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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물선 '돈스코이호' 사기 의혹에도…'우리가 인양한다'는 싱가포르 신일그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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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스코이국제거래소 홈페이지. [사진 중앙포토]

돈스코이국제거래소 홈페이지. [사진 중앙포토]

러시아 군함 돈스코이호 인양을 둘러싼 이른바 '보물선 사기' 의혹이 불거진 가운데 싱가포르 신일그룹이 돈스코이호를 직접 인양하겠다고 9일 나섰다.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서 "우리랑 연관없는 사람들이 시끄러운 이유를 모르겠다"고도 했다.

이날 싱가포르 신일그룹은 송명호 회장 명의로 투자자들에게 개인 메시지를 보냈다. 그는 “돈스코이호 인양은 앞으로 싱가포르 신일그룹에서 직접 진행하며, 관계 당사국에 공동인양 공식 요청 등을 통해 소유권문제가 없도록 하겠다”며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양 허가 신청을 접수할 계획이며, 관계 당사국 학자와 교수, 관련자분들도 초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돈스코이호를 내걸고 발행한 암호화폐라 주장하는 신일골드코인에 대해서도 차질이 없을 것이라 장담했다. 그는 “해외 서버 이전 및 새로운 홈페이지·거래시스템·백서 등을 15일 이후 순차적으로 공개하겠다"며 "자체 상장 및 해외 상장은 9월 초중순까지 차질없이 진행된다”고 안내했다. 그러면서 “사업을 함께 추진할 해외법인과 한국법인도 추가로 설립하겠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이같은 주장은 신일해양기술의 이야기와 상충된다. 신일해양기술과 싱가포르신일그룹은 원래 둘 다 '신일그룹'이라는 사명을 썼지만 최근 '보물선-가상화폐 사기 논란'이 인 다음 각각 사명을 바꿨다. 신일해양기술은 '돈스코이호 인양' 쪽에, 싱가포르신일그룹은 '암호화폐사업'에 집중하는 행보를 보이는듯 했으나 이번에 입장이 부딪히게 된 것이다.

최용석 신일해양기술 대표는 지난 8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8월 중 ‘매장물 발굴 승인 신청’ 낸 후 컨소시엄 구성해 인양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신일해양기술 측은 “우리는 인양에만 관여하며, 코인 사업을 하는 싱가포르 신일그룹과는 전혀 관련없다”고 공언해왔다.

최 대표는 9일 통화에서도 8일 공지사항에 대해 “싱가포르신일그룹 쪽에서 추가 고소나 피해자 진술을 막기 위한 시간끌기 전략으로 하는 말일 뿐”이라고 단언했다. 최 대표는 “처음에 인양 관련해 신일그룹 측에서 컨설팅 의뢰를 받았을 때 ‘인양을 제대로 하려면 이런식으로 진행해야 한다’고 알려준 것을 유지범(신일그룹 전 대표)이 지금 그대로 써먹고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돈스코이'호를 내세운 투자사기 의혹을 받는 신일그룹 최용석 대표가 9일 서울 중랑구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돈스코이'호를 내세운 투자사기 의혹을 받는 신일그룹 최용석 대표가 9일 서울 중랑구 서울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에 출석하고 있다. [연합뉴스]

그러나 피해를 입었다고 주장하는 투자자들은 두 회사의 주장 모두 신빙성이 떨어진다고 주장한다. 실제로 싱가포르 신일그룹 회장이라고 밝히는 송명호가 사실은 돈스코이호 사기 의혹의 핵심 인물인 유지범(본명 류승진)과 동일인이라는 의혹도 나오고 있다. 유씨의 누나 류상미씨는 한국 신일그룹(신일해양기술의 예전 사명)의 대표였다. 두 회사가 전혀 연관이 없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그렇게 보기만은 어려운 상황이다.

한편 경찰은 9일 최용석 신일해양기술대표와 류상미 전 신일그룹 대표를 소환 조사했다. 이날 조사에서는 신일해양기술‧싱가포르신일그룹과 관련된 사실관계 확인 및 관련자들의 가담 정도를 중점적으로 조사했다고 경찰은 밝혔다. 최 대표와 류 전 대표 모두 ‘잘 알지 못한다’는 기존 입장을 바꾸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두 사람의 진술 내용은 40쪽에 이른다. 경찰 측은 “일단 참고인 신분이라 두 사람의 진술을 충분히 듣는 자리였고, 나중에 추가로 불러서 조사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김정연 기자 kim.jeong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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