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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남편이 다시 태어나는 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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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오늘은 백남준의 부활절입니다. 세계에서 최초로 한국 땅에 백남준미술관이 서게 됐으니 조국이 그를 인정하고 평가한다는 뜻에서 다시 태어나는 셈이지요."

9일 오후 경기도 용인 상갈 근린공원에서 열린 '백남쥰이 오래 사는 집' 기공식에 참석한 백남준의 일본인 부인 구보타 시게코(久保田成子.68.사진)는 감회에 젖은 모습이었다.

가족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비디오 예술의 아버지'인 백남준과 결혼한 구보타는 "남준씨 덕에 나까지 유명해졌다"고 말했다.

독일 건축가 크리스텐 쉐멜이 설계한 미술관의 외양이 그랜드 피아노를 닮은 것도 구보타를 기쁘게 했다. 백남준이 어린 시절부터 피아노를 사랑했고 마지막 순간까지 피아노 연주를 즐겼기에 "그가 하늘 어디선가 보며 행복해 하고 있을 것"이라며 좋아했다.

"지난 1월 말 남준이 죽고 난 뒤 그를 추모하는 3부작을 만들고 있어요. '예술은 고등 사기다'라는 그 말로 화제를 모았던 1986년 '한국 여행', 뇌졸중으로 쓰러진 뒤 일종의 마사지 치료 과정을 담은 '섹슈얼 힐링', 말년의 일상을 담은 '일기'죠. 그는 신문중독자였어요. '뉴욕 타임스' 등 대여섯 종의 신문을 몇 시간씩 탐독했는데 신문을 새로운 작품의 정보 창고라 불렀죠."

구보타는 최근 독일 브레멘에서 열린 백남준 추모제에서 '놀라운 사실' 하나가 새롭게 확인됐다고 말했다.

"그동안 백남준이 전위그룹 '플럭서스'의 도움을 받아 비디오 예술을 전개한 것으로 기록돼 왔는데 '플럭서스'의 초창기 멤버들은 자신들이 오히려 백남준으로부터 영향을 받았다고 연설했어요. 신문이 크게 쓰고 독일 미술계가 흥분했죠. '백남준 학(學)'이 연구해야 할 숙제 하나가 더 생긴 셈이죠."

글=정재숙, 사진=변선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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