훈련중 장병 대학서 행패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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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5면

【수원=김영석기자】8일 오후 7시30분쯤 경기도 용인군 모현면 왕산리 한국외대용인 캠퍼스에 인근 산에서 훈련중이던 완전 무장한 공수부대원 27명이 몰려가 항의하는 학생들에게 총을대고 겁을 주는가하면 교내에 걸린 「투쟁 전두환·이순자 구속수사」라고 쓴 현수막을 칼로 찢고 게시판에 부착된 유인물을 뜯어내는등 행패를 부렸다.
공수부대원들은 이날 학교뒷산에서 내려와 교내도로를 따라 행진하다 이시철군(24·영어4)등 학생5명이『군인들이 왜 학교에 들어오느냐』고 하자 2∼3명의 군민이 『공수부대원을 몰라보느냐』며 M-16소총을 목에 들이대며 죽여버리겠다고 위협까지 했으며 그중 1명이 10cm길이의 쇠붙이로 이군의 얼굴을 그어 약간의 상처를 입혔다.
이들이 약 1km떨어진 정문까지 행진했을때 수위실근무자가 학교안에 들어온 이유를 묻자 인솔자로 보이는 30대장교가 「3여단 21대대 배창권대위」라고 근무일지에 기록한 후 학교를 떠났다.
교내야간당직을 한 전현성씨(30·도서관근무)는 이날 오후6시30분쯤 학교뒷산에서 공수부대원들이 모닥불을 피워놓고 있어 학교구내라며 철수를 요청하자『조용히 있다가 새벽에 나
가겠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한편 군당국은 9일 조사결과 『배창권대위가 인솔하는 공수단병력 일대가 8일 저녁 훈련지역인 현지를 통행하면서 현수막을 찢은 것은 사실이나 부대원과 학생들이 충돌한 사실은 확인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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