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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머스 업계, 생존하려면 온·오프라인 경계 넘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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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오를 곳 없는 그곳은 넓지 않아서, 우린 결국에 만나. 오른다면."

가수 윤종신의 노래 ‘오르막길’에 나오는 가사다. 커머스 업계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 문득 이 노래가 떠올랐다. 이커머스(e-commerce·전자상거래) 기업이 오프라인 매장을 열고, 오프라인 유통사가 이커머스 사업에 뛰어드는 시대.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지고 나면 모두 같은 시장에서 만나게 될 것이다.

이마트 첨단기술 연구조직 이끄는 #박창현 S-LAB 랩장 단독 인터뷰 #"머지 않아 '뉴 리테일' 시대 온다"

이런 생각이 든 건 이마트의 첨단기술 연구조직 S-LAB을 이끌고 있는 박창현 랩장을 인터뷰하는 자리였다. 박 랩장은 오는 30일 지식콘텐츠 플랫폼 폴인(folin.co)이 주최하는 <누가 커머스를 바꾸는가 : 아마존에서 지그재그까지, 게임 체인저의 미래 전략>에 연사로 선다. 그는 알리바바 마윈 회장의 말을 인용하며 "온·오프라인 유통의 경계가 무너지는 '뉴 리테일'의 시대가 오고 있다"고 말했다.

박창현 이마트 S-LAB 랩장

박창현 이마트 S-LAB 랩장

마윈 회장은 2016년 알리윈 컨퍼런스에서 “머지않아 ‘이커머스’라는 말이 사라지고 오프라인 체험, 온라인 서비스, 유통이 합쳐진 ‘뉴 리테일’의 시대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당시 사람들은 ‘뉴 리테일’이라는 단어의 뜻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했지만, 2년이 지난 지금은 가까운 곳에서 사례를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아마존 고’와 ‘허마셴셩’이다. 두 브랜드는 각각 아마존과 알리바바가 만든 오프라인 매장이다. 이커머스처럼 간편한 결제시스템을 도입해 대중의 찬사를 받았다. 그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홀푸드나 선아트와 같은 마켓 기업을 인수하면서 오프라인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오프라인 유통업체가 뉴리테일을 향해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지난 1일 롯데쇼핑은 이커머스 사업본부를 출범했다. 롯데그룹 계열사의 온라인 유통을 하나로 묶어 이커머스 시장의 선두로 올라서겠다는 취지다. 신세계 그룹도 올 초 이커머스 사업을 위해 1조원이 넘는 투자를 유치했다. 이 회사는 이마트와 신세계백화점으로 분리된 온라인 유통을 쓱닷컴(SSG.COM)으로 합쳐나갈 계획이다.

박 랩장은 "생존을 위해 모든 커머스 업체들이 뉴리테일을 지향하게 될 것"이라며 "고객 가치에 집중하면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음은 일문일답.


온·오프라인 유통업체들이 점차 상대 영역을 넘보는 것 같다. 
온라인 시장은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반면, 오프라인 시장은 정체기에 접어들었다. 그런데도 오프라인에서 이루어지는 거래액이 전체 거래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그만큼 오프라인 시장의 규모가 크다는 뜻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온라인에서 성공을 거둔 기업이 오프라인으로 진출하는 것은 당연한 수순이다. 오프라인 사업자도 성장세를 회복하기 위해 온라인 시장으로 진출하는 것이다. 결국 양쪽 모두 생존을 위한 선택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의 경계가 무너질 거라는 마윈의 주장에 대해서는 어떻게 생각하나.
그 강연을 들은 적이 있다. 알리바바는 늘 고객에게 어떤 가치를 제공할 것인지 고민한다고 한다. 온·오프라인 채널은 고객에게 가치를 전달하는 도구 정도랄까. 이마트도 좋은 매장을 만들기 위한 고민에서 나아가 고객에게 어떤 경험을 줄 것인지 고민하고 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옴니채널 서비스에 관한 아이디어도 생겨났다. 저마다 다양한 모습으로 ‘뉴리테일’의 가치를 좇고 있는 것 같다. 마윈의 말처럼 고객 가치에 집중하다 보면 자연스럽게 온·오프라인의 경계가 사라지지 않을까. (※옴니채널은 온·오프라인을 통합한 쇼핑 환경을 가리킨다. 온라인에서 주문한 물건을 오프라인에서 픽업하거나, 오프라인에서 본 물건을 온라인에서 결제하는 식이다.)  
온라인과 오프라인 유통은 어떻게 다른가.
관점에 따라 전혀 다른 이야기가 나올 수 있어 기술 분야에 한정해 이야기하겠다. 온라인 커머스는 태생부터 기술이 사업의 핵심 도구였기 때문에 기술적으로 상당 부분 정리되어 있다. 그래서 요즘 온라인 커머스 사업자들은 오프라인 사업자의 강점으로 꼽히는 경쟁력 있는 상품 기획에 집중하고 있다. 그에 비해 오프라인은 기술 면에선 아직 원시 시대다. 물류는 어느 정도 자동화됐지만, 매장은 아직 많은 일을 사람이 직접 하고 있다.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다. 당장은 그게 더 효율적이어서 그렇다. 이제부터라도 한 단계씩 밟고 올라가야 한다. 매장 내 정보의 디지털화가 그 시작이 될 것이다.
오프라인 커머스가 정체기에 접어들었다고 했는데, 다시 일어나 달릴 수 있을까.
결국 쇼핑도 사람이 하는 일이다. 아무리 이커머스가 발달한다고 해도 평생 집 안에서만 쇼핑할 수는 없다. 내가 이마트에 합류한 것도 그래서다. 공간이 주는 즐거움이라는 게 있지 않나. 온라인 환경이 제공하는 엔터테인먼트에는 한계가 있다. 몸으로 체험하는 것과 비교할 수 없다. 신세계가 콘텐츠 기업을 자처하는 것이 그냥 하는 말이 아니다. 스타필드만 봐도 알 수 있다. 오프라인 콘텐츠에 디지털 혁신이 더해지면 더 큰 엔터테인먼트가 탄생할 것이다. 그런 매장환경을 만들기 위해 일하고 있다. 물론 갈 길은 멀다(웃음).
박창현 이마트 S-LAB 랩장

