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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금알 낳는|섬진강 모래|이권 싸고 「사전 투포」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13면

「섬진강 모래는 황금노다지」-.
이 말은 건설업계에서 오래전부터 눈독을 들이며 통용되어왔다. 모래 입자가 고르고 잡물질이 섞여있지 않은 최고급품이어서 막대한 이권이 뒤따르고 있다.
이 때문에 섬진강모래는 관계 공무원의 「저승행 티켓」이라는 달갑지 않은 별명도 또한 붙어있다. 엄청난 이권에 따른 업자와 공무원의 결탁에서 빚어지는 각종 비리에서 비롯된 것.
『모래 채취권만 따내면 돈방석에 앉는 것은 시간문제다.」 업자들은 그래서 채취권 따기에 혈안이다.
여기에는 인정사정이 없다. 그리고 권력과 권력, 심지어 폭력까지 동원되곤 했다.

<현황>
섬진강 모래는 경남 하동군과 전남 광양군에서 공동 관리하며 두군에서 매년 각각 1백만 입방m 파내고 있다.
섬진강의 모래가 본격적으로 채취되기 시작한 것은 지난72년부터. 그 동안 싯가1조1천5백여억원 어치인 3천2백만입방m의 모래가 국내 각지의 건설현장으로 팔려나갔다.
하동군청 조사에 따르면 현재 보존량은 약8백만입방m. 여기에 매년 홍수 때마다 상류로부터 상당량의 모래가 유입되는 것을 감안하더라도 5∼6년뒤면 한계점에 다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재 대표적인 채취 장소는 수중모래를 퍼내는 하동군 금남면 고포리에서 하동읍 신기리까지의 10㎞구간과 육상의 모래를 파는 하동읍 화심리에서 화개면 탑리까지의 20㎞구간.
하동군은 작년까지 매년 건설부로부터 채취예정지구와 판매량을 승인 받아 공개입찰을 통해 채취허가를 해주었다.
이 때문에 전국 각지에서 몰려든 50∼60여명의 채취업자들은 치열한 경쟁을 벌이곤 했다.
이들은 10∼20명씩 담합해 채취권을 딴 후 이익금을 분배하거나 폭력배를 동원해 관계자들에 대한 협박도 서슴지 않았다.
어쨌든 이 황금모래는 하동·광양 두군의 지방세 수입의 15%정도를 차지하는 막대한 재원이 되어왔다.

<가격·불법반출>
산지의 값은 입방m당 1천3백80원에 차에 싣는 비용 4백60원 등을 포함해 1천9백원이나 15t트럭 1대분(10·8입방m)에는 건설시장에서 3만1천3백20원씩에 거래되고 있다.
결국 산지에서만 보더라도 몰래 1트럭분을 빼내면 입방m당 1천원 이상의 이득을 본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러나 일단 산지밖으로 반출될 경우 사정은 더욱 달라진다.
모래수요가 많은 부산·여수·충무 등에서는 일종의 암거래 가격인 입방m당 3천∼3천5백원에 팔리고 있기 때문에 1트럭에 3만2천4백원에서 3만7천8백원씩 받을 수 있어 산지와 같은 수준인 1만여원에서 많게는 1만7천원까지의 이익을 얻게 된다.
이에 따라 채취권을 얻은 업자들은 알게 모르게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파낸 모래를 밖으로 빼돌리려고 안간힘을 쓰게 마련이다.
이처럼 황금 같은 모래는 감시의 눈을 피해 불법적으로 외부로 반출되고 이 과정에서 뇌물거래가 이루어지는 등 숱한 비리를 낳고있다.

<관리현황>
입방m당 실거래 가격이3천∼3천5백원씩이나 되는 바람에 관급모래(입방m당 1천3백80원) 에 대한 부정반출유혹은 매우 커지게 마련.
하동군은 공개경쟁입찰에 따른 잡음이나 채취업자들의 부정반출을 막기 위한 방편으로 올해부터는 아예 모래채취방식을 군청직영으로 바꾸고 청원경찰 2명을 포함, 6명을 배치해 낮시간동안 작업현장을 감시·감독하고 있다.
또 밤에는 출입문의 차단기를 열쇠로 막고 매일 밤 3회이상 현장을 순시한다.
하동군의 직영방식이 불법반출저지에 효과를 거두자 상류의 전북 남원군에서도 매년 2O만입방m 정도의 하천모래 채취허가를 내년부터는 직접하기로 하고 이의 관리를 의해 금년말까지 남원군 금지면 하도리 섬진강변에 하천관리사업소를 설치키로 했다.

<문제·대책>
지난79년 하동군수노모씨와 건설과 관리계장·청원경찰 등 4명이 한꺼번에 파면·구속당한 경우가 대표적인 경우다.
이 밖에도 지난 10년동안 정모계장 등 2명이 구속됐고 7명이 업자들의 공갈·협박 등과 관련해 본의 아니게 자리를 떠나는 사태가 벌어졌다.
또 경우는 좀 다르지만 87년초에는 건설과 관리계장이 업자들에게 끌려가 폭행을 당하고서도 몇달동안 보복이 두려워 감추어오기도 했다.
채취업자들은 관계직원들에게 돈·향응 등으로 올가미를 교묘하게 씌우고 뜻대로 안될 때는 투서 등으로 상대를 궁지에 빠뜨리기 일쑤라는 것.
공개입찰방식이나 군 직영방식이 이처럼 잦은 말썽을 빚자 군청 관계자들은 아예 건설부에서 직접 관리하는 것이 속 편할 것 갈다고 입을 모은다.
원래 직할하천은 정부에서 관리하는 것이 원칙이나 편의상 도에서 업무를 위임받아 재정자립도를 높이려 군에서 시행하는 것이 오늘의 실정이다. <하동=허상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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