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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숨지게 한 만취 역주행 벤츠 운전자, 영장 기각 논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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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월 30일 새벽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영동고속도로 양지터널 안에서 만취 상태로 역주행하던 노모(27)씨의 벤츠가 마주오던 조모(54)씨의 택시와 충돌, 택시 승객 김모(38)씨가 숨지고 조씨가 크게 다쳤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경기도재난안전본부 제공]

지난 5월 30일 새벽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영동고속도로 양지터널 안에서 만취 상태로 역주행하던 노모(27)씨의 벤츠가 마주오던 조모(54)씨의 택시와 충돌, 택시 승객 김모(38)씨가 숨지고 조씨가 크게 다쳤다. [온라인 커뮤니티 '보배드림', 경기도재난안전본부 제공]

지난 5월 새벽 만취 상태로 고속도로를 역주행하다 택시를 들이받은 20대 운전자에 대해 법원이 구속영장을 기각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이 사고로 두 아이를 둔 가장이 사망했다.

수원지방법원은 지난달 24일 특정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 위반(위험 운전 치사상) 등 혐의를 받는 노모(27)씨의 구속영장을 기각했다고 1일 밝혔다.

홍진표 영장전담판사는 “혐의 내용이 중하고 수사경과와 증거자료에 의해 혐의 내용도 소명됐지만, 피의자가 정상적인 보행이 어려워 입원치료를 받는 점에 비춰 현 단계에서 피의자를 구속해야 할 사유와 상당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기각 이유를 설명했다.

중소기업 직원인 노씨는 ‘향후 3개월간 치료가 필요하다’는 의사 소견서를 경찰과 법원에 제출한 것으로 전해졌다. 사고 당시 골반부위 복합골절 등 전치 12주 부상을 한 그는 골절 부위가 아직 제대로 접합되지 않아 혼자서는 보행이 어려운 상태라고 한다.

노씨는 지난 5월 30일 0시 36분쯤 경기도 용인시 처인구 영동고속도로 강릉 방향 양지터널 안 4차로 도로 2차로에서 자신의 벤츠를 몰고 역주행하다 마주 오던 조모(54)씨의 택시를 들이받았다.

노씨는 사고 전날 오후 6시부터 오후 11시까지 지인들과 술을 마신 뒤 수원시 영통구에서 음주 운전을 시작해 고속도로로 진입했다. 이어 사고 당일인 30일 0시 25분쯤 영동고속도로 강릉 방향 덕평 IC 부근에서 알 수 없는 이유로 유턴한 뒤 7km가량을 역주행하다가 사고를 냈다.

면허 취소 수치인 혈중알코올농도 0.176%의 상태로 운전하다 사고를 낸 그는 사고 상황에 대해 “기억이 나지 않는다”는 취지의 진술을 했다.

이 사고로 택시 뒷좌석에 탄 승객 김모(38)씨가 숨졌다. 김씨는 경기도에 있는 대기업에 다니는 회사원으로, 외근 후 밤늦게 택시를 타고 거주지로 돌아오던 중 사고를 당했다. 그는 경남 지역에서 교사로 근무하는 아내의 남편이자, 9살‧5살 난 어린 두 자녀의 아버지로 알려져 당시 안타까움을 안겼다. 김씨의 아내(28)는 교사로 일하던 특수학교를 휴직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치료를 받고 있다.

택시운전사 조씨는 장기손상 등으로 두 달이 지난 현재까지 의식을 찾지 못하고 있다. 조씨의 아내는 동아일보에 “담당 의사가 ‘남편이 깨어나더라도 언어장애 등 평생 장애를 갖고 살 수도 있다’고 했다”고 전했다.

경찰은 노씨에 대한 구속영장이 기각됨에 따라 이날 불구속 상태로 노씨를 검찰에 송치했다.

검찰이 노씨에 대해 구속영장을 재청구하면 법원이 받아들일 가능성은 남아있지만, 음주 사고 가해자의 처벌 수위가 낮다는 지적은 그동안 꾸준히 제기돼왔다.

2016년 5월 경기도 양평에서 발생한 아우디 음주 역주행 사고로 인해 피해 노부부 부인은 장애를 얻었고 남편은 사망했다. 그러나 가해자는 집행유예를 받고 최근 가족과 대형 음식점을 운영하며 지낸다는 소식이 전해지며 네티즌의 분노를 부르기도 했다.

이가영 기자 lee.gayoung1@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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