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5년 북한 내 미군 유해 발굴 대가는…현금 62억원, 미쓰비시 파제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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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이 보낸 6.25 참전 미군의 유해 55구가 1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 도착했다. [연합뉴스=AP]

북한이 보낸 6.25 참전 미군의 유해 55구가 1일(현지시간) 미국 하와이에 도착했다. [연합뉴스=AP]

지난 2004년 미국이 북한 내 미군 유해를 발굴하려는 목적으로 북측에 지불하기로 합의한 보상액이 550만 달러(62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보상액과 별개로 북측에 조달을 약속한 보상 물품은 쌀 8만3136㎏, 미쓰비시 파제로 차량 24대인 것으로 밝혀졌다.

VOA, 2004년 작성된 북미 유해 송환 합의기록 공개 #쌀 8만 3136kg과 야채 1만392㎏ 등 구체적으로 명시 #북, 닛산 패트롤을 미쓰비시 파제로로 교체 요구도

 7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는 지난 2004년 작성된 ‘미군 유해 공동발굴 합의기록’을 토대로 이처럼 보도했다. 이 합의기록은 같은해 11월 17일부터 이틀 간 태국 방콕에서 열린 북·미 실무회담 당시 작성된 것이다.

 총 6장짜리인 이 합의 기록의 서명란에는 미측 대표였던 제리 제닝스 당시 국방부 부차관보와 이찬복 북한 판문점대표부의 이름이 기재된 것으로 알려졌다.

 합의기록에는 “2005년 3월 1일부터 10월 18일까지 모두 7차례 평안북도 운산군과 장진호 전투가 벌어진 함경남도 장진군에서 유해발굴을 위한 작업을 진행한다”고 명시돼 있다.

 또 “3월 한 달간 북한군 300명을 동원해 사전 조사를 한다. 4월 2일부터 15일 동안 준비 작업을 거친 뒤 4월 16일에 본격적인 합동 작업을 한다”고 적혀 있다. 이어 “발굴 작업엔 북측이 총 540명(발굴 인력 110명, 작업·지원 인력 430명)의 인력을 동원하고, 미측은 28명이 참여한다”고 명시돼 있다.

 당시 미국이 북한에 지불하기로 한 보상액은 총 550만 달러다. 2005년 2월 10일에 150만 달러(16억 원), 8월 10일에 250만 달러(28억원), 그리고 10월 20일에 150만 달러로 모두 세 차례에 나눠 판문점에서 지불하기로 했다.

 미국이 북한에 제공할 발굴작업 장비와 물자도 합의기록에 상세히 나와 있다. 보급 물자는 쌀 8만3136kg과 야채 1만392㎏, 휘발유 39만5055리터, 경유와 석유 12만5500 리터, 윤활유 1만2265리터 등이다.

 사전 조사 기간엔 미국이 북한에 승용차 12대와 트럭 25대를 제공하고, 합동 발굴 작업 시에는 승용차 20대와 버스 4대, 화물차 4대를 제공하기로 합의했다.

 다만 합의 기록에 명시된 내용이 이행됐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았다. 과거 미국이 유해 발굴을 대가로 북한에 현금을 지급했다는 설은 있었지만 실제로 생필품 및 차량 등의 지급 여부는 알려지지 않았다.

 앞서 북한은 “미국이 2000~2004년에 이뤄진 발굴작업 당시 제공한 차량을 교체해달라”며 구체적인 모델명은 언급하기도 했다. “미국이 제공한 ‘닛산 패트롤’(Nissan Patrol) 14대를 ‘미쓰비시 파제로’(MitsubisiPajeros) 24대로 교체해 4월 14일까지 판문점을 거쳐 운송해달라”는 것이었다.

 이 외 합의기록엔 “발굴 작업을 위해 북한에 머무는 모든 미국인은 북한 법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는 내용도 있었다.

 또 북한은 미국에 ‘베이스캠프’와 ‘평양사무소’, ‘작업장’ 간 연락이 가능한 무선통신기 사용을 허용하고, 미측은 통신 기록과 무선통신기 주파수를 북한군에 제공해야 한다는 단서 역시 합의기록에 붙어 있었다.

김지아 기자 kim.ji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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