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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록 음악사 20년 무대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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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중국에 록 음악이 처음 울려 퍼진 지 올해로 20년이 됐다. 1986년 5월9일 베이징(北京) 노동자(工人)체육관에서 중국 동포 가수 추이젠(崔健.44.사진)이 '나 가진 것 하나 없네(一無所有)'를 열창했을 때 베이징 시민은 강한 충격에 휩싸였다. 생전 듣지 못했던 신기한 음악이었기 때문이다.

추이가 뿜어내는 강렬한 록 비트는 갓 시작된 개혁.개방의 분위기에 편승, 급속하게 중국 전역으로 퍼졌다. 그의 록은 중국의 개방을 전 세계에 알리는 신호탄 같은 존재였다. 이때부터 추이에겐 '중국 록의 아버지(中國搖滾之父)'라는 존칭이 늘 붙어다녔다.

이제 40대 중반에 들어선 추이, 그가 중국 록 음악 20주년을 정리하는 콘서트를 연다. 다음달 16일부터 사흘간 중국 랴오닝(遼寧)성 선양(瀋陽)시의 기관차체육관(火車頭體育館)에서다. 콘서트 제목은 '만일 다시 20년이 지난다면'.

추이는 9일 베이징에서의 기자회견에서 "중국의 20년 록 음악을 보따리 채 보여주는 내용으로 무대를 꾸미겠다"고 말했다. 록 1세대인 추이를 비롯해 2세대인 탕차오(唐朝)와 왕펑(汪峰), 그리고 신세대인 20여 개의 록 그룹이 함께 무대에 선다. 록의 역사를 정리한다는 의미에서 공연 외에 과거의 뮤직 비디오 상영과 해설도 곁들여진다.

그는 이번 공연을 "짧은 회고이자 긴 출발"이라고 정의했다. 록뿐 아니라 원시민족예술을 함께 무대에 올리는 것도 이 때문이란다. 이번 공연 제목이 왜 '만일 다시 20년…'으로 정했는지 궁금했다. 그는 이렇게 설명했다.

"지난 20년은 나 스스로만을 위해 음악을 했다. 그러나 중국 록은 변했다. 앞으로 다시 20년이 지난다면 모든 사람의 가슴속에 록에 대한 하나의 답안이 마련될 것이다. 록은 사람들의 원시 상태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베이징=진세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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