밍밍하고 뭔가 부족한 맛
국산 맥주에 대한 많은 사람들의 평가입니다. 영국 시사주간지 이코노미스트의 대니얼 튜더 한국 특파원은 "한국 맥주는 값도 똑같고 맛도 똑같다. 차라리 북한의 대동강 맥주가 더 맛있다"는 내용의 기사를 써 적잖은 파장을 일으키기도 했죠.
국산 맥주, 중국 수입 맥주시장 9% 기염 #블루걸, 한국의 중국맥주 수출액 80% 차지 #젭센그룹 통해 유통, 중국 술로 오인 #홍콩 시장 인기 타고 중국 남부서 인기
게다가 우리나라에서는 과세 표준의 차이로 수입 맥주가 상대적으로 저렴한 편입니다. 다양한 맛의 수입 맥주를 '1만원에 4개'나 살 수 있다 보니 국산 맥주의 입지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그런데 중국에서는 상황이 좀 다릅니다.
한국 맥주가 승승장구하고 있거든요. 한국 맥주의 중국 수출액은 2013년 848만 달러(약 94억 8600만원)에서 2014년 1412만 달러(약 157억 9500만원) 규모로 급등했고 지난해에는 5022만 달러(약 561억 7600만원)를 기록했습니다. 4년 새 수출 규모가 6배로 훌쩍 뛴겁니다.
중국인들이 한국 맥주에 빠져들게 된 계기는 바로 2014년 종영한 드라마 '별에서 온 그대(별그대)'입니다. 중국에서 '별그대'가 엄청난 인기를 끌었고 드라마 속에서 배우 전지현이 먹었던 '치맥(치킨과 맥주)'에 관심을 갖게 된거죠. 지난해 사드(THAAD·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배치 문제로 중국에서 한국 제품 불매 운동이 거세게 일 때도 한국 맥주의 인기만큼은 사그라들지 않았습니다.
이제 중국 수입 맥주 시장에서 수입량을 기준으로 한 우리나라 맥주의 점유율은 9.1%로 올라갔습니다. 지난 2016년 기록했던 4.9%에서 곱절로 늘어난 셈입니다.
그렇다면 중국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한국 맥주는 무엇일까요?
바로 오비맥주가 만드는 '블루걸'입니다. 중국에 수출되는 한국 맥주 10개 중 8개(87.9%)는 바로 이 맥주입니다.
그런데 이 맥주를 중국 술로 알고 있는 사람도 있습니다. 홍콩의 '젭센그룹'을 통해 유통되기 때문입니다.
비밀은 바로 블루걸이 ODM(Original Development Manufacturing·제조업자 개발생산) 방식으로 출고된다는 점에 있습니다. 회사가 제품을 개발한 뒤 생산만 외부에 맡기는 OEM(Original Equipment Manufacturing·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 방식과 달리 ODM은 만든 업체가 제품의 개발과 생산을 모두 담당합니다.
사실 블루걸은 30년 전까지 독일 브레멘에서 생산되던 제품입니다.
정통 독일 브랜드였던 이 제품은 1906년 수입·유통업체인 젭센의 품으로 넘어갔습니다. 하지만 독일에서 만든 뒤 중국으로 들여오는데 드는 물류비가 너무 많이 들자 젭센은 고민에 빠졌고, 블루걸의 새로운 생산지로 오비맥주를 선택하게 됩니다. 그로 인해 1988년부터 블루걸은 오비맥주의 광주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습니다.
(오비맥주는 벨기에의 맥주회사 AB인베브가 지분 100%를 보유한 외국계 기업인데요. 생산지를 기준으로 국산 맥주로 분류한다는 것이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의 설명입니다)
이제 블루걸은 오비맥주의 맥주 수출 실적을 이끄는 효자 노릇을 톡톡히 하고 있습니다. 홍콩에서는 11년째 프리미엄 맥주 시장 1위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제 홍콩에서의 인기를 발판으로 중국 남쪽 지역에서 판매가 급증하고 있는데요. 이 회사의 전체 수출액 중 90% 이상이 블루걸에서 나올 정도입니다.
이쯤되면 대륙의 입맛을 사로잡은 그 맥주, 한번 먹어보고 싶은데요.
오늘 저녁엔 국산 맥주 한 잔 하며 더위를 식혀보면 어떨까요.
차이나랩 김경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