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웨딩이사 2억 받은 송인배, 골프장 결혼사업 실적 전무"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12면

송인배 비서관(오른쪽)과 한병도 정무수석이 14일 청와대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송인배 비서관(오른쪽)과 한병도 정무수석이 14일 청와대 국무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김상선 기자]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을 수사 중인 허익범 특별검사팀이 송인배(50) 청와대 정무비서관이 웨딩사업 담당 이사로 있던 ‘시그너스컨트리클럽(CC)’에서 실제 결혼식이 열린 적은 없는 것으로 파악했다. 특검팀은 송 비서관이 충북 충주에 있는 시그너스CC에는 이름만 걸어놓고 실제로는 자신의 지역구였던 경남 양산에서 정치인 활동을 한 것은 아닌지 의심하고 있다.

특검 “정치하며 일했을 가능성 낮아” #홍영표 “명백한 별건수사” 비판에 #직접 수사할지 검찰에 넘길지 고심

14일 한 특검팀 관계자는 “시그너스CC가 결혼식 사업을 추진했지만 실제로 결혼 사업 실적은 잡힌 것이 없다고 파악됐다”며 “웨딩사업 이사 직책이 송 비서관에게 돈을 주기 위해 만든 자리인지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시그너스CC는 고(故) 노무현 전 대통령의 후원회장을 맡았던 고 강금원 창신섬유 회장의 부인과 아들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특검팀은 경남 양산에서 원외 정치인으로 활동했던 송 비서관이 충북 충주에 있는 시그너스CC에서 실제 근무했을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송 비서관은 2011년부터 약 5년간 시그너스CC 웨딩사업부 이사로 재직하면서도 2016년 총선에는 더불어민주당 소속, 2012년 총선 때도 민주통합당(더불어민주당의 전신) 소속으로 두 차례 출마했다. 정치인 활동 와중에도 송 비서관은 시그너스CC 웨딩사업부 이사 직함으로 매달 약 300만원씩 총 2억원가량의 급여를 받아갔다.

현행 정치자금법에 따르면 국회의원 후보자가 정식 후원회 계좌를 통하지 않고 받은 정치자금은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 정치자금법의 공소시효는 7년으로 특검이 송 비서관이 받은 급여를 불법 정치자금으로 본다면 기소 대상에 포함된다.

김태현 변호사(법무법인 준경)는 “출근하지 않고 월급만 수령했다면 송 비서관뿐 아니라 골프장 대표까지 배임·횡령 혐의를 적용할 수 있다”며 “송 비서관의 ‘시그너스CC 2억원’ 문제는 특검의 수사 범위를 넘어선다는 소지도 있기 때문에 정치적 논란이 우려된다면 검찰에 사건을 넘기는 것도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특검법에 따르면 특검팀의 수사 대상은 드루킹의 불법 여론조작행위 및 불법자금과 수사 과정에서 인지된 관련 사건으로 제한돼 있다. 특검팀은 송 비서관 관련 수사 내용을 정리해 검찰에 넘길지, 아니면 직접 수사를 이어갈지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송 비서관의 정치자금법 위반 논란이 불거지자 여당인 민주당은 이날 특검팀을 강하게 비판했다. 이날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허익범 특검팀이 수사가 아닌 정치에 몰두하고 있다”며 “과거 민간기업에 근무할 때 받은 급여가 정치자금에 해당하는지 수사를 하겠다는데 이것은 명백한 별건 수사”라고 주장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기자간담회에서 송 비서관 문제에 대해 “개인 문제이고 이사로 재직해서 급여를 받았다는 점에 대해 법리적으로 따지면 될 것 같다”고 말했다.

박태인·현일훈 기자 park.taei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