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권 노선선투쟁 재연|「서총련」분열조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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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전두환·이순자구속처벌투쟁」을 끝으로 마무리단계에 접어든 올해 학생운동이 이달 중순에 시작된 각대학 총학생회장선거를 계기로 본격적인 「노선투쟁」기미를 보이고있다.
전통적으로 겨울철은 운동권의 표면적인 「동면기」인 동시에 내부적으로는 변혁세력간의 치열한 노선·이념논쟁이 전개되어온것이 상례이긴하지만 올해의 경우 현재 진행중인 학생회장선거마다「조국통일운동(1학기)」·「전·이구속투쟁(2학기)」등 전대협·서총련이 주도한 금년 운동방향에 대해 후보들의 신랄한 비판이 잇달아 특히 주목을 끌고있다.
지난11일 가장 먼저 선거를 끝낸 고려대에서는 기존의 「서총련입장」에 반기를 든 이영남군(24·무역3)이 당선, 파란을 불러일으키기도 했다.
이에따라 지난 7월25일 대학운동권공개조직의 「천하통일」을 이룬 서총련이 불과4개월여만에 분열될 조짐마저 보인다.
◇학생운동평가=대학운동권의 주도세력인 「NLPDR(민족해방민중민주주의혁명) 」노선 추종파는 지난해6월 민주화투쟁을 주도한 이래 각대학 총학생회를 장악,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해왔다.
올해 벌어진 「6·10」「8·15」시위등 통일운동과 「학생의날」을 전후한 「5공비리척결, 전·이구속투쟁」은 모두 전대협·서총련 중심으로한 「NL」노선의작품.
NL파는 특히 지난7월이른바 「CA(제헌의회)」파가 주축이된 「서건추」를 흡수통합해 명실상부한 천하통일을 이루기도 했다.
「통일선봉대」「체포결사대」등을 앞세운 NL파의 학생운동은 정부의 7·7대북선언을 이끌어내는 한편 전씨일족에 대한 국민적 공분을 증폭시키는데 크게 기여했다는것이 일반적인 평가.
◇분열조짐=각대학 총학생회를 중심으로한 NL노선에 대해 운동권내부에서는 △총학생회가 지나치게 정치성향만 띠고있어 일반학생들의 무관심을 자초했으며 △총학생회 자체의 의사결정과정도 비민주성을 면치 못했다는 등의 비난이 점차 일고 있다.
서울대·성대·한양대등 10여개 대학에서는 이달들어 총학생회와는 별도로 「민주화투쟁학생연맹」(민투학련)「통일민주학생연맹」(통민학련」등 새로운 조직이 결성단계에 접어들어 기존의 서총련을 위협하는 실정.
이중 「민투학련」은 CPC(헌법제정민중회의)파가,「통민학련」은 CA(제헌의회)파가 각각 주도하는 것으로 알러졌다.
◇전망=전대협은 18일의 전·이구속을 위한 가두서명·평화대행진과 19일 대학로에서 열릴 예정인 「2차국민궐기대회」까지 5공비리 척결투쟁을 지속하는한편, 광주항쟁문제도 꾸준히 제기할 방침이다.
그러나 이른바 「주사」(주체사상)파가 주축이 된 현재의 대학운동권은 올 겨울방학의 「노선투쟁기」를 거치면서 그 위상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일련의 민주화과정과 더불어 확산된 운동권학생들의 다양한 수준과 요구에 따라 새로 결성될 「선도조직」이 가두투쟁·점거농성등을 도맡는 대신 기존의 총학생회는 등록금인하투쟁·총학장직선제등 「학원민주화」에 주력하는등 운동조직의 「역할분담」이 이루어질 전망이다. <노재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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