪은 몇몇 일화도 소개돼 있다. 아드보카트 감독은 대표팀 첫 훈련 때 선수들에게 자동차를 몰고 오지 말라고 했다. 사고 위험과 컨디션 저하 방지를 위해 권유한 것이었다. 그런데 한국 언론은 다짜고짜 이를 '군기 잡기'라고 해석해 당황스러웠다고 한다.

또 TV 광고를 찍을 때 벌어진 '떡볶이 사건'도 언급했다. 매운 음식을 잘 못먹는 그는 먼저 스태프들이 먹던 사발면에 도전해 성공했다. 다음엔 떡볶이를 먹어보기로 했다. 하지만 떡 한 개를 입에 넣고 반쯤 깨문 순간 외마디 비명과 함께 소리를 질렀다. "내 입술이 타들어 간다!(My lips are on the fire)"라고. 아드보카트 감독은 13일 낮 12시 서울 홍은동 그랜드힐튼 호텔에서 에세이집의 사인북 기증식을 할 예정이다.

정영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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