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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공대 전기정보공학부, "여성 교수만 모십니다"

중앙일보

입력

서울대 입구 모습. [중앙포토]

서울대 입구 모습. [중앙포토]

서울대 공과대학(이하 공대) 내 전기정보공학부에 여성 교수가 처음으로 임용될 예정이다. 1946년 ‘전기공학과’로 처음 만들어져 학과명이 바뀌는 72년 동안 이 학부에 여성 교수가 있었던 적은 없었다.

대학본부 승인받아 다음달 말 여성만 뽑는 채용 공고 #학부 여학생 비율 11%로 늘었지만 여교수 아직 없어 #"육아와 연구 병행, 고민하는 여학생에게 실질 조언"

서울대 공대 전기정보공학부는 19일 전기·전자·제어·컴퓨터 관련 등 학부 내 전 분야를 대상으로 우수 여성교수 2명을 초빙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전기정보공학부는 대학본부 최종 승인을 받아 다음달 말에 정식 채용 공고를 낼 예정이다. 실제 임용일은 내년 3월 1일이다.

이 학부는 이번 공고의 지원 자격을 여성으로 제한했다. 이병호 서울대 전기정보공학부장은 “학부 내 여학생 비율이 11%를 차지하는 등 여학생 비율이 점차 늘어왔는데 여성 교수는 한 명도 없었다”며 “학계 내에서도 ‘양성 평등’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상황이기 때문에, 이에 발맞춰 여성 교수를 채용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학부에서 여성 교수를 일부러 뽑지 않았던 건 아니다. 앞선 채용 공고에서는 성별에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이 학부장은 “학문 특성상 여성 교원(교수) 지원자가 적었던 게 사실이다. 실제로 올해 초 채용 공고의 지원자 12명 중 여성이 없었다”면서 “서울대는 여성 교원을 뽑지 않는다는 오해가 생겨난 듯 싶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여성 학자들이 두각을 보이는 분야가 생겨나는 만큼 이런 우수한 학자들을 모셔오고, 오해도 불식시키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서울대 공대에는 총 11개 학부(과)·대학원이 있다. 이 중 전기정보공학부를 포함해 건설환경공학부, 조선해양공학과, 공학전문대학원에는 아직 여성 교수가 없다. 공대 전체로 봐도 여성교수는 총 10명뿐이다. 공대 전체 교원(320명) 대비 3.13%에 불과하다. 이에 비해 공대 전체 재학생(학부·대학원생) 대비 여학생 비율은 15.65%(6340명 중 992명)다.

앞서 서울대 경제학부에서도 올해 72년 만에 처음으로 한국인 여성교수가 나왔다. 서울대 사회대는 양성평등기본법과 ‘양성평등을 위해 필요한 정책을 수립해야 한다’는 교육공무원법을 따라 성별을 여성으로 제한한 채용을 했다.

이 학부장은 “결혼·육아와 학문 연구를 병행하는 일에 고민하는 여학생들에게 여성 교수는 실질적인 조언을 해줄 수 있다”며 “이번 채용이 여성 학자들에게 의욕을 불러일으켜, 여성 교수 비율이 늘어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조한대 기자 cho.hand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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