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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예술 세계의 공감못얻었다"|닫혔던 동구권과의 첫 만남 큰 수확|경축행사 국민참여 배제 전시에만 치중|연극 외국수준작비해 국대 들러러 인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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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8면

8월17일부터 10월5일까지 개최된 서울올림픽 문화예술축전 종합평가심포지엄이 11, 12일 이틀간 한국문화예술진흥원 주최로 플라자호텔에서 열렸다. 전통문화·음악·연극·무용·현대미술·문화재전시·대중예술·영화·경축문화행사및 개폐회식등 9개부문에 대한 전문가들의 발제와 토론이 있은 이번 종합평가심포지엄은 올림픽 문화행사에 대한 최초의 공식평가모임으로 주목을 끌었다. 국내 문학예술인들의 역량이 총집결되고 동구권을 비롯한 세계의 문화예술인들이 참여한 올림픽 문화행사는 우리 전통문화의 세계화에 기여했다. 또 세계적 수준의 외국현대예술과 우리예술이 나란히 전시·공연되어 우리 문화 예술의 실상에 대한 평가와 함께 발전 방향도 제시되었다. 이번 심포지엄은 그러한 평가와 함께 앞으로 우리문화의 세계로의 확대에 대한 의견도 개진되었다. 발제·토론내용을 요약한다. <편집자주>

<전통예술>
국악·창극·민속마당놀이등 우리 전통예술의 공연과 축제는 우리 소리·가락·율동을 단순히 세계에 알린다는 점에서는 어느정도 성과를 거두었으나 진수를 보여주고 세계인의 공감을 얻기에는 크게 부족했다.
대한민국국악제의 경우 프로그램기획이나 무대연출, 출연진의 적절한 조정등에서 「낙제점」이었다는 평가를 면치 못했다.
국립국악당 소극장은 조명·음향등에서 국악의 참모습을 보여주기 부족했고 출연자들도 거문고 연주자가 합창까지 하며 중복 출연하는가 하면, 노래하는 사람이 목이 아프다고 그만두어 공연시간이 짧아지는등 열의를 다하지 못했다. 그것은 프로그램의 기획이 음악회의 성공보다 출연자나 출연단체의 안배에 급급할 정도로 안이한데서 연유되었다고 보여진다.
창경궁에서의 아악연주나 한국 고가에서의 풍류연주회등 문화적 맥락 속에서 전통음악을 맛보게 하려던 기획위원회의 아이디어나 신곡작극의 의욕도 무시되었다.
서울놀이마당의 마당놀이는 탈춤·굿·농악·민요등을 보여주어 흥겨운 분위기를 만들었고 한국기층문화예술의 특수성이 세계적인 보편성도 지니고 있음을 확인했다·
그러나 너무 대중성에 치우쳐 민속예술의 짜임새 있는 공연성이 부족했다. 마당놀이는 민속축제등과 함께 앞으로 무대화의 측면에서 연구가 있어야한다.
창극『춘향전』은 판소리다섯마당이 앞으로 판소리의 어법과 서양연극의 미가 합쳐져 한국을 대표할만한 예술형태가 될수 있다는 점에서 보다 많은 창의성이 요구되는 것이었으나 실패작이었다는 평이다. 실험연극에서나 볼수 있는 무대장치, 2시간동안 같은 조로 연주된 기악반주등은 연출상의 미스로 지적됐다.
창극은 앞으로 작곡·연츨등 많이 다듬을 부분이 있다.
장승제가 미신이라는 논의에 빠져 제의식이라는 본질을 잃어버린 것은 국적있는 전통문학의 전달이라는 점에서 볼때 주체성의 상실로 지적되었다.
전통예술분야는 앞으로 세계속에 한국예술을 알리는데 중요한 부분이다.
전통예술인들의 의욕을 북돋워주고 예술성을 높이는 작업이 절실하다. <발제=한만영 권오성 최종민 토론="이성천" 김태곤 김용진 이재숙 전인평 최성자>

