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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폭염 탈진 80대 치매노인, 지문 확인으로 30분만에 보호자에게

중앙일보

입력

서울의 최고기온이 38도를 기록하는 등 폭염이 기승을 부렸던 지난 2일 서울 금천구의 한 노상에 80대 노인이 탈진해 쓰러졌다. 행인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은 이 노인이 중증 치매질환을 앓고 있는 83세의 A씨라는 것을 바로 확인할 수 있었다. A씨의 보호자가 종종 사라지는 A씨가 걱정돼 지난해 9월 경찰에 지문 등 신상정보를 사전등록해놓았기 때문이다. 경찰은 30분 만에 A씨를 보호자에게 안전하게 인계해줬다.

치매노인 지문등록자 전년동기대비 251.7% 급증 #지문등록, 치매질환·지적장애인 실종에도 효과 #생체정보 수사기관 등록 거부감도

실종노인 포스터 [중앙포토]

실종노인 포스터 [중앙포토]

지난달 15일에는 울산 울주군에서 어린 여자아이가 더위에 속옷만 입고 길거리를 배회한다는 신고가 경찰에 접수됐다. 경찰은 사전등록된 지문정보를 이용해 아이가 지적장애가 있는 B양이라는 사실을 확인했고, 39분 만에 보호자에게 데려다줬다. B양의 보호자는 ”정신이 없어 신고도 하기 전이었는데 다행히 아이를 빨리 찾을 수 있었다“며 감사의 인사를 경찰에 전해왔다.

신상정보 남용 및 오용 논란 속에서 지난 2012년 시작된 지문 등 사전정보 등록제가 만 18세 미만 아동 외에도 치매노인 및 지적장애인의 실종사건 해결에도 성과를 보이고 있다.집을 나가거나 길을 잃는 경우가 많은 지적 취약계층을 찾는데 역할을 해내고 있는 것이다.

이에 따라 치매노인 및 지적장애인 사전등록자 수도 갈수록 늘고 있다. 경찰청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치매환자 사전등록자 수는 1만5324명으로 전년 동기(4357명) 대비 251.7%나 급증했다. 지적장애인의 경우에도 같은 기간 3263명이 등록해 전년 동기 2215명에 비해 47.3% 늘어났다.

하지만 홍보부족 및 신체정보 등록에 대한 거부감 등으로 인해 이들의 등록률은 18세 미만 일반 아동에 비해 현저히 낮은 편이다. 18세 미만 아동의 경우 등록대상자의 43.8%(371만1152명)가 등록한 반면 지적장애인과 치매환자의 등록률은 각각 25.4%(8만3036명)와 12.9%(7만46명)에 그치고 있다.

이는 지문이라는 생체정보를 수사기관에 등록하는 것에 대한 거부감과 유출에 대한 위험성 때문으로 분석된다.
실제 2015년 미국 연방인사관리처(OPM)에서는 해킹 공격으로 인해 전·현직 공무원 등 560만명의 지문 정보가 유출되는 일이 발생했다. 이름과 연락처, 주민등록번호 등의 신상정보는 최악의 경우 변경이 가능하지만, 지문은 절대 변경할 수 없는 생체정보라는 측면에서 세계적인 논란이 된 바 있다.

이에 대해 경찰청은 지문 정보를 5단계의 암호화를 통해 고유의 알고리듬으로 저장하기 때문에 유출 우려로부터 비교적 안전하다고 설명한다.
경찰청 생활안전국 여성청소년과 관계자는 ”지문정보는 특허를 받은 암호화 기술을 통해 현물이 아닌 알고리듬으로 저장된다“며 ”이 때문에 유출로부터 안전할 뿐 아니라 만에 하나 유출이 되더라도 현물이 아니기 때문에 ‘대조 작업’ 외에는 할 수 있는 것이 없어 악용될 가능성이 작다“고 말했다.

김다영 기자 kim.d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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