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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 판사, 17일 뒤 엉뚱한 무릎 수술한 의사에 이번엔 유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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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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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획된 무릎 수술 부위가 아닌 다른 곳을 수술한 의료진이 금고형의 집행유예와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같은 재판부는 이달 초 왼쪽 무릎연골을 수술하려다가 오른쪽 같은 부위를 수술한 의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수원지법 형사5부(부장 김동규)는 업무상과실치상 등 혐의로 기소된 의사 A씨(46)에 금고 4개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했다고 26일 밝혔다. A씨를 도와 피해자 수술에 참여한 간호사 B(27)씨 등 4명에게는 각각 벌금 300만~500만원을 선고했다.

판결문에 따르면 경기도 성남시의 한 병원에 근무하던 A씨 등은 2016년 6월 이 병원 수술실에서 환자 C씨의 오른쪽 무릎에 대한 연골 성형술 등을 진행하면서 C씨의 왼쪽 무릎을 수술했다.

A씨 등은 수술이 잘못 진행됐다는 사실을 알고 C씨에 대한 수술실 간호 기록지의 진단명을 ‘오른쪽 무릎 반월상 연골판 파열’에서 ‘왼쪽 무릎 반월상 연골판 파열’로 사실과 다르게 수정했다.

의료진은 왼쪽 무릎 역시 치료가 필요한 상태였기 때문에 업무상과실치상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피해자의 왼쪽 무릎에 일반적으로 치료가 필요한 외측 반월상 연골판이 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이는 선천적으로 발생한 것이어서 명확한 파열이 관찰되지 않는 이상 그대로 두는 것이 원칙적인 치료 방법”이라며 “피해자에게 연골 성형술이 필요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시했다.

이어 “진료기록이나 간호 기록지의 진단명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수술하는 등 주의 의무 위반의 정도가 매우 크고 간호 기록지의 수정 시기‧방법에 비춰 엄중한 처벌이 필요하다”며 “다만 피해자에게 위자료를 지급하고 합의한 점, 별다른 형사처분 전력이 없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이 재판부는 앞서 지난 9일 이 사건과 비슷하게 진료기록을 면밀히 검토하지 않아 환자의 왼쪽 무릎관절이 아닌 오른쪽 무릎관절을 수술한 다른 의사에게는 무죄를 선고한 바 있다.

당시 재판부는 2015년 12월 30일 경기도의 한 병원 수술실에서 왼쪽 무릎관절의 연골판이 파열되고 물혹이 생긴 환자 D(31)씨에 대한 수술을 집도하면서 왼쪽이 아닌 오른쪽 무릎관절을 수술, 마찬가지로 파열되어 있던 연골판을 치료한 의사 E(47)씨를 무죄로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오래전부터 우측 다리에 불편함을 느껴왔고 이 수술 당시 내시경을 통해 확인할 결과도 무릎관절의 연골판이 파열된 상태로 나왔으며 수술과 이후 물리치료, 재활치료를 통해 피해자의 우측 무릎관절 통증과 운동 범위가 정상으로 회복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이와 달리 이 수술이 전혀 필요하지 않았다거나 수술 이후 상황이 악화했다고 볼 만한 증거는 전혀 없다”며 “피고인 주장대로 수술적 처치가 필요한 상황이었고 수술 이후 정상으로 회복됐다면 피해자의 사전 동의가 없었다는 이유만으로 피고인에게 치료상의 과실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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