<개폐회식>
경축문화행사및 개·폐회식 분야에서는 우선 국민들의 참여가 부족했다는 것이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하나의 축제로서의 경축행사가 누구와 무엇을 위해 시도했던 행사인지를 되묻게한다. 이는 축제는 보여주는 것이 아니라 참여하여 즐기게 하는 것인데도 너무 TV나 전시를 위한 행사로 흘렀기 때문이다.
한강축제에서는 수십만명의 시민을 모을수 있는 수용능력에도 불구하고 단지 보기만하는 프로그램들로만 구성, 동참할수 있는 기회를 빼앗아 버렸다.
거리축제의 경우 성공적인 프로그램으로 꼽을수는 있으나「상감마마행차」나 「꽃차퍼레이드」같이 호화스런 소비문화뿐 아니라 서민문화도 개발해 나간다면 훌륭한 도시축제로 정착될 가능성을 보였다.
전시축제에서는 전시와 축제를 접목시켜야 함에도 불구하고 진행부실로 단순히 보여주기 위한 전시에 머물렀다.
성화봉송행사 역시 지역적 특성화 부족과 참여의식 부족으로 질서있고 무사고적인 진행만을 위해 전국적 축제 분위기 조성보다 요식적 행사로 전락하고 말았다.
결국 모든 올림픽 경축행사가 삶의 현장에서의 축제로 접근되지 못하고 제식화된 의식에 그쳤다.
개·폐회식에서는 소재대부분을 민속예능에서 취해 그것을 현대적 매스게임이라는 그릇에 담아 표현했다. 그리고 그 매스게임에는 전문가가 아닌 초보자가 동원됐다.
이러한 구조아래서는 고도의 난이도를 지닌 세련된 예술과 문화를 부각시키거나 인지시킬수 없었다. 이렇게 볼때 문화의 기능적 완성을 담당해줄 전문인들의 양성이 시급한 과제로 등장했다.

<발제=강신표 허규 이중한 토론="정병호" 이어령 최동선 김진수 김매자 이병옥 김문환>

<음악>
올림픽 음악행사들은 문학예술에 대한 국민의 관심을 높이고 문화생활에 대한 욕구와 잠재력을 확인시켜주는 한편 많은 문제점들을 드러냈다.
우선 세계가 한데 모여 화합한다는 주제의식이 약했다.
둘째, 지나친 서구음악 편중, 동서음악의 만남은 어느정도 이뤄진 셈이나 남북(서양과 제3세계)음악의 만남은 거의 없었다.
세째, 한국 전통음악과 현대작품이 너무 적게 소개 됐으며, 서울국제 음악제 개막공연에서 연주된 박영근의 『올림피아드』등 몇 안되는 창작음악이나마 행사용 음악으로 위촉되어 작곡가의 기량을 충분히 발휘하지 못했다.
네째, 한국의 재외 음악가및 외국 초청 연주단체 선정과정에서 객관적 선정기준과 원칙의 부재. 특히 소련 모스크바필하머니의 협연자 선정을 둘러싼 잡음은 악단에 대한 일반인의 신뢰를 떨어뜨린 것으로 지적됐다.
다섯째, 국내에서 활동하는 음악인들에 대한 배려가 부족한점도 제기됐다.
여섯째, 문화예술축전은 국가적 잔치임에도 불구하고 일부 후원·주최 단체들이 자신들의 기여를 지나치게 강조하여 순수한 잔치의 성격을 해쳤다. 앞으로 공익성 문화행사를 주최하는 단체들의 규범이 마련돼야한다는 것이다.
이같은 문제들을 극복하고 새로운 전환기를 맞기 위한 과제와 제언들이 다음과 같이 부각됐다.
▲종래의 관지원체제 일변도에서 민간지원이 확대되는 지원체제로 전환시키려면 예술을 지원하는 기업에 유리하도록 현행 세법을 개정할것.
▲관주도형 문화행사를 예술전문가가 주도하도록 민주적으로 행사책임자를 결정한뒤 관은 이를 지원하는 방식으로 바꿀것.

<발제=이상만 한상우 이건용 토론="김원구" 김형주 김정길 나영수 서우석 오중석>

<연극>
국내초청 7개단체, 연극제운영위원회선정 6개단체, 외국의 6개극단등 총19개 단체가 52일간 펼쳐낸 서울국제연극제는 건국후 최대규모의 행사였을뿐 아니라 공연작품의 형식과 내용에 있어서도 매우 다양하고 알찬 것이었다.
특히 그리스·프랑스·일본 ·폴란드·체코슬로바키아·브라질등 6개 외국단체 공연은 공연마다 객석의 85∼1백%를 넘는 관객을 끌어모으는 커다란 성과를 거두었다.
이러한 연극붐은 국내작품공연에까지 파급돼 연극이 커다란 사회적 주목대상으로 부상된 것은 우리 연극사상 초유의 일로 연극제가 거둔 최대의 성과였다.
그리스·프랑스·일본 극단이 공연한 3개의 고전은 각 나라를 대표하는 민족극을 보여준 것으로 한 나라의 국립극장이 민족극을 수립·보존·발전시켜 왔다는 것은 그렇지못한 우리에게 무척 감동적이었다.
브라질·체코·폴란드의 현대극 또한 그 연극을 생성시킨 민족성과 사회적 조건 안에서 삶과 정서를 예술적으로 승화시키고 있음은 주목할만했다.
이에 반해 국내작품은 제작비 문제를 감안하더라도 너무 무성의한 작품들이 많아 반성을 요한다.『팔곡범풍』『젖섬』『술래잡기』등 신작은 완성도가 크게 뒤졌으며, 구작들 또한 과거 공연에 비해 예리한 맛이 줄어드는등 뒤떨어진 결과를 낳았다.
전문인력 부족이라는 난제를 안고 있는 뮤지컬은 이번 공연에서도 「대중쇼」이상은 안되었다.
전통적인 연희들을 창조적으로 추출, 미래의 고전이 될 연극을 이제부터라도 만들어 가는 일이 시급하다.
앞으로 서울국제연극제는 격년으로라도 지속해가는 것이 바람직하며, 민간 운영위원회를 조직, 예산편성·기획·행사일체의 책임을 지게하고 한편 주관기관은 예산조달만 하는 방식의 완전 민간주도 연극제로 이끌어져야 한다. <발제=류민영 한상철 이상일 토론="이태주" 김우옥 양혜숙 이반 김방옥 정중헌>