박창현 이마트 S-LAB 랩장

한국에 ‘아마존 고’ 같은 매장이 생기는 날이 올 수도 있는 건가.
아마존 고의 기술력이 독보적인 것은 사실이지만, 매장에 적용된 단위 기술로 나누어 보면 우리나라에도 유사 기술이 있다. 매장 안에서 고객을 추적하는 기술은 자율주행차량에 들어가는 기술과 유사하다. 이미지 인식 기술도 마찬가지다. 국내 온라인 쇼핑몰에 이미지 인식 기술을 제공하는 업체가 꽤 있다. 나머지는 사물인터넷(IoT) 센서 기술인데 이건 우리나라가 워낙 발달해 있다. 기반 기술을 제공하는 업체들과 협력하면 우리도 만들 수 있다. 문제는 수익성을 고려할 때, 만들더라도 시범 매장에 그칠 확률이 높다는 거다.
아마존 고는 수익을 낼 수 있을까.
적어도 국내 환경에는 맞지 않는다. 유통업의 마진율이 낮은 편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마존 고가 정곡을 찌른 것도 사실이다. 매장 운영 효율화와 쇼핑 경험 향상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았으니 방향성은 제시해준 것 같다.
어떤 방향성을 이야기하는 건가.
서비스를 개발하려면 ‘문제’를 정의하는 것에서부터 시작해야 한다. 아마존 고는 결제 단계에서 고객과 사업자가 겪는 문제를 정의한 뒤 해결에 나섰다. 우리도 나름의 문제를 정의해 볼 수 있다. 예를 들면 이런 거다. 매장을 찾은 고객들이 하는 행동 중 하나가 직원에게 물건 위치를 물어보는 것이다. 하루에도 수만 명이 방문하는 매장 환경에서 직원들은 상상 이상으로 많은 시간을 길 안내에 쏟는다. 일일이 직원을 찾느라 고객도 번거롭고, 수시로 안내하느라 직원도 번거롭다. 이런 문제들을 정의하고 기술을 이용해 해결할 때, 매장 운영 효율과 쇼핑 경험을 향상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다.
갈 길이 멀다고 했는데, 얼마나 남은 것 같나.
고객 경험은 금방 바뀔 것이다. 2~3년 안에 지금과는 다른 매장 환경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매장 운영 효율화 쪽은 조금 더 걸릴 것 같다. 현장에서 일하는 사람들만 아는 애로사항이 많다. 하지만 이것도 시간문제다.



 휴대전화 소프트웨어 개발자 출신의 박 랩장은 중간중간 "이마트도 아직 갈 길이 멀다"고 솔직히 털어놓았다. 하지만 인공지능 로봇 기술이 바꿀 수 있는 매장 환경을 설명할 때는 눈이 빛났다. 이마트가 꿈꾸는 새로운 매장 환경에 대해선 <누가 커머스를 바꾸는가> 컨퍼런스에서 구체적으로 들을 수 있다. 30일 서울 여의도동 위워크 여의도점에서 열리는 이 컨퍼런스에는 아마존 코리아와 쿠팡·지그재그·부릉 등 국내외 커머스 업계 관계자와 윤준탁 에이블랩스 대표, 최재홍 강릉원주대 교수 등 아마존 전문가들이 참석한다. 입장권은 폴인 사이트(folin.co)에서 구매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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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대원 에디터 kim.daewon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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