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험미숙 감안하면 "합격선"|민주화실험장 실감|증거에의한 진실규명 필요|답변보다 긴질문 비효율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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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온국민의 관심이 집중됐던 일해재단청문회에 대한 외국인들의 시각은 어떠할까?
외국언론특파원들은 이번 청문회가 경험미숙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수준급이었으며 국민들을 정치현장에 직접 참여시킴으로써 한국민주발전에 큰 기여를 했다고 입을 모았다.

<「스펜서·셔만」<미 upi통신>>
청문회중계와 그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을 보면서 한국의 민주화실험이 정말 실효를 거두고 있다는 감흥을 받았다.
이번 청문회에서 30여명에 이르는 많은 신문자의 중복된 발언으로 시간을 허비했다는 단점도 발견됐으나 다양한 사람과 정당의 의문이 각양각색으로 대변되었다는 점에서는 긍정적이다.
청문회의 질문들을 접하면서 보다 많은 노력이 청문회를 갖기 이전의 사실조사에 투입돼야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을 갖게됐다.
질문의 많은 부분이 증거에 의한 사실확인과 추궁보다는 증인비난에 모아졌다는 것을 지적하고 싶다.
과거의 일로 인해 증인을 모욕하는 의원들의 입장은 이해하나 이는 비생산적이며 시간낭비에 불과하다.
사실에 입각한 날카롭고 정확한 질문으로 국민의 존경심을 얻는 것이 질문자인 의원의 정치생활에도 도움이 될 것이다.
또한 증인을 윽박질러 하고싶은 말을 못하게하는 것도 청문회 본래의 취지에서 벗어난다고 하겠다.
미국청문회의 경우 신문자인 국회의원이 비전문가인 경우가 많으므로 청문회의 효율성을 감안, 변호사나 기타 참모진을 대동, 조언을 받아가며 질문을 하는 경우가 많다.
때로는 증인과 질문자의 적당한 위치에 관선변호사가 앉아 정확한 보충질문을 하기도한다.
역시 비전문가가 대부분인 증인의 보호를 위해 변호사대동을 허락하고 있으며 증인은 수시로 변호사의 자문을 구할수 있다.
청문회TV중계는 국민들로 하여금 누가 진실과 거짓을 얘기하고 있는가 직접 판단케한다는 점이 중요하다.
이번 청문회에 대한 총괄적 견해는 겅험미숙에 비해 홀륭하다는 것이다.

<「스티븐·스위트」<미 vis뉴스>>
일해재단에 대한 국회청문회를 통해 한국의 정치현장이 많은 사람에게 공개됐다는 것은 정치가 닫혀진 어떤 곳의 뒷거래가 아니라 국민이 참여할 수있는 공개된 현장임을 보여준것이라 할 수 있다.
과거에는 정치현장이나 정치인의 활동이, 특히 야당의원들의 정치활동을 가늠할수 있는 기회가 정부에 의해 많이 차단되어 왔던 터라 이번 청문회는 한국인人들이 올바른 사람들을 판단, 앞으로 자신들의 대표로 선택할수 있는 중요한 기회를 획득한 셈이다.
여타 권력의 중심부에 있는 사람들은 직권을 남용한다거나 부정이나 뇌물수수행위및 자신의 위치를 다시 한번 점검하는 계기가 됐을 것이다.
청문회는 또한 어느 한 사람이나 정당이 정치권력을 장악할 수 없으며 상호견제와 힘의 균형을 보다 가능케하는 계기를 가져왔다고 할수있다.
신문국회의원들의 경험부족이 원인이겠으나 많은 질문들이 사실에 근거한 것이기보다 개인의 의견과 감정에 바탕한것이 많았다고 할 수 있다.
또한 개인 감정으로 채색된 모호한 질문도 많았다.
증언을 신문자 나름대로의 생각으로 오도해가거나 중간에 막는일은 공정하지 못하다고 본다.
특히 사안을 벗어난 질문이나, 증인 모독 발언등에 대해서는, 위원장의 역할로 이를 제지해야 한다고 본다.
감정이 격앙된 질문을 피하기위해, 과거 증인과의 관계에서 이해가 엇갈렸던 의원은 청문회 신문자가 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

<「쓰지·다미튼시」<일 tv아사히>>
일본의 경우 청문회보다는 「증인신문」이라는 단어를 사용하고 있다.
한국의 청문회는 당수에 비해 상당히 많은 신문자가 질문에 나섰으며 반복된 질문도 눈에 띄었으나 일본의 경우 각당이 1∼2명의 의원을 내세워 당내의 의견을 종합, 질문요지를 함축시켜 정리한다.
증인신문이전에 각당의 대표가 모여 질문·시간배당문제등을 논의하고 자기당의 이익대변성 발언이 필요할 경우 사전에 막후교섭을 통해 양해를 구하는 것으로 알고있다.
청문회에서 옳고 그름을 밝히는것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청문회에 임한 증인들의 인권 보호문제라 할수 있다.
일본의 록히드사건 증인신문에서도 증인의 인권보호문제가 큰 논란이 됐었다.
증인의 답변을 「그렇다」와「아니다」로 갈라 말할 것을 종용하는 경우를 종종 보는데 신문자가 정확한 증빙자료를 갖고있지 않을 경우 오류를 범할수 있다.
또한 신문자의 질문이 사실에 입각해 있지 않을 경우 답변보다 질문에 많은 시간을 할애한다는 것은 비효율적이다.
이번 청문회에서 증인으로 나온 정주영현대그룹 명예회장이『처음에는 일해에 대한 경제인들의 기부금이 1백억원에 그치는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는 발언은 5공비리전반을 유추, 가늠하는데 큰도움이됐다고 본다.
청문회가 주는 파급효과로 볼때 진실을 가려내는 과정이 국민의 본보기가 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앞으로 있을 광주특위청문회와 언론통폐합관련청문회에서는 보다 완벽한 자료수집으로 국민을 대변할수 있는 질문과 충실한 답변이 나올수 있기를 희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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