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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마 공주’ 여서정 오늘 밤 날아오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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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7면

여서정은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했던 아버지 여홍철 교수의 뒤를 이어 ‘부녀 금메달’에 도전한다. 21일 예선에서 연기를 펼치는 여서정. [자카르타=연합뉴스]

여서정은 아시안게임 2연패를 달성했던 아버지 여홍철 교수의 뒤를 이어 ‘부녀 금메달’에 도전한다. 21일 예선에서 연기를 펼치는 여서정. [자카르타=연합뉴스]

여자 기계체조를 이끌 대형 스타가 탄생했다. ‘도마의 신’ 여홍철(47)의 딸 여서정(16·경기체고)이다. 여서정은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에서 ‘도마 여왕’으로 비상할 준비를 마쳤다.

기계체조 대형 스타 탄생 예고 #여홍철의 딸 ‘부녀 금메달’ 도전 #평균 14.450점, 예선 1위로 결선행 #키 1m50cm, 순발력·체공력 뛰어나

여서정은 21일 밤 인도네시아 자카르타 국제전시장(JIEXPO)에서 열린 기계체조 여자 개인 종목별 예선에서 도마 1, 2차 시기 평균 14.450점을 받아 전체 1위로 결선행 티켓을 땄다. 난도 5.8점과 5.4점짜리 기술을 큰 실수 없이 펼치면서 1차 시기에선 14.600점, 2차 시기에선 14.300점을 받았다.

여서정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도마를 짚고 1바퀴 반을 도는 기술’과 ‘도마를 뒤로 짚은 뒤 2바퀴 도는 기술’을 준비했다. 두 가지 모두 완벽하게 익힌 기술이어서 실수만 하지 않는다면 금메달 획득이 유력하다. 여자 도마 결승은 23일 오후 6시30분에 열린다. 한국 여자 기계체조는 1986년 서울 대회에서 서연희(이단평행봉), 서선앵(평균대)이 첫 금메달을 딴 이후 한 번도 금메달을 가져온 적이 없다. 특히 여자 도마에서는 금메달이 한 차례도 없었다.

여홍철 교수와 딸 서정. [연합뉴스]

여홍철 교수와 딸 서정. [연합뉴스]

여서정은 또 ‘부녀 금메달리스트’라는 진기록에도 도전한다. 여서정은 원조 ‘도마의 신’ 여홍철 경희대 교수의 둘째 딸이다. 여 교수는 1996년 애틀랜타 올림픽 도마에서 은메달을 땄다. 아시안게임에선 1994년 히로시마 대회와 1998년 방콕 대회에서 2연속 도마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 교수는 현재 TV 해설위원으로 현지에서 딸의 경기를 중계하고 있다.

여서정은 아빠를 따라 여덟 살 때 체조를 시작했고, 자연스럽게 도마를 주 종목으로 삼았다. 여서정의 엄마 역시 기계체조 여자 국가대표를 지낸 김채은(45) 대한체조협회 전임지도자다. 부모의 체조 DNA를 여서정이 고스란히 물려받았다. 키 1m50cm, 몸무게 46kg의 작은 체구인 여서정은 아빠처럼 탄력과 체공력이 뛰어나 어렸을 때부터 ‘체조 신동’으로 불렸다. 전국소년체전 여자 기계체조를 평정했고, 올해 시니어 무대에 데뷔해 지난 6월 국제체조연맹 월드챌린지컵 도마에서 우승했다. 여 교수는 “서정이가 나를 닮아서 체조에 소질이 있다. 오히려 나보다 나은 면이 많아서 앞으로도 기대가 된다”고 말했다.

하지만 아빠의 후광만큼 여서정의 마음 고생도 심했다. 여서정은 아시안게임을 코앞에 두고 체조를 그만둘 마음을 먹기도 했다. 여서정은 “‘여홍철의 딸’이라는 수식어가 너무 무거워 도망가고 싶었다. 그렇지만 자카르타로 출발하기 전 부모님이 ‘마음껏 즐기라’고 말씀해 주셨다. 부담을 떨치고 마음껏 실력을 발휘할 생각만 하겠다”고 했다.

여서정은 아시안게임을 앞두고 자신의 이름을 딴 ‘여서정’ 기술을 구사하려고 했다. 난이도가 높은 고급 기술이다. 이 기술은 도마를 짚고 공중에서 2바퀴를 비트는 동작을 소화해야 한다. 아빠인 여 교수가 구사했던 ‘여2(도마를 짚고 공중에서 2바퀴 반을 비트는 것)’ 보다 반 바퀴(180도)를 덜 도는 기술인데 그래도 여자 선수가 소화하기엔 어려운 기술로 평가받는다.

여서정은 아직 국제 대회에서 신기술을 성공한 적이 없었다. 고민 끝에 아시안게임에서는 성공 가능성이 큰 기술로 승부를 보기로 결정했다. 이필영 대한체조협회 부회장은 “서정이가 신기술을 쓰지 않아도 메달 획득이 가능하다. 착지까지 매끄러우면 금메달까지 딸 수 있다. 시니어 첫 해에 이 정도로 잘하는 것이 쉽지 않다. 타고난 재능이 대단하다”고 칭찬했다.

남자 기계체조에도 ‘도마 샛별’이 있다. 부상으로 빠진 양학선(26) 대신 김한솔(23·서울시청)이 금메달을 노린다. 김한솔은 지난 20일 남자 개인 종목별 예선 도마에서 1, 2차 시기 평균 14.050점을 획득해 5위로 8명이 겨루는 결승에 진출했다. 결승 진출이 우선이라고 판단해 예선 2차 시기에선 난도를 낮췄다. 결승에서는 난도를 끌어올릴 계획인데 이 기술을 성공하면 금메달도 노릴 수 있다. 김한솔은 “학선 형 대신 꼭 금메달을 따겠다”고 다짐했다. 남자 도마 결승은 24일 오후 6시에 열린다.

오늘의 아시안게임 8/23

오늘의 아시안게임 8/23

박소영 기자 psy0914@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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