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J 재방북 자격 싸고 미묘한 시각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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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달 재방북을 놓고 벌어지는 자격 논란에 김 전 대통령이 심경을 피력했다. 11일 동교동을 방문한 정세현 전 통일부 장관을 통해서다. 정 전 장관은 북측과 실무 접촉을 벌이는 우리 측 수석대표다. 정 전 장관은 DJ와 면담 직후 기자와의 통화에서 "DJ는 '밖에서 자격 문제를 놓고 논란이 있는데 내가 개인 자격으로 간다는 것을 분명히 하지 않았느냐'고 말했다"고 전했다. DJ는 또 "내가 이 나이에 북한에 가는 것은 남북문제를 민족적 차원에서 잘 발전시키기 위해 논의하러 가는 것이지 정부의 미션(mission, 임무)을 갖고 가는 것은 아니다"고 거듭 강조했다.

이 발언은 "전적으로 개인 자격 방문만은 아니다"는 청와대 측 발언에 뒤이어 나왔다. 노무현 대통령의 아제르바이잔 방문을 수행 중인 청와대 고위 당국자는 이날 "(DJ가) 전직 대통령 자격으로 방북하는데 그것이 전적으로 개인 자격 방문, 즉 현 정부의 생각이나 정책과 동떨어진 입지에서 방북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는 정부와의 유관성에 무게를 두고 있는 듯한 발언이어서 양측의 미묘한 시각차가 감지된다.

정 전 장관은 "80세가 넘은 분(DJ)이 북한의 초청을 받아 가는데 (정부가) 과중하게 무게를 실으면 너무 부담되는 것 아니냐"며 "물러나 있는 분에게 애매하게 부담을 지우는 것은 도리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DJ 측은 최근 자신의 재방북을 둘러싼 정부의 대응에 적잖게 부담을 느껴 왔다. 5.31 지방선거를 앞두고 자칫 정략적으로 이용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DJ 정부에서 초대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장성민 전 의원은 "현 정부가 DJ에게 특사인 듯한 분위기를 풍겨 선거를 앞두고 호남표를 결집하려 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DJ는 당초 4월로 잡혔던 방북을 6월로 연기한 바 있다. 야당의 비판과 우려를 수용한 셈이다. 이런 마당에 특사 논란이 일 경우 방북이 정쟁화할 수 있다는 우려를 하는 것이다.

정부 "특사 검토된 바 없다"

논란이 확산되자 정부 고위 관계자는 오후 "특사는 검토된 바 없다. 전직 대통령으로서 방문하는 것이고 정부는 적극 지원한다는 입장"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이정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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