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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걸친 작업 중간 결산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8면

평론가 정병관씨의 말처럼 『하나의 조형적 추구의 수단으로 일찌기 현대미술에서 그만큼 집요하게 인물을 다룬 사람이 없다』는 조각가 최종태씨(56·서울대교수)가 7일부터 오는 12월1일까지 호암갤러리에서 초대전을 갖는다.
64년 고향인 대전에서 가진 첫 작품전이래 이번 전시회는 그에게 개인전 타이틀로는 통산 8번째가 된다. 호암갤러리측의 제의를 받고 『사실은 해야할지, 말아야할지 여러 날 뒤척이며 망설였다』는 그는 결국 판단을 미룬 채 개최 쪽으로 마음을 정하고서도 『이런저런 걱정때문에 난데없이 입술까지 부르텄다』고 했다
『58년에 대학을 졸업했으니까 본격적으로 작업에 매달린 지 올해로 꼭30년이 됐습니다. 나름으로는 삶의 한 매듭을 짓는 중요한 시기라는 느낌이 들고, 그래서 중간결산 삼아 그간 해온 작품들을 모아 통시적으로 세상에 내보이는 것도 의미가 아주 없지는 않으리라는 생각이 들었어요.』이번 전시회에 출품되는 작품은 조각 1백20점과 판화·파스텔화·드로잉등 회화 60점.
호암갤러리 1,2층 전시실 4백평의 넓은 공간을 빽빽하게 채우고도 준비했던 작품이 남아돌아 상당수를 집으로 되돌려 보낸 뒤 마지막 디스플레이때 확인한 숫자가 그렇다.「헨리·무어」정도를 빼고는 규모면에서 개인이 이렇게 큰 조각전시회를 가진 예는 세계적으로도 찾아보기 어렵다.
출품된 조각작품은 모두 여인상으로 흉상·좌상·입상보다 극도의 단순화 과정을 거쳐 기하학적인 윤곽선만으로 이어지는 「최소한의 입체조각」으로서의 두상이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다. 정제와 단순화의 작업이 빚어내기 십상인 금속성의 차가움 대신 구도자의 정일과 포근함을 느끼게 하는 것이 그의 작품이 갖는 불가사의한 매력이다.
『80년대 초에 만든 몇몇 작품을 보고 당시의 삼엄했던 사회 분위기를 시사하는 것 같아 섬뜩한 느낌을 받았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2,3년전 파리 FIAC전에 작품을 내놓았을때 외국인들도 같은 얘기를 하는걸 듣고 사람의 느낌이나 생각은 다를 수가 없구나라고 생각했지요. 크게 의식을 하고 제작한 건 아니지만 역시 예술이란 동시대의 상황이 부여하는 제약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는 없는 것인가 봐요.』
날카로운 도끼를 연상시킬 만큼 극도의 추상화로 흐르던 그의 작업은 최근 들어서는 많이 부드러워졌고 구상성도 회복했다. 어느 한무리, 한계층을 대상으로 하지 않고 모든 사람이 공감할 수 있는 보편적 정서를 형상화해보겠다는「나이가 준 조금은 원숙해진 의지」때문인 것 같다는게 작가 최씨 자신의 얘기다.
사고싶어하는 사람은 줄을 서서 기다리는데 그는 좀처럼 자기 작품을 돈과 바꾸려 하지 않는 작가로 유명하다.
본인은 『내 혼이 깃들인 분신들을 함부로 남의 손에 맡길 수 없어서』라는 이유를 들지만 이러한 비상업주의적 자세는 그를 비속의 괴팍한 결벽증환자로 비치게도 한다.
『이제는 손이 제대로 움직입니다. 마음먹은 대로 작품이 돼 나온다는 얘기지요. 작년에 연구교수로 1년을 집에서 쉬었는데 작품 하나에 사흘정도만 매달리면 완성되더군요.』그래서 남들보다 타작이 적은 편인데 그것은 큰 욕심을 부리지 않는 샌님 성격때문이 아니 겠느냐며 웃었다. <정교용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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