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저소득층 급속 몰락… 빈곤층 4년 새 500만명 늘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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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저소득층(near poor)에서 빈곤층(poor)으로 떨어지는 미국인들이 최근 크게 늘고 있다고 뉴욕 타임스(NYT)가 8일 보도했다.

미 연방 인구조사국 발표에 따르면 연 수입이 빈곤선(4인 가정 1만9157달러) 이하인 미국인은 2000년 3158만 명에서 2004년 3699만 명으로 늘었다. 전체 인구의 12.7%에 해당한다. 더 심각한 문제는 수입이 빈곤선의 두 배를 넘지 못해 언제든지 극빈층으로 전락할 위험이 있는 저소득층이 5400만 명에 이른다는 점이다.

세인트루이스 워싱턴대의 마크 랭크 교수도 "현재 저소득층은 과거 어느 때보다 불안한 환경에 놓여 있다"며 극빈층 증가의 원인을 저소득층의 몰락에서 찾았다. 랭크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40대 미국인 중 1년 이상 빈곤선 이하의 생활을 경험하는 비율이 1980년대에는 13%였지만 90년대에는 36%로 세 배 가까이 치솟았다.

저소득층 몰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 높은 집세와 의료비가 지목되고 있다. 대표적인 예가 로스앤젤레스 오렌지카운티의 해안가 모텔을 가득 채운 장기 투숙자다. 대부분 집세를 낼 돈이 없는 저소득층들로 이들의 상당수는 나중에 투숙비조차 감당하지 못해 노숙을 하거나 구호단체의 도움을 받게 된다.

현재 오렌지카운티에서 구호단체의 식량 지원을 받는 주민이 22만 명이나 된다. 또 의료보험 혜택을 받지 못하는 임시직이 늘면서 가족 중 환자가 생기면서 경제적 파탄을 맞는 경우도 흔하다.

여기에 최근 단순 생산.서비스직의 임금이 떨어지면서 주로 이들 업종에 종사하는 저소득층의 삶은 갈수록 힘들어지고 있다고 NYT는 덧붙였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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