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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깊이읽기] 웰빙+웰다잉=수목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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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수목장(樹木葬)
변우혁 지음, 도솔, 239쪽, 1만1000원

경기도 양평군의 고려대 농업연습림. 2004년 9월 김장수 전 고려대 임학과 교수가 영면한 곳이지만 봉분도 비석도 없다. 참나무 한 그루에 '김장수 할아버지 나무'라는 팻말만 있을 뿐이다. 나무 밑에 유골을 뿌리는 수목장(樹木葬)으로 모셨기 때문이다. 그 나무는 고인을 기억할 때 표식으로 쓰는 추모목이다.

'목포의 눈물'의 가수 이난영. 2006년 3월 목포 삼학도의 백일홍 나무 아래에 안식처를 찾았다. 1965년 경기도 파주의 공원묘지에 묻혔다가 수목장을 다시 치렀다. 신간은 우리의 장례 문화의 하나로 자리 잡고 있는 수목장을 다뤘다. 고려대 생명환경과학대 교수인 지은이는 수목장이 우리 전통의 일부라고 강조한다.

딸 낳으면 오동나무 심어 시집갈 때 가구를 만들어주고, 아들이면 선산에 소나무를 심어 치성을 드리던 풍습과 상통한다는 것이다. 이같이 탄생나무로 산 사람의 미래를 기약한다면, 추모목으로는 고인을 기억하게 된다는 것이다. 일례가 최진실.박신양 주연의 영화 '편지'. 혼자가 된 부인이 수목원 아래 남편 유골을 뿌리는 장면이 나온다. 아이들은 그 나무에 인사하고, 자신은 나뭇가지를 붙잡고 속삭이는 모습은 뭉클하다.

수목장은 친환경적인 문화이며, 멋진 웰빙(well-being)에 이은 웰다잉(well-dying)이라는 대목에선 고개가 끄덕여진다. 관리회사가 추모목을 100년간 돌봐 주는 스위스, 대부분 국공립림에서 치르는 독일의 수목장 등 해외 사례도 소개된다.

채인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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