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VERTISEMENT

"누가 차량 훔쳐요" 목격자가 없는데도 신고가 들어왔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난 20일 오전 3시25분 경북 구미의 한 골목길에서 남성 2명이 차 문을 열어 보고 있다. [사진 구미 경찰서]

지난 20일 오전 3시25분 경북 구미의 한 골목길에서 남성 2명이 차 문을 열어 보고 있다. [사진 구미 경찰서]

지난 20일 오전 3시25분쯤 경북 구미시 원평동의 한 골목길. 남성 2명이 주차된 트럭 앞에 다가섰다. 이들은 차 문을 잡아당겼다. 열리지 않자 다음 차로 이동해 다시 문을 열려고 했다. 한밤중 인적이 드문 골목길에서 주차된 차량을 노리는 자동차털이범들이었다.

범인들은 8분 뒤 경찰에 붙잡혔다. "자동차 털이범이 있는 것 같다"는 112의 신고를 받고 출동한 원평지구대 소속 경찰에 의해서다. 경찰 관계자는 "현장에 도착해 인상착의가 비슷한 사람을 수색했다"고 설명했다. 아무도 없던 골목길이었는데 누가 범인을 보고 신고해 인상착의까지 설명한 걸까.

[사진 중앙포토]

[사진 중앙포토]

체크할 만한 영상만 걸러 통합관제센터 보내

경북 구미경찰서는 24일 "전국 최초로 스마트 관제 시스템으로 범인을 검거했다"고 밝혔다. 스마트 관제 시스템은 구미시와 구미 경찰이 처음 도입한 시스템이다. 대구의 보안프로그램 업체 '네트로'가 개발했다. 구미시는 올 4월 3억3000여 만원을 투입해 통합관제센터와 CC(폐쇄회로)TV 2990대를 설치하면서 이 중 1000여 대에 스마트 관제 시스템을 적용했다. 지난 6월부터 시범 운영 중이다.

자동차 털이범의 범행 장면을 포착한 것도 바로 스마트 관제 시스템이다. 이 시스템은 CCTV와 통합관제센터를 연결해준다. 그동안 통합관제센터에서 관제요원이 수천 개의 방범용 CCTV를 보면서 범인을 직접 찾았다면, 이 시스템이 적용된 관제센터에서는 시스템이 걸러서 보내준 영상만 보면 된다.

시스템은 전체 영상에서 사람·차·동물 등 일정한 크기의 개체가 움직이는 영상만 포착해 관제센터로 보내준다. 빗물, 눈, 나뭇가지의 흔들림 등은 알아서 거른다. 오후 10시부터 오전 6시 날이 밝기 전까지 구미 관제센터 요원은 시스템이 전송한 영상을 본 뒤 사건이 발생했는지 확인한다. 관제요원이 범행 여부를 판단하기 어려울 때는 관제센터에 상주하는 경찰관이 돕는다.

손혁수 네트로 이사는 "행정안전부의 권고에 따르면 관제요원 1인당 적정 관제 대수가 48대인데 최근 CCTV 수가 급격히 늘어나면서 일부 시·군에서는 관제요원 1명당 600대까지 보기도 한다"며 "스마트 관제는 요원들의 집중도를 높이고 빠른 현장 검거를 돕는다"고 설명했다.

경북 구미경찰서. [연합뉴스 자료사진]

경북 구미경찰서. [연합뉴스 자료사진]

112에 신고하면 인근 지구대에서 바로 출동하기에 신속한 검거가 가능하다. 구미 경찰서는 지난 19일에도 같은 방식으로 특수절도 미수범 2명을 현장에서 붙잡았다.

112 신고하면 인근서 바로 출동, 신속 검거 

구미에서 시작한 스마트 관제 시스템은 현재 전국 지자체에서 도입 중이다. 개발업체인 네트로는 경북 영천, 대구 달성군 등 대구·경북 지역에서 시작해 강원 춘천, 전북 김제, 전남 보성, 경남 사천 등으로 구축망을 늘리고 있다.

구미 경찰서와 네트로는 이 시스템을 사람이 쓰러지거나 폭행 당하는 등의 범죄 행동까지 포착할 수 있도록 진화시킬 계획이다. 김동규 구미경찰서 생활안전과 경위는 "시스템이 실시간 검거 뿐만 아니라 실종 아동·청소년 비행 등 범죄 예방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미=백경서 기자 baek.kyungseo@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