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균등하게 교육 받을 권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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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이미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미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18세기 초 프로이센이 처음 시작한 근대식 학교교육은 정렬된 책상에 앉아 있는 다수의 학생에게 교사가 칠판에 판서하며 일방적으로 강의하는 방식이었다. 다수에게 표준화된 지식을 전달하는데 효율적인 이 방식은 이후 수많은 국가에서 학교교육의 전형적인 모형이 되었다.

현대의 연구결과에 따르면 사람은 언어적, 수학적-논리적, 시각적-공간적, 촉각적-운동감각적 등 다양한 유형의 지능을 보유하므로 사람마다 제각각인 지문처럼 각자에게 효율적인 학습방식도 서로 다르다는 것이다. 예를 들면, 촉각적 학습자는 장시간 앉아 집중하는 능력은 부족하지만 체험을 통해 단번에 터득하는 능력이 뛰어나다. 다만 대부분 사람은 어느 정도 균형 잡힌 정보수용 능력을 보유하고 있어 효율성에 차이가 있을 뿐 어떤 방식으로든 정보수용이 가능하지만, 약 20% 정도는 한쪽으로 능력이 쏠려 있는 까닭에 그 방식이 아니면 정보수용 자체가 어렵다.

전통적 학교교육 방식은 언어적, 논리적 학습자들에게는 효율적이지만 다른 학습자들에게는 문제가 많다. 아인슈타인 같은 천재가 학교에서 낙오자가 된 것도 그 때문이다. 이렇게 특정 지능에만 효율적인 교육방식의 획일적 적용은 다른 유형의 지능이 뛰어난 이들을 차별하는 실질적 평등 위반이지만, 그동안 현실적 대안 부재로 이를 문제 삼기는 어려웠다.

오늘날은 스마트폰으로 언제 어디서나 필요한 정보를 검색할 수 있고, 상호작용식 학습은 물론 가상현실을 이용한 체험학습까지도 가능한 시대이므로, 각자의 재능에 따른 맞춤 교육이 얼마든지 가능하다. 그렇다면 이제는 교육의 패러다임이 바뀌어야 한다. 교육선진국들은 이미 맞춤교육을 향해 가고 있다.

맞춤교육을 하려면 지금과 같은 언어적-논리적 능력 평가 위주의 시험제도에서 벗어나 다양한 학습능력이 골고루 평가되어야 한다. 호리병과 접시가 모두 사용되어야 비로소 여우와 두루미가 모두 만족하는 식사가 되듯, 다양한 능력이 파악되려면 다양한 평가방법이 도입되어야 한다. 그 적절한 평가기법의 개발은 현실적으로 교육기관의 몫일 수밖에 없다. 디지털 시대에 걸맞은 교육개혁 4.0은 선발 대상 학생들의 수학능력평가에 관하여 교육기관의 자율권을 인정하는 데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 마땅하다. 궁극적으로 모두에게 각자 고유한 재능에 맞는 교육을 받을 기회가 제공되도록 하는 것이 ‘능력에 따라 균등하게 교육을 받을 권리’를 보장하는 헌법 정신의 참된 구현이라 할 것이다.

이미현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