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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연금개혁 ‘폭탄 돌리기’ 지금이 끝낼 때다

중앙선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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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97호 01면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국민연금 개혁이라는 주사위가 던져졌다. 어렵고 오랫동안 고통이 따르는 작업이다.

국민 반발 두려워 10년 허송세월 #5년 더 미루면 젊은 세대엔 재앙 #밀어붙인 독일 슈뢰더 결국 박수 #정치적 계산 말고 미래만 보길

보건복지부 산하 국민연금 재정계산 3개 위원회(재정·제도·기금운용)는 17일 오후 재정 추계와 제도 개선안을 공개했다. ‘더 내고 더 받거나, 같이 받는’ 개혁이다.

대한민국의 국민연금은 지구상 국가들 중 유일한 0명대 출산율, 세계 최고 속도의 고령화, 2%대로 뚝 떨어진 저성장의 3중고에 포위돼 있다. 위원회는 이대로 가면 연금적립금 최대치가 2561조원(2043년)에서 1778조원(2041년)으로 783조원 줄고, 소진 시기가 2060년에서 2057년으로 3년 당겨진다고 내다봤다.

방치하면 소득의 24.6%를 보험료로 내야 한다. 지금(9%)의 2.7배다. 1778조원을 현 세대가 차지하면 아들·딸 세대의 부담은 기하급수다. 그나마 출산율 예측치를 통계청의 장래인구 추계 중간치(중위)로 본 게 이렇다. 출산율이 1.05명이라면 보험료 부담은 26.4%로 올라간다. 2088년에는 출산율 중위를 근거로 한 보험료가 28.8%인 반면 1.05명은 37.7%로 확 벌어진다. 결혼 건수 감소율 등을 감안하면 당분간 출산율이 1명 안팎에서 머물 가능성이 크다. 저출산의 여파는 2050년 이후에 본격적으로 나타난다. 부담은 후세대로 향한다. 성주호 국민연금재정추계위원장은 “소득의 30%까지 보험료로 내면 연금을 지속하기 어렵다”며 “지금 세대는 연금을 받을 수 있지만 미래세대는 받기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국민연금은 다른 위협에도 직면해 있다. 이른바 ‘용돈연금’ 논란이다. 평균연금이 38만원(5월 기준)에 불과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노인빈곤율은 압도적 1위(45.7%)다. 소득대체율(생애평균소득 대비 연금의 비율)이 40%(2028년)라지만 가입기간이 짧아 실제는 24%밖에 안 된다.

제도발전위원회는 두 가지 안을 냈다. 1안은 소득대체율(이하 대체율) 45%에다 내년에 보험료를 즉각 2%포인트 인상하고, 2034년에 1.31%포인트 추가 인상하는 것이다. 2안은 예정대로 대체율을 40%로 깎고 보험료를 2029년까지 4.5%포인트 올린다(1단계). 2단계에서 2034~43년 연금수령개시 연령을 65세에서 67세로 늦추고 수명연장만큼 연금을 자동으로 깎는다. 더 받으려면 더 내자는 안이다.

어느 걸 시행해도 향후 70년 동안 기금 고갈을 피할 수 있다. 대신 최소한 보험료를 9%에서 11%로 올려야 한다. 최소한 2%포인트를 올려야 한다. 20년 동안 국민 반발이 두려워 손대지 못한 걸 이번에 위원회가 제시했다. 2007년 노무현 정부는 ‘대체율 50%-보험료 15.9%’ 법안을 냈었다. 하지만 국회가 대체율만 줄이는 반쪽짜리 개혁을 했다. 당시 반대 목소리는 한나라당에서 나왔다. 그때 조금이라도 보험료를 올렸더라면 이번에 소득대체율이 45%로 되돌아갈 필요도, 보험료를 많이 올릴 필요도 없다. 한 템포 늦춘 게 10년을 허송세월했다. 이번에는 미룰 수 없다. 또 미루면 2023년 5차 재정재계산으로 넘어가는데, 거의 불가능에 가까워질지 모른다.

위원회는 이번에 ‘70년 후 한 해 지급연금액 보유’라는 연금 재정의 목표 설정에 합의했다. 5년마다 재정계산을 할 때 이 원칙대로 하면 기금 고갈 걱정을 안 해도 된다. 높게 평가할 만하다. 앞으로 정부와 국회에서 개혁을 추진할 때 이 원칙을 흔들면 절대 안 된다.

30년 국민연금 역사에서 대형 개혁은 두 차례 있었다. 연금수령개시 연령을 5년마다 1살씩 65세로 늦춘 1차 개혁은 1995년 김영삼 정부에서 시작해 98년 김대중 정부가 완성했다. 2차 개혁(소득대체율 60%→2028년 40%)은 2002년 김대중 정부에서 시작해 2007년 노무현 정부에서 끝났다. 공무원연금 개혁은 2013년 박근혜 정부가 발동을 건 뒤 2015년 완수했다.

모두가 두 개의 정권에 걸쳐 있고, 3~5년 걸렸다. 보수냐 진보냐, 정권의 색깔에도 관계없다. 현재의 청소년, 앞으로 태어날 우리 아이들은 아버지나 할아버지 세대보다 더 어려운 시기를 맞게 된다. 이들에게 ‘연금 폭탄’까지 물려주는 것은 죄짓는 일이다. 프랑스·독일·영국·일본 등 선진국들도 저출산·고령화를 이기기 위해 연금 개혁을 했다. 러시아마저 칼을 뺐다. 독일의 슈뢰더 총리를 비롯해 연금 개혁을 완수한 지도자는 당시 인기가 없었지만 나중에 큰 박수를 받았다. 연금 개혁은 정치적 손익을 계산하지 않는, 미래만 보는 개혁이어야 한다. 그 어려운 게 문재인 정부 손에 달렸다.

신성식 복지전문기자 sssh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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