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물증조차 없어 더욱 비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대한항공858기 추락 참사1주기
29일은 대한항공858기가 버마 안다만해역에서 1백15명의 승객·승무원들을 태운 채 사라진지 1주년.
사고발생 2일만에 등장한 김현희 덕분에 (?) 정부는 이 사건을 북한의 테러로 규정했고 이에 따라 대한항공은 유족들에 대한보상 등 뒷마무리를 했다.
이 사건으로 정부는 북한을 테러국으로 지목, 미일의 대북 제재조치, 유엔에서의 규탄등 외교적 성과를 거두었고 대한항공측으로선 큰 어려움 없이 유가족들에게 기계적인 보상을 끝낼수 있었다.
당시 대우나 현대의 부장급이상인 15명에게는 각각 1억3백여만원, 76명의 중동근로자들에게는 각각 8천5백만원씩 지급돼 외견상 858기 사건은 순조롭게 마무리됐다.
그러나 사고 1년이 지나도록 858기 사건에서 밝혀진 것은 김현희의 주장과 그에 따른 추측만이 있을 뿐이지 「폭파에 의한 추락」이라고 지금까지 밝혀진 사건개요가 물적 증거로 제시되지는 못하고 있다.
정부와 대한항공측은 항공기사고조사의 경우 발생국에 전적인 책임과 권한이 있다는 국제관례를 들어 유품수색과 조사를 사고발생 한달여만에 중단해버렸기 때문이다.
이 때문에 일부 유가족들은 사고1주년이 된 요즘도 탑승자의 생존에 한가닥 희망을 걸고 있다.
방콕현지 위령제에 참석하기 위해 28일 공항에 나온 고 김선호씨의 어머니 주덕순씨 (60)는 『아들이 분명히 살아서 구조를 기다리고 있을 것』 이라며 『대한항공측이 수색을 중단한 것은 수색에서 조금이라도 밝혀질지도 모르는 과실을 은폐하기 위한 것이 아니냐』고 주장했다.
대한항공858기 사건은 대통령선거를 바로 앞에 두고 일어나 아직도 대학가에서는 정부 조작설이 나돌고 있으며 28일에는 서울농대에 대자보가 나붙기도했다.
이와 관련 지난 3월 창립된 858기 탑승자 유족회(회장 권기복·62) 는 ▲수색재개 ▲위령탑건립 ▲정확한 진상공개 등을 정부와 대한항공측에 수차 요구했으나 아직까지 이렇다할 반응을 얻지 못하고 있다.
유족들은 또 사건의 진상이 정확히 밝혀지지 않은 상황에서 김현희에 대해 사면할 뜻을 비추고 있는데 대해 크게 반발, 지난 21일 청와대와 법무부에 김현희의 공개재판과 엄중 처벌을 요구하는 진정서를 보내기도 했다.
유족들은 김에 대한 공개재판을 계기로 치밀한 수색과 사건경위의 재구성을 기대하고 있으며 그로 인해 책임소재가 분명히 밝혀질 경우 북한의 테러에만 초점이 맞춰져 일방적으로 확정된 보상금문제도 재조명돼야 마땅하다고 주장하고있다.

<이재학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