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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Y&Kei'의 강진영·윤한희 디자이너 부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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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5면

강진영(右)·윤한희 디자이너가 MAC의 Y&kei 메이크업 라인 제품을 들어보이며 웃고 있다. [강정현 기자]

"이번 컬렉션이 완전히 맘에 든다."-style.com

"Y&Kei의 윤한희, 강진영이 드디어 완벽하게 우아한 의상을 향한 골든 티켓을 찾은 것으로 보인다."-WWD

'Y&Kei Water the Earth.'

패션에 관심이 부족한 사람을 위해 잠시 설명하면 이렇다. 우선 Y는 윤한희(43) 디자이너, Kei는 남편이자 사업 파트너인 강진영(43) 디자이너를 뜻한다(부부가 같이 일하지만 강씨가 사장이고 윤씨는 감사다). 1993년 여성복 브랜드 '오브제'를 통해 일명 '공주옷 신드롬'을 일으킨 동갑내기 대학 동창 부부 디자이너. 이들이 청운의 꿈을 안고 2001년 미국 뉴욕에 진출해 선보인 브랜드가 바로 'Y&Kei Water the Earth(이하 Y&Kei)'다. 귀네스 팰트로,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외국 스타들이 이 옷을 입은 모습이 파파라치들에 의해 인터넷에 공개되면서 한국은 물론 세계적으로도 유명세를 치렀다. 그럼 'Water the Earth'는? "저희의 별자리를 각각 뜻하는 단어입니다. 의미를 확장하자면, 대지는 전 세계의 여성이고 물은 우리가 만드는 옷이죠. 전 세계 여성들에게 우리 옷을 입히자는 겁니다."

MAC의 Y&Kei 라인.

Y&Kei는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로는 유일하게 서울 소공동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에 입점해 있다. 국내는 물론 세계 패션시장을 야금야금 재단하고 있는 부부 디자이너의 일과 꿈, 이야기 속으로-.

#'오브제'그리고 'Y&Kei'=강 사장은 Y&Kei를 만든 이유를 "한국 사람이 만들어도 샤넬과 루이뷔통을 능가하는 브랜드를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어서"라고 설명한다. 한국 사람이 만들면 국내 브랜드고 외국인이 만들면 럭셔리 브랜드라고 여기는 풍토가 싫었다는 얘기다.

"오브제의 의상은 브랜드 본질에 가까운 편이지만 Y&Kei의 옷은 디자이너 개인에 가까운 편이죠. 언제나 새로운(New), 독특한(Unique), 더 나은(Better) 것을 생각해요. 패션의 주류에 편입하기 위해선 결국 초인적인 집중력이 필요합니다. 한국 출신 디자이너라는 것을 부정할 수는 없으니 그들의 편견을 실력으로 넘어야죠."

윤 감사의 말에 강 사장이 거든다. "패션도 국적 싸움임을 부정할 수는 없어요. 우리에겐 인재밖에 없잖아요. 디자인 강국이 되기 위해선 엉뚱한 것을 가치있는 것으로 여길 줄 알아야 합니다."

그렇게 해외에서 고생한 경험이 이들 부부를 애국자로 만들어버린 듯한 느낌이다. "집에서 옷 정리를 하다가 조수미씨 음반을 들었어요. 세계적인 소프라노가 되기 위해 얼마나 노력을 했겠어요. 갑자기 눈물이 나더군요. 요샌 박찬호 선수의 경기도 예사롭게 안 보여요."

강 사장의 말에 윤 감사가 어이없다는 듯 웃는다. 알고 보니 강 사장은 여린 감성의 소유자, 이에 반해 윤 감사는 야무지다는 표현이 어울린다.

뉴욕컬렉션에서 선보인 Y&Kei의 의상.

# MAC, Y&Kei를 낙점하다=시행착오를 거듭하면서도 9번의 컬렉션을 진행하며 인지도를 높여가고 있는 이들이 새로운 소식을 전했다. 미국 최고의 화장품 그룹 에스티 로더의 메이크업 브랜드인 MAC에서 립스틱과 립글로스, 팔레트 3종으로 구성한 Y&Kei라인을 출시하는 것. 파리.뉴욕.밀라노 등 전 세계 150여 개의 컬렉션에서 메이크업을 담당하고 있는 MAC이 아시아 출신 패션 디자이너로는 처음으로 Y&Kei를 선택한 것이다. MAC은 그동안 루엘라 바틀리, 로렌스 스틸 등 세계적인 디자이너들과 공동작업을 통해 라인을 내놓은 바 있다. 이 MAC Y&Kei 라인은 한국은 물론 일본과 홍콩.태국.대만.싱가포르 등에서 판매된다. MAC의 선우은영 과장은 "2002년 본사의 수석 아티스트가 내한했을 때 그가 먼저 Y&Kei를 이야기했다"며 "Y&Kei는 이미 뉴욕에선 인기있는 브랜드"라고 설명했다.

제품의 케이스 디자인에는 시원한 하늘색 바탕에 물고기 일러스트가 그려져 있다.

"생명체 중 메이크업이 어울릴 만한 것은 물고기예요. 움직이지 않는 듯 계속 움직이고 있는 물고기. 또 비늘이 주는 반짝이는 느낌 때문이죠. 물고기의 눈이 너무 섹시하지 않나요?"

# "세계적 시스템을 배운다"="한국 사람들은 패션이건 어느 분야건 간에 미국 사람들보다 일도 많이 하고 똑똑한데 왜 그들을 앞서지 못하고 있을까요? 그들에겐 체계적인 매뉴얼을 만들어 성공적으로 운영하는 시스템이 있기 때문이죠. 소비자들에게 라이프 스타일을 제안하는 마케팅 방법을 배우고 싶었어요."

미국 랄프 로렌사가 소유한 캐주얼 브랜드 '클럽 모나코'를 이들이 수입하는 이유다. 윤 감사는 "Y&Kei가 직접 소스를 만들고 맛을 내는 '요리'와 같은 것이라면, '클럽 모나코'는 일상적인 밥과 반찬으로 어떻게 맛을 내는지 보여주는 브랜드예요. 라이프 스타일에 녹아있는 패션의 정수를 빨리 저희 것으로 만들고 싶어요"라고 설명한다.

윤 감사는 2004년 'Hanii Y'라는 브랜드 론칭 했다. 25~35세 사이 젊은 여성이 타깃이다. 지난해부터 일본 의류 유통업체인 블루벨 재팬을 통해 이세탄 백화점에서 팔리고 있다. "파티문화가 잘 발달하지 못한 일본은 밤에 입는 드레스 같은 옷보다는 낮에 입는 옷이 많이 팔려요. 그래서 고급 의류인 Y&Kei보다는 Hanii Y가 반응이 좋죠."

Y&Kei도 그렇고 Hanii Y도 그렇고 Kei보다는 Y가 부각되는 느낌을 받는다는 질문엔 두 사람 모두 크게 웃었다. "큰 의미는 없어요. 디자이너 이름을 브랜드화하는 세계적 추세에 맞추기 위한 것이죠. 글쎄요, 요새 확실히 윤한희씨의 실력이 좋아지고 있기는 하죠." 강 사장의 대답이 사뭇 진지하다. 부부는 부부이되 확실한 경쟁자이기도 하기에.

조도연 기자 <lumiere@joongang.co.kr>
사진=강정현 기자 <cogit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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