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PECIAL REPORT
앞으로 70년 뒤인 2088년까지 국민연금 제도를 문제 없이 유지하려면 보험료를 적정 수준으로 인상해야 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이대로 두면 2057년 국민연금 기금이 소진되고, 미래 세대 근로자들은 소득의 25~38%를 보험료를 내야 한다는 전망이다.
Q&A로 본 국민연금 개선안 #가입기간 차등 없애 지급률 60% #용돈도 안 되는 유족연금 개선 #이혼 즉시 가입기간 분할키로 #재정재계산은 연금의 ‘건강검진’ #‘저출산·고령화·저성장’ 추계 핵심
17일 오후 ‘국민연금 제도 개선 방향에 관한 공청회’에서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회 성주호 위원장(경희대 경영학과 교수), 제도발전위원회 김상균 위원장(서울대 사회복지학과 명예교수), 기금운용발전위원회 이준행 위원(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은 이런 내용을 담은 이 최종안을 발표했다. 세부 내용을 질의응답으로 정리했다.
- 재정재계산은 왜 하는 건가.
- “재정재계산은 국민연금의 건강 검진이다. 연금 제도를 오랫동안 지속 가능하게 하기 위한 장치다. 5년마다 향후 70년치의 연금 재정 상황을 전망하고, 재정 건전성을 진단한다. 그 결과를 토대로 장기 재정 목표를 세우고, 제도를 개선한다.”
- 국민연금의 장기 재정 목표가 뭔가.
- “위원회는 70년 뒤 한 해 지급할 연금액 보유를 목표로 잡았다. 2088년 1월 1일 그 해에 지급할 1년치 연금액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1~3차 재계산 때는 재정 목표가 없었다.”
- 70년 뒤 상황을 어떻게 내다보고 추계하는 건가.
- “인구·거시경제·기금투자수익률 전망치를 가지고 시뮬레이션했다. 이번 재정 추계의 핵심 키워드는 ‘저출산·고령화·저성장’이다. 세 가지 모두 재정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이 가운데 기금 고갈 시점을 당기는 데 가장 크게 작용한 건 낮은 경제성장률이다. 실질임금상승률·실질금리·물가상승률·기금투자수익률 모두 3차 때에 비해 낮게 전망됐다. 인구 전망치는 통계청의 장래인구추계에서 출산율·기대수명 등이 중위(중간수준 전망) 때를 가정했다. 합계출산율은 2020년까지 1.24 수준에 머무르다 2040~2088년까지엔 1.38을 유지한다. 2050년 노인인구는 1881만 명까지 늘어 노인인구 비율(38.1%)이 세계 최고 수준에 도달하게 된다. 기대수명은 2088년 남성이 90.8세, 여성이 93.4세까지 올라갈 것으로 예측했다.”
- 앞으로 국민연금 기금은 어떻게 되나.
- “현재 634조원인 국민연금 기금 적립금은 2041년 1778조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뒤 이듬해부터 쌓이는 돈보다 나가는 돈이 많아지기 시작한다. 당해 연도 적자가 발생한다. 2057년 완전히 고갈된다. 16년 만에 1778조원이 사라진다. 2013년 3차 재계산 때는 2043년 2561조원까지 쌓이고, 2060년 고갈될 것으로 예상했다. ”
- 기금이 왜 고갈되는 건가.
- “국민연금은 누구나 자기가 낸 돈보다 많은 연금을 받도록 설계됐다. 그래서 언젠가는 기금 고갈이 될 수밖에 없다. 수익비(낸 돈 대비 받는 연금액)는 저소득층일수록 높다. 소득재분배 기능이 강해서다. 20년 가입 기준 최저 보험료인 2만6100원을 내는 저소득층은 7.8배를 연금으로 돌려받는다. 반면 최고 보험료인 40만4100원을 내는 고소득층은 1.3배를 돌려받는다.”
- 그러면 연금을 받을 수 없게 되는 건가.
- “그렇지 않다. 그해 줄 돈을 그해에 걷으면 된다. 선진국이 그렇게 한다. 다만 고갈 시점 이후 미래 세대가 감당할 수 없을 만큼 많은 보험료를 부담하게 된다. 이 추세면 2057년 가입자는 소득의 24.6%를 연금 보험료로 내야 한다. 2088년엔 28.8%까지 보험료율이 올라간다. ”
- 대안은 뭔가.
