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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北석탄 아닙니까" 묻자 선원들 침묵···'진룽호' 가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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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일 오후 경북 포항시 남구 송정동 포항신항 제7부두. 1만여㎡ 너비의 부두 하역장에 시커먼 석탄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모두 합쳐 5000t 규모다.

7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신항에 입항한 진룽호에서 석탄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포항=김정석기자

7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신항에 입항한 진룽호에서 석탄 하역작업이 이뤄지고 있다. 포항=김정석기자

중장비가 모두 멈춰선 채 고요했던 제7부두는 오후 1시 정각이 되자 분주해지기 시작했다. 점심을 먹고 돌아온 인부들이 일을 재개하면서다. 페이로더(석탄을 퍼담고 운반하는 장비)와 덤프트럭, 대형 크레인이 각자 굉음을 내며 하역장을 오갔다. 온몸에 석탄가루가 묻은 인부들도 땀을 뻘뻘 흘리며 맡은 일에 집중했다. 중장비들이 하역장을 몇 차례 가로지르자 뿌연 석탄 가루가 허공을 뒤덮었다.

뿌연 석탄 먼지 뒤로 거대한 선박 하나가 눈에 띄었다. 뱃머리엔 페인트칠이 일부 벗겨진 'JIN LONG'이라는 글자가 보였다. 화물선 진룽호였다. 진룽호는 최근 북한의 석탄을 국내로 반입했다고 의심 받는 벨리즈 국적의 선박이다. 진룽호 옆엔 대형 크레인 한 대가 석탄을 퍼담는 집게를 이용해 선박에 실린 석탄을 퍼 하역장에 부리는 작업을 했다.

7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신항에 입항한 진룽호. 포항=김정석기자

7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신항에 입항한 진룽호. 포항=김정석기자

7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신항에 입항한 진룽호. 포항=김정석기자

7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신항에 입항한 진룽호. 포항=김정석기자

7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신항에 입항한 진룽호 인근 하역장에 부려진 석탄을 덤프트럭에 싣고 있다. 포항=김정석기자

7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신항에 입항한 진룽호 인근 하역장에 부려진 석탄을 덤프트럭에 싣고 있다. 포항=김정석기자

진룽호는 포항신항에 석탄 5000여t을 내린 후 나머지 100여t을 하역했다. 총 5100t 규모의 이 석탄이 바로 북한에서 온 것으로 의심받는 석탄이다. 부두에서 하역 작업을 하는 인부들에게 "북한산 석탄 아니냐"고 묻자 질문이 부담스럽다는 투로 "석탄에 대해 아는 바가 없다. 그냥 시키는 일만 한다"고 말했다.

선박에 타고 있는 선원들도 입을 닫았다. 대부분 외국인으로 이뤄진 선원들은 하역장에서 배를 향해 셔터를 누르는 취재진을 의아한 눈빛으로 쳐다봤다. 포항신항에 따르면 진룽호는 입항 전 수입 신고를 해서 배가 도착한 후 곧장 화물 하역 처리가 이뤄졌다.

하역장에서 일하는 인부들은 이 석탄이 경북의 한 석탄가공공장으로 옮겨진다고 했다. 이어 이 석탄은 구매자인 화주(貨主)에게로 전해진다고 한다. 포항 신항에 따르면 진룽호에서 하역한 석탄의 화주는 경북 포항시에 위치한 D사로 고체연료 도매업체다.

자유한국당 북한석탄대책 태스크포스(TF) 단장인 유기준 의원에 따르면, 진룽호는 이번에 포항신항에 입항한 것까지 모두 20차례 국내에 입항했다. 지난해 10월 27일 강원 동해항에 석탄을 반입한 이후부터다.

7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신항에 입항한 진룽호 인근 하역장에 부려진 석탄. 포항=김정석기자

7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신항에 입항한 진룽호 인근 하역장에 부려진 석탄. 포항=김정석기자

7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신항에 입항한 진룽호 인근 하역장에 부려진 석탄. 포항=김정석기자

7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신항에 입항한 진룽호 인근 하역장에 부려진 석탄. 포항=김정석기자

7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신항에 입항한 진룽호 인근 하역장에 부려진 석탄. 포항=김정석기자

7일 오전 경북 포항시 남구 포항신항에 입항한 진룽호 인근 하역장에 부려진 석탄. 포항=김정석기자

진룽호는 포항신항에 석탄을 모두 내려놓은 후 러시아 연해주 남쪽 끝에 있는 나홋카항으로 떠난다. 지난 4일 오전 7시30분에 포항신항에 도착했을 때도 진룽호는 나홋카항에서 출발했었다. 포항신항 관계자는 "진룽호는 8일 오후 출항할 예정이지만 석탄 하역 작업이 끝나면 오늘(7일)이라도 출항할 것"이라고 말했다.

진룽호는 북한산 석탄을 국내에 밀반입한 것으로 의심되는 선박 중 하나다. 유기준 의원은 진룽호 같은 의심 선박이 최소 8척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진룽호와 리치글로리·스카이엔젤·샤이닝리치·안취안저우66호·카이샹·스카이레이디·텔런트에이스호 등이다.

선박의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 자료에서 진룽호가 7일 현재 지도상에 '포항 신항 제 7부두'로 표기된 지점에 머물고 있는 모습. [마린트래픽 캡처]

선박의 위치정보를 보여주는 '마린트래픽' 자료에서 진룽호가 7일 현재 지도상에 '포항 신항 제 7부두'로 표기된 지점에 머물고 있는 모습. [마린트래픽 캡처]

유 의원은 7일 보도자료를 내고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결의에 따르면 제재 위반 행위에 관여했던 선박이 자국 항구에 입항한 경우 나포·검색·억류해야 한다고 의무화하고 있다"며 "정부는 안보리 결의에 따른 조치를 지체 없이 실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포항=김정석 기자
kim.jungse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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