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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 백원우 8시간 조사 “총영사 뽑아놓고 도두형 인사검증 앞뒤 안 맞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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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15일 백원우(52) 청와대 민정비서관을 참고인 신분으로 소환해 조사했다. 김경수(51) 경남지사를 상대로 한 ‘드루킹’ 김동원(49·구속기소)씨의 인사청탁 의혹을 규명하기 위해서다.

3월 면담 때 무슨 말 나눴는지 조사

특검팀 관계자는 “백 비서관의 경우 현재로서는 피의자가 아니다”며 “드루킹과 김 지사 사이의 공직 인사거래 의혹에 대해서만 제한적으로 진술을 청취했다”고 말했다.

백원우

백원우

백 비서관에 대한 조사는 이날 오후 4시40분쯤, 약 8시간 만에 마무리됐다. 실제 조사는 6시간 정도 걸렸지만 백 비서관이 조서를 2시간 동안 꼼꼼하게 체크했다. 특검팀은 백 비서관을 상대로 지난 3월 28일 도두형(61) 변호사를 청와대 앞에서 직접 만나게 된 경위를 중점적으로 확인했다. 도 변호사는 드루킹이 김 지사에게 오사카 총영사로 추천한 인물이자 ‘댓글 여론조작 사건’의 피의자다. 드루킹이 댓글 여론조작을 대가로 요구한 인사청탁에 대해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청와대 민정비서관이 해당 인물을 직접 만나 면담을 진행한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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앞서 경찰 조사에 따르면 백 비서관은 지난 3월 21일 오전 10시쯤 도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만남을 제안했다. 드루킹이 댓글 여론조작 혐의로 경찰에 체포된 지 불과 1시간이 지난 시점이었다. 특히 당시 백 비서관은 국회의원 신분이던 김 지사로부터 “드루킹으로부터 협박을 받고 있다”는 이야기를 들은 상태였다.

드루킹이 김 지사의 국회의원 시절 보좌관인 한모씨에게 500만원을 건넸던 사실을 거론하면서 측근인 도 변호사를 오사카 총영사에 임명해 달라고 집요하게 요구했다는 내용이었다. 이 만남을 두고 정치권 등에서는 사정기관을 총괄하는 백 비서관이 김 지사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경찰을 움직인 게 아니냐는 의혹이 일었다.

백 비서관과 도 변호사의 만남에 대해 청와대는 “인사검증 차원이었다”고 해명했다. 추천된 인물에 대한 검증은 민정비서관의 통상적인 업무라는 설명도 덧붙였다. 하지만 특검팀 관계자는 “이미 오사카 총영사로 올 사람이 정해진 상황에서 같은 자리에 추천된 도 변호사를 검증하기 위해 민정비서관이 면담을 진행했다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한편 특검팀은 지난 12일 조사를 받은 송인배(50)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고 강금원 회장 소유의 골프클럽인 시그너스CC에서 자문료 성격으로 약 2억원을 받은 것이 정치자금법 위반에 해당하는지에 대한 법리검토를 진행 중이다.

특검팀 관계자는 “실제 해당 골프클럽에선 결혼식이 열린 적도 없고 업무를 맡은 기록도 없다”며 “혐의를 적용한다면 정치자금법 위반으로 볼 수 있지만 수사대상 논란과 수사기간의 문제 등을 감안해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내부적으로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송 비서관 역시 백 비서관과 마찬가지로 15일 현재까지 참고인 신분이다.

정진우·정진호 기자 dino87@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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