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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교 상피제? 교사를 범죄인 취급" 김승환 전북교육감 반발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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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승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전북도교육감·왼쪽)이 지난달 12일 세종시 어진동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의장에서 열린 총회에서 김상곤 교육부 장관(오른쪽)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김승환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장(전북도교육감·왼쪽)이 지난달 12일 세종시 어진동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 회의장에서 열린 총회에서 김상곤 교육부 장관(오른쪽)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뉴스1]

"불신 사회, 불신 공화국. 교사는 잠재적 범죄인?"
3선인 김승환(65) 전북도교육감이 지난 17일 본인 페이스북에 올린 글의 첫머리다. 교육부가 이날 "내년 3월부터 교사와 그 자녀를 같은 학교에 배치하지 않는 '고교 상피제(相避制)'를 도입하겠다"고 발표한 직후다. 고교 상피제는 최근 서울 강남구의 한 유명 사립고에서 교무부장의 쌍둥이 두 딸이 갑자기 문·이과 전교 1등을 차지해 '시험지 유출' 의혹이 불거진 게 계기가 됐다.

2022 대입제도 개편안에도 반대 입장 #"무책임한 교육부, 그대로 둘 수 없다"

지난달 전국 시·도교육감협의회장에 선출된 김 교육감은 이 글을 통해 "교사가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는 자녀에게 시험지를 사전 유출하거나 자녀의 학교생활기록부를 무단 정정하는 행위는 극히 일부의 일탈 행위이고, 이러한 일탈에 대해서는 징계책임이나 형사책임을 엄중하게 물음으로써 재발 방지를 강도 높게 하면 된다"며 사실상 고교 상피제 도입에 반대 의사를 밝혔다.

'고교 상피제' 도입을 비판한 김승환 전북도교육감 페이스북 글. [김승환 교육감 페이스북 캡처]

'고교 상피제' 도입을 비판한 김승환 전북도교육감 페이스북 글. [김승환 교육감 페이스북 캡처]

그러면서 시·도교육청이 직접 징계할 수 있는 공립학교 교원과 달리 사학법인이 거부하면 징계를 강제할 수 없는 사립학교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 교육감은 "정권이 바뀌고 15개월이 지나도록 사립학교법 개정에 대해선 한마디도 하지 않는 교육부가 다시 한 번 교사들을 잠재적 범죄인으로 몰아가고 있는 것 같아 씁쓸하기 짝이 없다"고 했다.

그는 고교 상피제 도입 기사에 인용된 "최근 시·도교육청과 회의에서 (상피제 도입에) 합의했다"는 교육부 관계자의 말을 언급하며 "교육감인 제가 모르는 합의를 누가 했다는 것이냐"며 불쾌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김 교육감의 해당 글에는 19일 정오 현재 190개의 댓글(김 교육감 답글 포함)이 달렸다. 상당수가 고교 상피제에 반대하는 내용이지만, "엄마랑 같은 학교 다니는 애들 특혜 있습니다" "불신은 그냥 생긴 게 아닙니다. 그런 일들이 크건 작건 계속 생겼기 때문이지" 등 찬성하는 댓글도 적지 않았다.

김승환 교육감이 지난달 3일 전북도교육청에서 열린 제18대 전북도교육감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뉴스1]

김승환 교육감이 지난달 3일 전북도교육청에서 열린 제18대 전북도교육감 취임식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 [뉴스1]

김 교육감은 댓글에 일일이 답변을 달며 의견을 주고받았다. "무조건 만들고 보자는 대책이 교육에 적용돼선 절대 안 된다"는 한 댓글에 그는 "교육부 관료들은 어떤 문제가 발생하면 그 즉시로 소위 대책이라는 걸 내놓는다. 날림 공사의 고수들"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이번에 교육부가 내놓은 고교 상피제를 '날림 공사'에 비유한 셈이다.

황현 전 전북도의장도 김 교육감 의견에 동조하는 댓글을 달았다. 황 전 의장은 "(교육부가) 교육감님들께서 모르고 있는데도 (상피제를) 합의했다며 도입을 하겠다는 것은 무슨 의도(냐)"며 "처음엔 김상곤 교육부 장관에 기대도 컸었는데 참으로 실망과 허탈을 금할 수 없다"고 했다.

2022 대입제도 개편안을 비판한 김승환 전북도교육감 페이스북 글. [김 교육감 페이스북 캡처]

2022 대입제도 개편안을 비판한 김승환 전북도교육감 페이스북 글. [김 교육감 페이스북 캡처]

김 교육감은 고교 상피제 도입을 반대하는 글을 올린 이튿날(18일) 페이스북에 또다시 '2022 대입제도 개편안 규탄 5개 단체 공동 기자회견문'을 올리며 교육부와 대립각을 세웠다. 해당 자료는 "문재인 대통령의 교육 공약을 파기한 책임을 지고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과 김상곤 교육부 장관은 퇴진하라"는 요구가 담겼다. 그는 이 글에서 "이 상황에 이르게 된 데는 현 정권, 국가교육회의, 교육부의 책임이 결정적"이라며 "전국시도교육감협의회는 이 상황을 그대로 둘 수 없다. 무책임하고 무능한 무리들에 섞여 이 나라의 아이들 앞에 용서받을 수 없는 죄를 지을 수는 없다"고 밝혔다.

전주=김준희 기자 kim.junhe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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