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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로 배경지식을 익혀볼까?

중앙일보

입력

논술의 시작인 논제 파악은 정확한 지식으로부터 나온다. 논술은 먼저 논제를 파악해야 한다. 논제의 파악은 논술문 작성 요령 몇가지를 외운다고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사회와 인간에 대한 기본적인 인식과 개념들, 그리고 사실에 대한 정확하고 풍부한 배경 지식이 필요하다. 이때만 논제 파악을 건너, 명쾌한 자기 주장, 즉 논점으로 나아갈 수 있다. 논술이야기 제2화는 그래서, 오늘의 소사와 영화를 통한 논술 학습법을 5회에 걸쳐 살펴보고자 한다. 오늘의 소사에서 논술의 제재를 찾고, 영화를 통해 배경지식을 익힌 뒤, 자신의 논점을 풀어내는 글쓰기가, 곧 효과적인 논술학습법일 수 있기 때문이다.

※ 5월 9일 소사
- 1805년, 독일 극작가 쉴러 사망
- 1930년, 독립운동가 이승훈 사망
- 1960년, 캐나다 하원 동성애자 차별금지법 통과
- 1981년, 프랑스, 미테랑 대통령 당선

5월 9일. 역사 속의 오늘, 프랑스에서는 20년 넘게 지속돼온 우파 정권을 대신해 사회당의 미테랑이 대통령에 당선됐다. 그리고 캐나다에서는 동성애 차별이 철폐돼 동성 사이의 결혼을 허용한 3번째 나라가 됐다. 1960년의 일이다.

이번 회에서는 동성애를 다룬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Brokeback Mountain, 2005년)'을 통해 동성애란 논제를 다루는 방법을 함께 고민해보기로 한다.

동성애를 다룬 영화, 브로크백 마운틴

'브로크백 마운틴'은 올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작. 애니 프루의 동명 단편소설을 리안(Ang Lee) 감독이 영상으로 옮겼다.

"You know, I am not queer. (알다시피, 난 게이가 아니야)", "Me, neither. (나도 그래)"

이미 사랑이 시작돼 버렸지만, '브로크백 마운틴'의 두 주인공 에니스와 잭은 애써 아니라고 부정한다. 1960년대 미국 와이오밍의 한 산골짜기에서 그렇게 둘의 관계는 시작된다. 게이라는 '특별한 관계'를 삭제하고 나면 여느 맬로 드라마와 비슷하게 영화는 전개된다. 영화는 눈이 시리도록 아름다운 산골짜기에서 수천 마리 양떼와 두 남자만 있는 상황을 보여준다. 어쩌면 실수일지도 모를 관계가 시작된다. 둘은 서로 아니라고 손사래를 친다. 소수는 항상 다수의 편견에 노출돼 있다. 동성애 역시 다수인 이성애자에게는 이상한 것으로 보이고, 편견으로 이어진다. 영화 역시 그 시선으로부터 자유롭지 못하다는 것에서 시작된다.

주인공 에니스는 어릴 적 아버지에게 동성애는 옳지 못하다고 배웠다. 이성애자가 대부분인 우리들 역시 마찬가지다. 그래서 '동성애'하면, 불결함이나 부정적 개념이 먼저 떠오르고, 사랑은 멀어진다. 에니스와 잭은 여름 양치기를 끝내고 산을 내려오면서 헤어진다. 그리고 각자 결혼하고 아이를 낳는 평범한 일상으로 돌아간다. 그리고 4년 후, 잭은 에니스를 잊지 못해 어렵게 연락을 하고 다시 만나면서 영화의 줄거리를 반전을 맞는다. 둘은 많이 보아온 비극의 주인공처럼 서로를 애타게 좋아한다.

그러나 영화에서 에니스는 함께 있자는 잭의 요구를 끝까지, 무려 20년 동안 외면한다. 결국 잭이 죽고, 시간이 흐른 후 에니스는 잭이 남긴 징표를 보며 말한다. "Jack, I swear." 무엇을 맹세한다는 것일까? 영화는 그렇게 끝난다.

◎ 영화를 통한 배경 지식과 논술

대부분의 논쟁은 출발선이 다르다. 그래서 대책 없이 비난하거나, 끝내는 다르다는 사실만을 확인하는 소모전이기 쉽다. 동성애를 다룬 영화 역시 대부분 잘못된 상식에 대한 의문을 주제로 다룬다.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주인공 둘은 서로 사랑한다. 영화는 굳이 작가와 감독의 메시지를 관객에게 힘들게 전달하려 하지 않지만, 그동안 대다수가 알고 있던 것이 사실이 아닐 수 있음을 조용히 말한다. 동성애 역시 인간의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겠느냐고.

그러나 그같은 영화가 전달하는 메시지, 즉 동성애란 사랑도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하느냐는 또다른 문제다. 동성애자들은 타고난 성을 부정하는 것이 아니라 이성애자와는 다른 성적 지향을 갖고 있다고 말한다. 그래서 몸과 마음이 다른 트랜스젠더는 수술로 해결될 일이지만, 동성애자는 자신들의 사랑도 또 다른 사랑의 하나로 인정 받아야 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그 주장에 동의하거나 동의하지 않는 것은, 관객의 선택이고 권리이다.

다만 동성애를 논제로 다룰 때 인식해야 하는 배경 지식중 하나는, 서로 다름을 인정해야 하는 가이다. 또 동성애는 소수자의 문제란 점이다. 소수자는 다수와 구별되며 권력의 열세로 인해 차별을 받는다는 의식을 가진 집단이다. 소수자의 문제는 또한 보편적 인권의 문제다. 결국 동성애를 논한다면,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소수자의 인권이란 개념과 밀접한 상관관계를 유지해야 좋은 논술을 쓸 수 있다.

영화를 통한 논술 공부는, 영화감상문을 쓰는 작문 기법을 공부하는 것이 아니라, 어떤 소재와 제재, 그리고 주제와 논제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논리적으로 풀어내는 과정을 염두에 둔 영화 감상이어야 할 것이다.

자료제공 : 유캔논술 www.u-ca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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