<무용>
『우리춤의 홀륭한 예술성, 잠재된 무한한 가능성을 국내외에 알린 기회였다』『동구무용과의 첫만남은 신선한 충격이었다』『대증예술쪽에 치우쳐있는 관중을 고급예술의 공연장으로 이끈 계기가 되었다』. 이상은 지난 8월21일부터 9월30일까지 서울올림픽 문화예술축전의 일환으로 약4O일간에 걸쳐 펄쳐진 서울국제무용제에 관한 무용전문가들의 긍정적인 평가. 헝가리의 기외르무용단을 비롯, 외국의 5개 무용단과 13개 한국무용단이 참가해 총48회의 공연을 가졌다.
총5억원의 예산으로 진행된 이번 국제무용제는 처음에 5개 해외초청 무용단 수준이 기대에 미흡하다는 비판이 있었으나 편도항공료에 한국체재비만 부담한다는 초청조건으로는 받아들일만한 선택이었다는 평가.
그러나 국제무용제 운영위원회의 참가단체 결정, 공연비 지원단체 결정등에 관해 운영위원 사이에서도 뒷말이 있었던 것은 무용계의 발전을 위해 운영위원 선발방법에 재고가 필요함을 느끼게했다.
또 국내 참가 무용단의 홍보가 미흡했던 점, 자질을 못갖춘 통역, 분야별로 전문화한 외국무용단의 리허설을 국내무용관계인사들을 위한 폭넓은 교육기회로 활용치 못한점등은 무용제 사무국 운영상의 인력부족등 문제점으로 지적되었다.
무용전문가들은 올림픽무용제에서 남은 1억8천만원은 반드시 무용계 발전을 위해 쓰여져야 한다고 역설했다.

<발제=김영태 구희서 장의근 토론-서정자 정승희 문일지 김유경 김태원 박금옥>

<미술>
엄청난 물량을 투입해 얻어낸 미술품들을 영구적인 문화자산으로 가시화 시킬수 있었다는 점은 올림픽미술제의 긍정적 성과로 평가된 반면 그 국가적 미술행사를 운영하고 관리하는 방식에서는 많은 문제점을 노출시켰다는데 의견을 같이했다.
올림픽미술제와 관련한 성과로는 우선 세계적 미술제를 유치하고 주관하는「미술조직능력」과 우리의 미술정신을 세계에 의식적이고 적극적으로 표방하는「구현능력」을 동시에 포괄하면서 우리의 미술 역량을 세계화할수 있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점이다.
또 소련및 동구권 공산국가들과의 미술교류에 관한 최초의 가시적 계기를 마련할수 있었다는 것,
그들의 작품이 공산이데올로기가 지도하는 사회주의 리얼리즘만으로 재단되지않고 현대미술의 보편적 방향성을 간직하고 있음을 확인할수 있었다는 것도 긍정적 평가를 뒷받침하는 요소로 지적됐다.
그러나 이같은 성과에도 불구하고 행사의 운영과 관리면에서는 몇가지 치명적인 문제점이 개재돼 있었음이 확인됐다. 그 첫째가 행사진행에 있어 전체미술인과 관련인사들을 대상으로 공청회·토론등을 포함한 일정한 수렴기간을 개방해 놓는 대신 제한된 안건만을 의결하는「운영위원회」를 두고 간헐적으로 자문중심의 역할만을 기대하면서 전횡적 운영으로 일관했다는 점이다.
끝으로 이번 미술제는 미술정신의 구현에 입각한 목적·주제 ·방법의 설정, 세계미술의 실태파악및 행사규모와 수준의 결정, 작가선정과 전시계획에 이르는 과정이 조직적이지 못했을 뿐만아니라 때로는 임의적이고 임기응변적으로 대응함으로써 관리만의 심각한 비전문성을 드러냈다는 점도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발제=이구렬(평론가) 오광수(평론가) 김복영(강원대교수) 토론="이경수(충북대교수)" 이반(덕성여대교수) 윤우학(충북대교수) 이용우(동아일보기자)><문화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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