- “자문위원회는 아무리 지출을 줄여도 보험료율 인상 없이는 현실적으로 제도 유지가 어렵다고 봤다. 두 가지 대안을 내놨다. 1안은 소득대체율을 45%로 유지하는 것이다. 소득대체율은 매년 0.5%포인트씩 떨어져 2028년 40%가 되는데 45%에서 멈추자는 얘기다. 그러기 위해 당장 내년 보험료율을 현재의 9%에서 11%로 올려야 한다고 제안했다. 2034년에 12.31%로 올리고, 이후 5년마다 재정재계산을 해 보험료율 인상 여부를 논의한다. 30년 이후 그해 지급할 연금액을 최소한 보유하도록 보험료를 올린다.
2안은 소득대체율을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40%로 낮추는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다. 대신 2088년까지 기금이 고갈되지 않도록 2029년까지 보험료를 13.5%까지 올린다(1단계 조치). 그런 다음 65세(2033년까지 단계적 상향)인 연금 수령 개시 연령을 2038년에 66세, 2043년에 67세로 올린다. 1, 2안 중 어느 것을 택하더라도 보험료는 2~4.5%포인트 오르게 된다.”
- 최근 논란인 가입상한연령 상향 조치는.
- “위원회는 연금 가입 상한 연령을 60세 미만에서 2033년까지 65세 미만으로 올리는 것을 제안했다. 현재 60~64세 근로자가 200만 명이 넘고 앞으로 더 늘어난다. 지금은 60세 이상인 경우엔 본인이 원할 때만 가입하고, 보험료 전액을 내지만 이렇게 바꾸면 앞으로는 직장인일 경우 회사가 절반을 낸다. 소득이 없으면 납부예외자가 돼 안 내도 문제가 없다. 2033년까지 65세로 올라가는 연금 수령 개시 연령과 일치시키기 위한 조치다.이 제안이 그리 힘이 실려 있지는 않다.”
- 공무원연금처럼 국가의 지급보장을 법에 명시하나.
- “위원회는 현행 국민연금법만으로도 기금이 고갈돼도 국가가 책임을 부담한다고 해석할 수 있다고 봤다. 그래서 굳이 법에 명시하지 않는 게 바람직하다는 결론을 냈다. 다만 보험료 인상 등의 제도개혁을 추진할 때 국민의 불안감 해소, 국민 지지 확보 차원에서 ‘추상적 보장책임 규정’이라도 도입할 필요가 있다는 일부 의견이 나왔다.”
- 다른 제도 개선 방안은.
- “월 468만원으로 돼 있는 보험료를 부과하는 소득 상한도 올리는 방안을 제시했다. 지금은 소득이 월 468만원이 넘어도 이걸로 간주해 9%를 보험료로 낸다. 가입자의 14.16%가 상한선에 해당한다. 첫째 자녀부터 12개월씩 출산 보너스(연금 가입기간을 얹어주는 것)를 도입한다. 지금은 둘째부터 부모에게 가입기간을 얹어준다. 군 복무 보너스를 현재 6개월에서 앞으로 전 복무기간으로 확대한다.”
- 유족연금이 달라지나.
- “지금은 유족연금 지급률이 가입기간에 따라 40~60%로 다르다. 가령 사망자가 10년 미만 가입했으면 사망자 연금(20년 가입 전제)의 40%를 유족이 받는다. 10~19년은 50%, 20년 이상은 60%다. 이런 차등을 없애고 60%로 통일하기로 합의했다. 가령 월 소득이 전체 가입자 평균에 가까운 남편(186만원)이 2011년 연금에 가입해 사망한다면 지금은 아내에게 18만원이 나온다. 60%로 통일되면 34만원으로 오른다.
또 60%를 산정할 때 여기에 20년 가입을 전제(가입의제기간)로 하는데 앞으로 25년으로 올리거나 사망시점~65세 기간을 잡기로 했다. 두 가지 개선작업이 이뤄지면 유족연금이 ‘10년째 27만원’ 신세를 면할 수 있다. 여기에 돈이 많이 들어간다.”
- 장애연금·분할연금도 달라지나.
- “장애연금도 가입의제기간을 20년으로 삼고 있는데, 앞으로 이것도 유족연금처럼 의제기간 산정방식이 바뀐다. 분할(이혼)연금 수령 자격을 혼인기간 5년에서 1년으로 대폭 축소한다. 또 이혼 즉시 가입기간을 분할한다.”
- 자문위원회 방안은 당장 시행되나.
- “자문안은 연금 개혁을 위한 출발점이라고 보면 된다. 정부는 이를 바탕으로 각계 의견을 수렴해 9월 중 4차 국민연금종합운영계획안을 마련한다. 국민연금심의위원회와 국무회의 등을 거친 뒤 대통령 승인을 통해 정부안을 확정한다. 이는 10월 말까지 국회에 제출될 예정이다.”
이에스더·이승호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