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조인간 로봇 '에버원' 등장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에버원'이 웃을 때(왼쪽)와 화낼 때의 모습.

"반가워요."(정세균 산업자원부 장관)

"예, 안녕하세요. 홍차와 커피가 있는데 뭘 드시겠습니까."(인조인간 로봇 에버원)

"홍차를 먹고 싶어요."(정 장관)

"그럼 심부름 로봇을 시켜 홍차를 갖다 드리겠습니다."(에버원)

4일 오후 서울 양재동 교육문화회관 2층 가야금홀. 정 장관과 국내 최초의 인조인간 로봇인 '에버원(EveR-1:Eve와 Robot의 합성어)'은 반갑게 인사를 하고 대화를 했다. 에버원은 이어 행사에 초청된 어린이 70여 명에게 구연동화를 들려주었다.

"먼 옛날 아주 먼 동화의 나라에…"로 동화가 시작되자 아이들은 일제히 "와!"하는 탄성과 함께 이야기에 빠져들었다.

키 1m60㎝, 몸무게 50㎏으로 20대 초반의 아름다운 여성의 얼굴과 신체 모습을 갖춘 에버원은 일본에 이어 세계 두 번째로 태어난 인조인간 로봇. 한국생산기술연구원이 1년여에 걸쳐 3억원을 들여 개발했다.

에버원은 35개의 초소형 전기모터를 통해 상반신을 움직일 수 있다. 얼굴에는 15개의 모터가 들어가 웃고 우는 등 희로애락의 감정도 표현할 수 있다. 상대방의 얼굴을 인식해 시선을 맞추기도 하고 한국어와 영어로 간단한 대화도 할 수 있다. 이해할 수 있는 단어는 400개 정도다.

에버원의 표면은 실리콘 재질로 처리해 사람의 피부와 같은 느낌을 준다.

일본이 2003년 세계에서 처음으로 개발한 인조인간 로봇 '액트로이드'가 외부에 설치한 카메라로 사물을 인식하는 데 비해 에버원은 카메라를 직접 안구에 넣어 더 진화한 로봇으로 평가받는다.

에버원의 하반신은 마네킹이어서 아직 움직이지는 못한다. 생산기술연구원은 연말께 더 원활하게 감정을 표현하고, '앉았다 섰다'를 할 수 있을 정도로 하반신을 움직이는 제2의 에버원을 내놓을 계획이다.

연구원의 백문홍 박사는 "에버원을 백화점.박물관 등에서 안내용으로 쓰거나, 어린이들에게 동화를 읽어주는 교육용 로봇으로 활용할 수 있다"고 말했다.

세계 로봇시장은 산업용 로봇과 서비스용 로봇으로 구분되는데 대부분 산업용 로봇이 주를 이룬다. 시장 규모는 2004년 기준으로 약 100억 달러(9조5000억원) 정도다. 한국은 일본.미국 등에 이어 세계 6위다.

에버원 같은 서비스용 로봇은 이제 걸음마 단계지만 일본과 한국이 어깨를 나란히 하고 있다. 미국은 이제 얼굴 표정을 짓는 로봇을 개발하는 수준이다.

산자부 관계자는 "내년 하반기께에는 국내에서도 전시장 안내용 로봇을 상용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종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