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도 못 이룬 목표에 도전하는 황재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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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2타점 적시타를 날리고 포효하는 황재균(오른쪽).

2014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2타점 적시타를 날리고 포효하는 황재균(오른쪽).

야구 국가대표팀 내야수 황재균(31)에겐 영광스러운 타이틀이 있다. 한국 최초의 모자(母子) 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다. 황재균의 어머니 설민경씨는 1982년 뉴델리 대회 여자 테니스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땄고, 황재균은 4년 전 인천 대회에서 맹활약해 금메달을 획득했다. 4년 만에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출전하는 황재균은 어머니도 이루지 못한 목표에 도전한다. 바로 체육 연금이다.

국민체육진흥공단에서는 올림픽을 비롯해 아시안게임, 세계선수권 등의 국제대회에서 좋은 성적을 낸 선수들에게 연금을 지급한다. 대회의 경중과 메달 색깔에 따라 점수가 다르다. 수령은 20점 이상부터 가능하다. 올림픽의 경우 금메달 90점, 은메달 70점, 동메달 45점이다. 4~6위에게도 각각 8·4·2점을 준다. 아시안게임은 금·은·동메달이 각각 10·2·1점, 4년 주기로 열리는 세계선수권은 1·2·3위에게 45·12·7점, 2~3년 주기의 세계선수권 등의 국제대회는 30·7·5점을 준다. 월정금 최대한도는 100만원(110점)으로 신청한 다음 달부터 사망 시까지 매월 지급된다. 110점이 넘으면 점수에 따라 일시장려금을 준다. 일시장려금은 한도가 없어 메달을 딴 개수만큼 늘어난다.

테니스 국가대표였던 황재균의 아버지 황정곤씨와 어머니 설민경씨가 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내보이고 있다. 김민규 기자

테니스 국가대표였던 황재균의 아버지 황정곤씨와 어머니 설민경씨가 82년 뉴델리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내보이고 있다. 김민규 기자

인천 아시안게임에서 금메달을 따낸 황재균은 연금 점수 10점을 획득했다. 이번 대회에서 또다시 금메달을 따내야 누적 점수 20점이 돼 월 30만원을 받을 수 있다. 황재균은 "어머니는 2점 정도가 모자라 연금을 못 받으신다. 나는 금메달을 따야 가능하다"고 웃었다. 황재균의 이야기를 들은 동기생 김현수는 "아직도 연금을 못 받는 선수가 있느냐"고 놀렸다. 김현수는 야구 대표팀 내 '연금왕'이다. 처음으로 태극마크를 단 2008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90점)을 따내는 등 일찌감치 연금점수 만점(110점)을 채웠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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